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취! 재채기에 뼈가 똑 부러졌네…이 검사 5분이면 막는다
세계 골다공증의 날
골다공증은 고령화사회가 맞닥뜨린 ‘뼈 아픈’ 현실이다. 속이 빈 수수깡처럼 허약해진 뼈는 일상적인 작은 충격조차 견디지 못한다. 침대·문턱 등에 부딪히거나 가만히 앉아 있다 심한 재채기만으로도 뼈가 툭하고 부러질 수 있다. 골다공증 골절로 한 번 부러진 뼈는 또 부러지는 재골절 위험이 일반인보다 2~10배나 높다. 세계 골다공증의 날(10월 20일)을 맞아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유락종합사회복지관에서 ‘골(骨)든하우스’ 캠페인의 일환으로 골다공증 골절 예방 중요성을 알리기 위한 건강 클래스가 진행됐다. 골든하우스 캠페인은 암젠코리아, 서울시 중구청, 서울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협력해 중구 지역 어르신의 낙상 등 골다공증 골절 예방을 다각도로 지원하는 파트너십 활동이다. 반복적으로 뼈가 부러지는 골다공증 골절 위험을 줄이려면 뼈 손실 속도를 늦춰 골절 위험을 낮추고, 낙상 위험이 높은 실내 집 안 환경도 바꿔야 한다.
“골다공증 걸리면 뼈가 부러진다네. 너도나도 병원 가 검사 한번 해보세, 골절 예방하면 우리 모두 행복해~♪”(노래 ‘새마을운동’ 개사)
지난 11일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유락종합사회복지관에서 골다공증 골절 예방 필요성을 강조한 건강 클래스가 진행됐다. 중구에 거주하는 어르신 100여 명이 참석한 이날 건강 클래스에서는 ‘고령층에 치명적인 골다공증’을 주제로 강연에 나선 국립중앙의료원 정형외과 이경학 과장은 “뼈는 한 번 부러지면 또 부러지기 쉽다”면서 “뼈가 부러지지 않도록 골밀도를 높여 골절 위험을 줄여주는 치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년기에는 하체 근력이 떨어지고 무릎 관절의 불안정성이 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낙상으로 중심을 잃고 잘 넘어져 다친다. 그런데 골다공증으로 뼈가 약해져 있다면 낙상·충돌 등 일상적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금이 가거나 부러지기 쉽다. 침대에서 떨어지는 정도로도 엉덩이뼈가 골절될 수 있다. 자동차를 타고 가다가 과속방지턱을 넘는 충격에 골절을 겪기도 한다. 집 안에서만 지낸다고 안전한 것도 아니다. 화장실에서 미끄러지거나 침대·소파 등 가구에 부딪히고 문턱에 걸려 넘어진다. 낙상으로 뼈가 부러지는 고령층의 절반 이상(61.5%)은 가정에서 사고를 당했다.
엉덩이뼈 등 고관절 골절 치명적
낙상 등 골다공증 골절로 치명적인 부위는 엉덩이뼈(고관절)다. 고령층은 신체 중심이 뒤로 쏠려 있어 엉덩방아를 찧으며 넘어진다. 엉덩이뼈가 부러지는 고관절 골절은 전신 건강에 치명적이다. 고관절 골절이 발생하면 뼈를 고정하는 수술을 받아도 완전히 붙을 때까지 두 발로 걷거나 앉았다 일어설 수 없다. 회복하기까지 3개월 이상은 누워 지내야 한다. 예후도 불량하다. 장기간 누워서 생활하다 보니 근육이 빠르게 사라진다. 평소 건강했던 사람도 고관절 골절을 겪은 후 쇠약해지는 이유다. 대한노인재활의학회에 따르면 엉덩이뼈 골절을 당한 65세 이상 고령층 3명 중 1명은 고작 1년 이내에 사망했다. 80세 이상은 절반이 두 달 내 사망했다. 이경학 과장은 “나이가 들수록 골다공증 골절로 인한 파급력이 더 크다”며 “골다공증으로 소리 없이 약해지는 뼈 건강을 가볍게 여기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폐경 이후 여성은 골다공증 골절에 취약하다. 폐경으로 뼈를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급감하면서 첫 5년 동안 골밀도가 5%씩 빠르게 감소한다. 그만큼 골다공증 발생 위험이 크다.
