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 법률상담으로 돈은 언제 버냐구요?… 전 주님이 먹여살릴 것”
“제가 무료 법률 상담에 굉장히 보람을 느껴서요. 성북구청 무료 법률 상담 변호사로도 활동 중인데 여긴 아예 제가 먼저 하겠다고 연락했습니다.”
우미연(36) 법률사무소 우리 대표변호사에게 명함 뒷면을 빼곡히 채운 경력 사항을 묻자 돌아온 말이다. 서울 관내 경찰서 7개 관서 수사민원상담센터 상담변호사, 서울시 공익변호사, 법무부 통일법무과 북한이탈주민 지원변호인…. 이들 공익 활동을 위해 수임 건수도 10개 내외로 줄였다. 사건 수임이 생계와 직결되는 개업 변호사로는 이례적이다.
우 대표는 “개업 초창기엔 사건 20여개를 맡았는데 최근엔 더 줄였다. 재판이 많으면 법률 지원 활동을 하기 힘들기 때문”이라며 “한 경찰관님은 절 보며 ‘이렇게 열심히 상담하는 변호사는 못 봤다’고 하더라”며 웃었다. 밝은 미소가 인상적인 그를 최근 서울 동대문경찰서 인근 카페에서 만났다.
우 대표가 법조인을 꿈꾼 데는 목회자인 할아버지의 격려가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개척교회 목회자로 소외이웃 구제에 열심이던 조부는 평소 그에게 “이 땅의 어려운 사람이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도록 변호사가 돼 도우라”고 말하곤 했다. 그의 어머니 역시 ‘나라와 민족을 위해 쓰임 받는 에스더가 되게 해달라’고 기도하며 우 대표의 앞날을 축복하곤 했다. 가족의 기대와 기도로 자연스레 법조인을 지망한 그는 2005년 고려대 법학과에 진학했다.
대학 재학 내내 사법시험 준비에 공들인 그였지만 연거푸 고배를 마시면서 평생 품은 꿈조차 흔들리기 시작했다. 긍정적이던 성격도 정반대로 바꿨다. 교회를 다니면서도 잠자리에서 ‘하나님, 내일 눈 뜨지 않게 해주세요’라고 기도하는 자신을 보며 소스라치게 놀라기도 했다.
좌절의 수렁에서 빠져나온 데는 김회권 숭실대 기독교학과 교수의 설교가 큰 역할을 했다. 2011년 교회 수련회에 참여했다가 “학생이 공부하다 죽으면 그게 순교”란 김 교수의 말을 들은 게 계기였다. 교회 사역을 직접 나서거나 법조인이 되는 것만이 하나님의 뜻대로 사는 거라 믿었던 그에겐 신선한 충격이었다. ‘공부하는 지금 이 자리가 순교지고, 공부라는 내 소임을 충실히 감당하는 게 소명’임을 깨닫자 우 대표의 마음에 평안이 찾아왔다. 합격 여부를 떠나 매 순간 최선을 다하면 그것만으로도 주님이 기뻐할 거란 믿음도 생겼다. 그는 “살아가는 것 자체가 소명이고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을 살리는 게 내 사명이라고 생각하니 미래에 대한 막막함과 두려움이 사라졌다”고 회고했다.
한반도 통일과 탈북민에 관심이 생긴 것도 이즈음이다. 김 교수 강연으로 북한 기독교인 실상을 접한 그는 뜻을 같이하는 교회 청년들과 함께 ‘통일코리아기도모임’을 만들어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해 매주 기도했다. 2012년 시작한 이 기도모임은 지금껏 이어지고 있다.
사법시험에서 법학전문대학원으로 진로를 변경한 우 대표는 세 번째 도전인 2015년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에 진학했다. 이후엔 기독법률가회(CLF) 통일법센터 사무국장으로 활동하며 탈북민 법률 구조 및 복음적 통일 방안 논의 등에 힘썼다. 이 가운데 그가 가장 주력한 것은 ‘통일을 위한 기도’다. 우 대표는 “통일은 인간의 의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하나님의 주권 아래서만 가능한 일”이라며 “한반도의 복음적 통일을 위해선 기도로 준비를 해야 한다. 더 많은 이들이 이 기도에 마음을 모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법률사무소 우리’는 졸업 후 로펌에 1년간 재직하다 그만둔 2019년 세웠다. 서울 을지로의 한 공유오피스를 사무실 삼아 직원 한 명 없이 개업한 그는 사건 수임에 대한 걱정은 크게 없었다고 했다. ‘일용할 양식을 허락하는 하나님이 나를 먹여 살릴 것’이란 믿음이 있어서였다.
그는 “집안 형편이 넉넉지 않았지만 대학 입학부터 로스쿨 졸업까지 매번 크고 작은 장학금과 지원을 받으며 공부했다. 이 과정마다 하나님의 개입을 느꼈다”며 “수익 걱정 없이 사회적 약자의 법률 지원에 본격 나서는 것도 이런 믿음이 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임에 의지하면 누구를 만나 뭘 하든 수임을 유도해야 한다. 저는 이에 자유롭기에 어렵고 힘든 이를 도울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우 대표는 앞으로도 소외이웃을 위한 법률 상담과 한반도 통일 지원 활동에 힘쓸 계획이다. 지난 9월부터는 제21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 등 여러 위원회 활동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혹 정치인으로 전업할 계획이 있는지 묻자 “저는 욕 먹을 자신이 없어서 못 할 것 같다”며 웃었다.
‘도서관이 순교지’인 시절은 지났지만 그는 앞으로도 계속 ‘순교의 각오’로 살고자 했다. 이 각오가 없으면 세속적 가치관에 쉽게 타협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우 대표는 “순교라는 말이 너무 거창하지만 이런 각오 없이는 매일 주님의 뜻에 순종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며 “날마다 순교하는 마음으로 제게 맡겨진 이들을 위해 소명을 감당하는 변호사가 되겠다”고 말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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