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스윙하다 빗맞은 안타? 김의겸이 폭로한 검사 수사받는다

오현석 2023. 10. 21. 05:0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드디어 김의겸 의원이 한 건을 했다.”

대검찰청이 19일 더불어민주당이 고발한 이정섭 수원지검 2차장검사의 비위 의혹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에 배당하자 야권에서 나온 평가다. 김의겸 민주당 의원은 지난 1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 차장검사의 ▶자녀 위장전입 ▶골프장 부정 예약 ▶처가 고용인 범죄 기록 조회 등의 의혹을 제기하며 “이분은 수사를 할 사람이 아니라 수사를 받아야 될 분”이라고 주장했다.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신봉수 수원지검장에게 질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차장검사는 지난달 20일 하반기 검찰 인사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 관련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수사를 총괄하는 수원지검 2차장검사로 승진 부임했다. 민주당 입장에선 눈엣가시인 셈이다. 이 차장검사는 김 의원 주장 대부분을 부인하면서도 “위장 전입 문제에 대해선 송구하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관계자는 “빗맞은 안타일 수도 있지만, 일단 헛스윙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간지 기자 출신으로 2021년 3월 국회에 입성한 김 의원은 그간 몇 차례 허위 의혹을 제기해 구설에 올랐다. ‘청담동 술자리 의혹’이 대표적이다. 김 의원은 지난해 10월 24일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향해 “지난 7월 19일 서울 강남 청담동의 고급스러운 바에 윤석열 대통령과 김앤장 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 30여명과 함께 술을 마셨지 않았나”라고 물으며 의혹을 제기했다. 근거라며 한 첼리스트 커플의 음성 녹취도 틀었다.

하지만 음성 파일에선 한 장관을 직접 봤다고 말했던 첼리스트 A씨는 한 달 뒤 경찰 조사에서 “모두 전 남자친구를 속이기 위한 거짓말이었다”고 진술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관련된 분들에게 심심한 유감을 전한다”면서도 “국정과 관련한 중대한 제보를 받고, 국정감사에서 이를 확인하는 것은 국회의원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말해 또 다른 논란을 남겼다.

김 의원은 지난달 22일 KBS 라디오 인터뷰에선 이재명 대표의 영장실질심사를 맡은 유창훈 서울중앙지법 영장 전담 판사를 두고 “선택된 판사가 하필이면 또 한동훈 장관의 서울대 법대 92학번 동기”라고 말했다. 하지만 유 판사는 93학번인 것으로 드러났다. 다음날 법무부가 “명백히 거짓이며 한동훈 장관과 유창훈 판사는 대학 동기가 아니고 서로 일면식도 없다”고 반박하자, 김 의원은 “취재하는 과정에서 ‘구멍’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2022년 11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운데)와 마리아 카스티요 페르난데즈 주한 EU대사(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의겸 의원(왼쪽 끝)은 비공개 면담 직후 기자들에게 “EU 대사가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때는 긴장이 고조돼도 대화 채널이 있어 교류를 통해 해결책을 찾을 수 있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고 전했으나, 이후 페르난데스 대사는 “발표가 왜곡돼 유감”이란 입장을 밝혔다. 김성룡 기자

국회 입성 전 문재인 정부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김 의원은 당 대변인 시절 두 차례 거짓 브리핑 논란에 휩싸였다. 2021년 11월엔 유럽연합(EU) 대사의 발언을 왜곡해 브리핑했다가 사과했다. 지난 3월엔 검찰에 기소된 이재명 대표의 당직 유지를 결정한 당무위 회의 결과를 발표하면서 ‘반대 의견은 없었느냐’는 질문에 “그런 건 없었다”고 답했으나, 기권표를 던지고 퇴장한 전해철 의원 항의에 브리핑을 번복했다. 당시에도 김 의원은 “곤란한 질문은 피해가라고 대변인을 맡긴 것이다. 그 정도의 ‘잔기술’은 이쪽 업계에서는 통용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2차 설화를 일으켰다.

이렇듯 수차례 헛스윙 끝에 김 의원이 방망이에 공을 맞히자, 정치권에서는 김 의원의 기자 시절 칼럼 내용 일부도 회자했다. 김 의원은 2013년 5월 ‘들이대는 녀석들의 심리학’이란 칼럼 첫 단락에 친구가 해준 얘기라며 이렇게 인용했다. “홈런 타자가 왜 홈런을 많이 치는 줄 알아? 장타자라서? 교타자라서? 아냐, 제일 중요한 건 최대한 타석에 많이 서는 거야.”

오현석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