작은 충격에도 도미노 골절 위험
특히 골다공증으로 한 번 골절을 경험한 적이 있다면 골다공증 골절 초고위험군이다. 작은 충격에도 골절이 발생할 정도로 뼈가 매우 약해져 있는 상태로, 추가 골절이 일어날 확률이 일반인보다 3배나 높다. 일명 도미노 골절이다. 한 번 부러진 뼈는 주변 부위를 포함해 다른 곳의 뼈까지도 쉽게 골절된다. 의료계에서 골절 위험이 매우 높은 골절 초고위험군에 적극적인 골다공증 치료를 강조하는 배경이다. ▶최근 12개월 내 골절을 경험했거나 ▶골다공증 치료 중 골절을 겪었을 때 ▶골밀도 검사에서 T-score가 -3.0 이하로 진단된 때 등은 골다공증 골절 초고위험군으로 적극적인 약물치료가 필요하다.
지속적인 골다공증 치료도 중요하다. 골다공증도 고혈압·당뇨병 같은 만성질환이다. 고혈압 환자는 혈압을, 당뇨병 환자는 혈당을 점검하는 것처럼 골다공증 환자는 골밀도를 평생 관리해야 한다. 골다공증 환자가 약물치료를 지속하면 골다공증 골절 발생률을 50% 이상 줄일 수 있다. 문제는 뼈가 약해지는 골다공증은 눈에 보이는 증상이 없어 유지 치료에 소홀하기 쉽다는 점이다. 대한골대사학회에 따르면 한국인 골다공증 환자의 66%는 1년 이내 치료를 중단했다. 골다공증 치료를 중단하면 다시 골절 위험이 커져 말짱 도루묵이 된다. 이경학 과장은 “정기적으로 골밀도 검사를 받으면서 골절 예방을 위한 골다공증 관리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골다공증 관리의 시작은 골밀도 검사를 통한 뼈 나이 점검이다. 뼈는 얼마나 약해져 있는지 스스로 체감하기 어렵다. 골밀도를 확인하는 DXA선 검사는 5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 지역 보건소 등에서도 가능하다. 골다공증 가족력이 있거나 65세 이상 노년층, 폐경 이후 여성, 천식 등으로 장기간 스테로이드를 사용한 환자는 무증상이라도 골밀도를 살펴보는 것이 좋다.
■ 골다공증 골절을 예방하려면
「 뼈가 약해지는 골다공증은 증상이 없다. 골다공증으로 골절이 발생하면 재골절, 추가 골절 위험이 매우 높은 상태다. 이렇게 악화하기 전에 뼈의 강도 등을 살피는 골밀도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무증상이더라도 골다공증 골절 예방을 위한 골밀도 검사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
골다공증은 손목·척추·고관절(엉덩이뼈) 등 움직일 때 필수적인 근골격계 부위에 발생한다. 따라서 골밀도를 높여 골절 발생을 막기 위한 치료를 지속해서 받아야 한다. 골다공증은 1년 이내 단기적인 치료만으로 골밀도를 높이기가 쉽지 않다. 꾸준한 약물치료로 골밀도를 관리해야 한다.
나이가 들면 유연성·순발력·근력이 감소한다. 노년기 낙상은 넘어질 것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다친다. 낙상 위기 상황에서 어찌할 새도 없이 넘어져 골절이 생긴다는 의미다. 매주 2시간씩 15주 동안 걷기·스트레칭 등으로 하체 근력을 강화하고 신체 균형 감각을 높여줬더니 낙상 빈도가 47% 줄었다는 연구가 있다.
고령층 낙상 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장소는 가정이다. 소파·침대 등 높이 차이가 있는 곳은 충격을 줄여주는 매트를 깔아두자. 보행 시 발에 걸리는 것이 없도록 문턱은 없애고 바닥에 물건을 보관하지 않는다. 물을 많이 사용하는 화장실에는 미끄럼 방치 처리를 하고, 좌변기 주변에는 안전 손잡이를 설치한다
」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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