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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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발은 단식과 함께 정치적 의사표현의 강력한 수단으로 꼽혀 왔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됐을 때 설훈 의원은 탄핵 철회를 외치며 삭발과 단식을 한꺼번에 했다.
봄에는 선거제 개편안에 반발한 자유한국당 의원 6명이 집단 삭발을 했고, 가을에는 조국 사태가 야권 정치인의 릴레이 삭발을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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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발은 단식과 함께 정치적 의사표현의 강력한 수단으로 꼽혀 왔다. 시각적 효과가 커서 진정성을 알리고픈 정치인들이 종종 택하곤 했다. 원조는 박찬종 전 의원이다. 1987년 대선을 앞두고 양김 후보 단일화를 촉구하며 의원회관에서 삭발시위를 벌였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됐을 때 설훈 의원은 탄핵 철회를 외치며 삭발과 단식을 한꺼번에 했다. 그는 삭발의 의미를 “모든 것을 내던지는 절박함”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사학법 개정, 세종시 수정안 등 쟁점 법안이 이슈화할 때마다 국회에선 삭발식이 벌어졌다. 2013년 해산 위기에 집단 삭발한 통합진보당 의원 5명 중 김재연 김미희 의원은 첫 여성 의원 삭발 사례가 됐다.
2019년은 삭발의 해였다. 봄에는 선거제 개편안에 반발한 자유한국당 의원 6명이 집단 삭발을 했고, 가을에는 조국 사태가 야권 정치인의 릴레이 삭발을 불렀다.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장관 임명을 강행하자 이언주 의원이 테이프를 끊었는데, 박지원 의원은 “국회의원이 삼가야 할 3대 쇼. ①의원직 사퇴 ②삭발 ③단식”이란 댓글로 깎아내린 반면, 홍준표 의원은 “얼마나 아름다운 삭발인가”라며 추켜세웠다. 며칠 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청와대 앞에서 사상 첫 야당 대표 삭발을 기록했다. 옆머리부터 깎아서 뜻하지 않게 잠시 연출된 ‘투블럭’ 스타일이 눈길을 끌어 이를 다양하게 합성한 사진이 유행하기도 했다. 뒤를 이어 삭발한 야당 인사는 10명을 훌쩍 넘었다.
그리고 올해 다시 삭발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에서 3월 오염수 삭발(일본 오염수 방류 반대), 4월 양곡법 삭발(양곡법 거부권 반대), 9월 새만금 삭발(새만금 예산 삭감 반대)에 이어 엊그제 ‘의대 삭발’(전남권 의대 신설 촉구)이 벌어졌다. 벌써 11명이 머리를 밀었다. 자기 머리카락 자르는 걸 뭐라 할 순 없는데, 오염수·양곡법·새만금 등 모두 극한 정쟁의 대상이던 삭발 소재에 의대 정원 문제가 끼어든 것이 께름칙하다. 건강과 생명이 걸린 이 사안마저 혹시 정쟁거리로 삼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태원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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