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과도시’ 속 예수] 왜 구원의 투구인가

픽사베이

“이 투구는 공격으로부터 날 지켜주는 것. 하지만 날은 덥고 투구는 무겁네. 그래서 벗어 던지네. 그래서 벗어 던지네.” 길버트와 설리반 합작 오페라 ‘이다 공주’(Princess Ida)에 나오는 인물 중 하나가 결투를 시작하기 직전 부르는 노래다. 무딘 플뢰레를 쓰는 펜싱 시합이라 해도 요구되는 장비를 착용하면 정말 덥고 무겁고 불편하기 짝이 없다. 하지만 펜싱에 동반되는 위험을 알고 있다면 필요한 장비를 반드시 구입하려 할 것이다.

사도 바울이 ‘구원의 투구’(엡 6:17)라 부르는 것의 구체적인 예를 들어보자. 투구를 쓰기 위해서는 먼저 이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의의 호심경(breastplate)처럼 구원의 투구도 이사야 59장 17절에서 묘사된 전사로서의 하나님에 대한 이미지를 빌려온 개념이다. 자기 백성에게 한 약속을 신실하게 시행하시는 하나님의 의가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은 자기 백성들을 모든 대적으로부터 반드시 구원하실 것이라는 사실이다.

하나님의 백성들이 삶의 환란과 어려움을 겪을지라도 흔들리지 않는 하나님의 약속은 확실한 소망의 근거가 된다. 그래서 바울은 데살로니가전서 5장 8절에서 이 투구를 ‘구원의 소망의 투구’로 완전하게 묘사한다. 그리스도인이 쓰는 이 투구는 구원의 확실한 소망이다.

하지만 많은 그리스도인은 자신의 투구를 분실한 듯하다. 대부분 자기가 구원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소망하는 수준인데 바울은 그렇게 가르치지 않았다. ‘구원받기를 소망하는’ 것은 전쟁에 나갈 때 투구 대신 햇볕만 가리는 헐렁한 모자를 쓰는 것 같다. 전투가 치열해지면 그 모자는 아무 쓸모가 없다. 성경이 말하는 소망은 모든 게 잘 될 거라는 식의 모호한 낙관주의가 아니다. 영원한 삶을 어디에서 살 것인가에 대한 안정된 확신을 가리킨다.

어떤 전도 프로그램에서 이런 질문이 나왔다. “만일 당신이 오늘 밤 이 세상을 떠나 천국 문 앞에 섰는데, 하나님이 ‘내가 너를 나의 천국에 들어오게 해야 할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으신다면 어떻게 대답하시겠습니까?” 이에 대해 어떤 이들은 “최선을 다해 주위 사람들을 사랑했어요” “저는 그리 나쁜 사람이 아닙니다”라고 답했다. 하지만 이들은 자신의 소망에 대해 불확실한 이유를 제시하고 있을 뿐이다. 내가 생각하고 행하는 모든 악한 일들을 볼 때 나의 노력과 공로에 의지해서는 결코 천국에 들어갈 수 없음이 분명하다.

성경은 우리가 천국 가는 것을 확신할 수 ‘있다’고 가르친다. 사도 요한은 우리가 천국에 갈 것을 확신하길 바라며 “또 증거는 이것이니 하나님이 우리에게 영생을 주신 것과 이 생명이 그의 아들 안에 있는 그것이니라 아들이 있는 자에게는 생명이 있고 하나님의 아들이 없는 자에게는 생명이 없느니라”(요일 5:11~12)고 선언한다. 우리에게 예수님이 있다면 생명이 있고, 우리에게 예수님이 없다면 생명도 없는 것이다.

이것이 신자가 천국에 가는 것을 확신할 수 있는 이유이다. 우리가 예수님의 완전한 선하심을 받고 우리 모든 실패와 죄악을 그분께 맡기면 분명 천국을 얻은 것이다. 우리에게 은혜로 거저 주시는 그리스도의 의의 호심경을 붙이면 우리가 누릴 영생에 대해 전적인 확신을 갖게 된다. 구원의 소망의 투구를 제대로 쓴 것이고 삶의 폭풍을 마주할 준비가 된 것이다.

삶은 고단하다. 십자가에 못 박히신 왕을 따르는 이들에게 이는 놀랄 만한 일이 아니다. 우리는 사방이 고난과 유혹으로 포위당해 있다. 전투 장비를 제대로 갖추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하나님이 주신 갑옷으로 무장하고 삶의 환란을 대할 때 소망 안에서 성령이 주시는 능력 안에 굳건히 서 있는 우리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이안 두기드 미국 웨스트민스터신학교 교수

◇이안 두기드는 미국 웨스트민스터신학교(구약학) 교수와 펜실베니아주 글렌사이드 그리스도장로교회 목사로 섬기고 있다. 저서로 ‘크리스천이 사는 법’ ‘하나님의 전신갑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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