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상상인저축 인수설…예측되는 시나리오는
수도권 영업망 확보 이점…부동산PF 부실·그룹 실적 향상에는 이점 없어
인수 합병시 저축은행 업계 7위 도약…“금융당국 허용이 관건”
상상인그룹이 강제로 매각해야 하는 상상인저축은행을 우리금융그룹이 인수한다는 이야기가 금융권에서 나오고 있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이 비은행 강화 차원에서 상상인저축은행을 인수해 우리금융이 갖고 있는 저축은행 영업망 강화와 실적 향상을 노리겠다는 계획으로 분석된다.
다만 상상인저축·플러스저축은행이 외연 확장을 하며 주로 취급했던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의 부실률이 높아 건전성 문제가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상상인그룹에 계열사 상상인저축은행과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의 지분매각 명령을 내렸다. 이는 지난 2019년 신용공여 의무비율을 거짓 보고하고 대주주가 전환사채를 저가에 취득할 수 있도록 공매를 진행한 혐의에 대한 처분으로, 상상인그룹은 내년 4월까지 보유 지분 100% 중 최소 90%를 매각해야 한다.
만약 지분매각을 달성하지 못하면 금융위는 대주주를 대상으로 이행강제금을 부과한다. 3개월마다 지불해야 하는 강제금은 17억원에 달한다. 단순 계산시 일평균 1900만원의 이행강제금이 상상인에게 부과되는 셈이다.
문제는 상상인이 저축은행을 내놓는다 하더라도 인수할 업체들이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OK저축은행이나 웰컴저축은행이 인수 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지만, 두 저축은행들은 “상상인저축은행의 인수 계획이 없다”고 못을 박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난처한 상황에 처한 상상인그룹의 구원투수로 우리금융그룹이 나섰다. 우리금융은 상상인저축은행에 대한 인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금융권에서는 우리금융이 상상인저축은행과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 2곳을 모두 인수할 것이라 전해졌지만, 수도권에 영업 기반을 둔 ‘상상인저축은행’만 떼어 인수하는 방안을 타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우리금융이 상상인저축은행만 인수하려고 하는 것은 충청권에 영업망을 두고 있는 ‘우리금융저축은행’이 있기 때문이다. 상상인저축은행은 경기도 분당·일산·부천·평촌 등 4곳에 지점을 보유한 자산규모 3조2867억원의 저축은행으로, 우리금융이 수도권에 지점을 둔 상상인저축은행을 인수하면 숙원이었던 수도권으로도 영업망을 넓힐 수 있게 된다.
우리금융저축은행의 자산규모는 1조6100억원으로 업계 30위에 그친다. △신한저축은행(3조892억원, 10위) △KB저축은행 (2조9507억원, 12위) △하나저축은행(2조8182억원, 13위) △NH저축은행(2조3814억원, 17위) △IBK저축은행(2조2337억원, 18위)에 비하면 다른 금융지주들이 가지고 있는 저축은행들보다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우리금융저축은행은 올해 상반기 26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여기서 우리금융이 상상인저축은행을 인수·합병하면 자산 규모가 약 4조8800억원으로 업계 7위권인 애큐온저축은행(5조9969억원) 다음에 위치하게 된다.
여기에 우리금융이 상상인저축은행와 플러스저축은행 2곳을 모두 인수하면 막대한 자금이 소모된다. 우리금융은 비은행 계열사 확충을 꾸준히 진행한다고 밝혔지만, 증권사를 최우선 매입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다른 곳에 막대한 돈을 쓸 경우 주주로부터 역풍을 맞을 수 있다. 현재 시장에선 두 저축은행을 모두 인수할 경우 약 6000억~7000억원이 들 것이라 보고 있지만, 상상인저축은행만 인수하게 될 경우 3000억원에서 3500억원 수준으로 인수 가격이 절반으로 줄어들고, 수도권 영업망까지 늘릴 수 있는 이점이 생겨난다.
문제는 상상인저축은행이 가진 부실이다. 상상인저축은행은 올해 6월 말까지 부동산PF와 관련해 4015억원의 대출을 내줬고, 그 중 14.12%인 567억원에 대해 연체가 발생했다. 전체 건전성을 따져보면 상상인저축은행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10.7%로 지난해 같은기간(2.1%)에 비해 8.6%p 급등했다. 연체대출 비율도 3%에서 10.9%로 상승했다.
또한 상상인저축은행은 올해 상반기 24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순이익이 급감한 우리금융이 상상인저축을 인수하며 실적 향상을 즉시 누리기 힘들 것이란 의미다.
저축은행 업권에서는 금융당국의 의지가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은 각 회사별 영업구역이 묶여있다 보니 수도권에 근거를 둔 저축은행들이 다른 저축은행보다 관심이 크다”며 “우리금융으로서도 수도권 영업망을 갖춘 상상인저축은행을 적절한 가격에 매입하게 된다면 나쁘지 않은 딜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이 경우 충청도를 거점으로 둔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의 매각이 쉽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금융당국이 상상인저축은행만을 인수하도록 허용하는지가 관건이 될 듯 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우리금융에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증권사가 우선이고 보험사를 인수한다는 방침은 변함이 없고 저축은행이 우선순위는 아니다”라며 “시장에 매물이 나오면 검토는 할 수 있지만 적극적으로 추진되고 있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
Copyright © 쿠키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장재훈 현대차 사장, 부회장 승진…호세 무뇨스 첫 외국인 CEO 선임
- 코스피, 장중 2400선 붕괴…8월 블랙먼데이 이후 처음
- ‘의료·연금개혁’ 성과 자찬한 尹 정부…전문가들 “긍정적” “추진 의지 없어”
- 尹 지지율 소폭 상승해 다시 20%대…TK·70대에서 회복 [갤럽]
- 금감원 잦은 인사교체…“말 안 통해” 전문성 지적도
- 대한항공 합병 코앞인데 내부는 ‘시끌’…불안한 비행 앞둔 아시아나
- 이재명 ‘운명의 날’…오늘 ‘선거법 위반’ 1심 선고
- 티메프 피해자들 “결제대금 유예해달라”…카드사 “심사 결과대로”
- ‘검사 선배’ 박균택 “이재명 ‘선거법 위반’ 당연히 무죄…처벌 규정 없어”
- 北김정은, 자폭공격형무인기 성능시험 지도…“대량생산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