"최대한 버티려 했다"는 한다혜, 그렇게 GS칼텍스와 10년을 보냈다

최원영 기자 2023. 10. 2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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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장충, 최원영 기자) 포기하고 싶은 날도 있었다. 이 악물고 버텼다. 한다혜는 지금, 꽃길 위에 서 있다.

여자프로배구 리베로 한다혜는 2013~2014시즌 신인드래프트에서 3라운드 5순위로 GS칼텍스에 지명됐다. 지난 시즌까지 10년 동안 줄곧 GS칼텍스 유니폼만 입었다. 2020~2021시즌 종료 후 처음으로 자유계약(FA) 자격을 얻었다. 그때도 한다혜의 선택은 역시 GS칼텍스였다.

그렇게 10년간 동행했다. GS칼텍스는 한다혜를 위해 10주년 기념행사를 열었다. 20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 V-리그 1라운드 정관장과의 홈경기이자 팀의 시즌 첫 경기에서 한다혜에게 축하를 전했다. 기념 액자와 근속기념패, 꽃다발을 전달했다. 팬들에겐 미니 플래카드를 배부했다.

세트스코어 3-0(25-21 25-22 25-17) 승리로 기분 좋게 하루를 마무리했다. 한다혜는 리시브 효율 37.5%, 디그 성공 10개를 기록했다. 경기 후 그는 "체육관에서 훈련을 시작한 게 며칠 전 같은데 벌써 10년이라니 얼떨떨하다. 믿기진 않지만 잘 챙겨주셔서 정말 기분 좋다"며 밝게 웃었다.

구단에선 경기 중 세트 종료 후 쉬는 시간에 전광판을 통해 특별 제작 영상을 재생하려 했다. 차상현 GS칼텍스 감독의 간곡한 부탁으로 영상은 상영되지 않았다. 차 감독은 "혹시라도 눈물이 터지면 다들 경기에 집중하기 힘들까 봐 개인적으로 부탁드렸다. 나도 감정이입이 될 듯했다"고 설명했다.

한다혜도 "영상은 너무 부담스러울 것 같았다. 주목받는 걸 별로 안 좋아한다"며 "기념행사는 사전에 공지를 받아서 준비하고 있었다. 과하게 긴장한 상태로 경기에 들어가 잡을 수 있는 공을 많이 놓쳐 아쉽다"고 밝혔다.

차 감독은 2011년부터 GS칼텍스에 코치로 몸담았다. 2016년 12월 감독으로 선임됐다. 한다혜의 신인 시절부터 오늘날까지 모든 세월을 함께했다. 그는 "10년 전부터 동고동락한 유일한 선수가 (한)다혜다. 한 선수가 한 팀에서 10년 동안 뛰는 게 정말 어렵다고 생각한다"며 "트레이드되거나 자유계약(FA) 이적하는 경우가 많은데 다혜는 10년을 잘 버텼다. 선수 생활을 이만큼 한 것도 무척 대단하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정말 축하한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고생한 끝에 베스트 리베로로 자리매김했다. 분명히 엄청난 노력을 했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프로 입단 후 한다혜는 5시즌 동안 백업으로 지냈다. 2013~2014시즌부터 2016~2017시즌까지 네 시즌 간 31경기에 나선 것이 전부였다. 2017~2018시즌 출전 시간을 늘렸고, 2018~2019시즌 도중 주전으로 발돋움했다. 꾸준히 활약한 끝에 지난 시즌 여자부 32호로 리시브 정확 1000개, 39호로 디그 성공 2000개를 돌파했다. 현재 리시브 정확 1249개, 디그 성공 2023개를 기록 중이다.

한다혜는 "경기에 아예 나가지 못하던 때에는 '내가 이 팀에 계속 있어도 되는 걸까', '실업팀으로 가 출전이라도 하는 게 낫진 않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주위에선 버티는 게 최고라고 하더라"며 "버틸 수 있을 때까지 최대한 버텨보려 했는데 벌써 10년이 됐다. 믿고 맡겨주신 감독님께 정말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주전으로 매 경기에 나서는 이 시간들이 소중하다. 그는 "매년 잘하는 후배들이 많아 계속 고비다. 그래도 그 선수들을 보며 더 열심히 하려 한다"고 미소 지었다.

지난 10년을 통틀어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일까. 망설임 없이 "2020~2021시즌"이라 외쳤다. 당시 GS칼텍스는 KOVO컵 대회, 정규리그, 챔피언결정전 우승으로 '트레블'을 달성했다. 여자부 최초였다. 팀 창단 첫 통합우승도 기록했다. 그해 GS칼텍스보다 잘 나가는 팀은 없었다.

시선을 과거가 아닌 미래로 옮겼다. 1995년생으로 아직 20대다. 코트를 누빌 날이 더 많이 남았다. 한다혜는 "베테랑 리베로 언니들처럼 부상 없이 오랫동안, '잘'하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올 시즌 종료 후 다시 FA 자격을 얻는다. 한다혜는 "(팀에) 남아야죠"라며 웃음을 터트린 뒤 "GS칼텍스에서 20년까지 해보려 한다. 구단에서 잘해주실 거라 믿는다"고 눈을 반짝였다.

마지막 질문은 '나에게 GS칼텍스란?'.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던 한다혜는 명쾌한 한마디를 남긴 채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한다혜에게 GS칼텍스란, "월급 주는 곳"이다.

사진=KOVO​

최원영 기자 yeong@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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