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수지에 428억' 검찰 겨냥한 이재명 "말이 되나" 34분 반박
[김종훈 기자]
▲ 이재명, 법정으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0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배임·성남FC 뇌물' 관련 1심 3회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 연합뉴스 |
사흘 만에 재개된 공판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다시 한번 검찰의 주장을 직접 반박했다.
이 대표는 검찰의 이른바 '저수지' 발언을 겨냥해 "사적이익 때문에 (대장동 민간업자들과) 유착됐을 거라고 말하는데 계기가 있어야 하지 않냐"며 "대선자금을 마련하려고 유착했다면 2022년 대선 때 돈을 써야지, 대통령이 된 다음에 노후자금으로 쓴다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냐"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지난해 말 검찰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 등을 조사하면서 "더불어민주당 정진상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대장동 수익금을 저수지에 담가 놓고, 이재명 선거 때 꺼내 쓰자'고 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그 금액이 대략 세금과 공동비용 등을 제하고 428억 원 정도 된다고 주장했다.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김동현 부장판사)는 '대장동·위례·성남FC' 의혹 사건 3차 공판을 열었다. 지난 공판과 달리 이 대표는 이날 지팡이 없이 재판정에 출석했다.
공판 후반부인 오후 5시께 이 대표는 재판부로부터 발언 기회를 얻은 뒤 이례적으로 34분 동안 말을 이었다. 특히 '구속'이라는 말을 두 차례 써가며 대장동 업자들과의 유착 의혹을 부인했다.
"녹취록에는 '(이 대표가) XX 싫어하지 너네'라는 표현이 나온다. 그렇게 표현된 거 이상으로 저는 이거(부동산투기)를 혐오했다. 부동산 투기세력과 싸우다 구속되는 일까지 있었고 우리 사회를 왜곡하는 대표적인 세력이 부동산 투기세력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이날도 검찰은 대장동 일당에게 배당금이 돌아갈 때 유동규가 돈을 가져가지 못한 것은 "당연히 유동규 개인 것 아니니까 자기 맘대로 가져갈 수 없었던 것"이라며 "정치자금을 저수지로 받기로 했기 때문"라고 주장했다.
▲ 이재명, 법정으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0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배임·성남FC 뇌물' 관련 1심 3회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3.10.20 |
ⓒ 연합뉴스 |
발언 기회를 얻은 이 대표는 함께 기소된 정진상 실장에 대해 먼저 언급했다. 이 대표는 "(검찰은) 당시 성남시 정책비서관 위치가 직제에는 없는 불법적 역할인 것처럼 주장한다"며 "원래 선출직 단체장에게는 별정직 티오(TO)가 있으며 어떤 역할을 맡길지는 단체장에게 주어진 권한"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공소 내용을 보면 정진상이 한 일이 곧 이재명이 한 일이라고 돼 있다. 정진상과 이재명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모의·공모했는지가 전혀 없다"며 "그냥 가까운 사이니까 책임을 져야 한다는, 헌법상 연좌제 위반 아니냐"라고 반박했다.
또 이 대표는 성남FC 후원금 의혹에 대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제3자뇌물수수 사건에서 문제가 됐던 미르재단을 언급하면서 "미르재단은 운영의 성패가 최순실이라는 개인에게 귀속되지만 성남FC는 전혀 그런 것이 없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치적 이득을 위해 창단한 성남FC가 부도날 위기에 처하자 범행했다는 검찰의 지적에 대해 "재정 문제가 상당히 해결됐기 때문에 시작한 것"이라며 "재정이 문제가 된 것은 지방선거 이후로, 검찰이 왜 자꾸 여기(선거)에 연결을 시키는지 모르겠다"라고 반문했다.
이 대표는 발언 말미 "대장동이든 성남FC든 백현동이든 성남시 이익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고, 그것 때문에 재판까지 받고 있다"며 "만약 당시 제가 성남시 이익이고 뭐고 따질 것 없이 그냥 민간개발을 허가해주고 했다면 이렇게 문제가 됐겠냐 싶은 생각이 든다"라고 자조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면서도 곧 "(대장동) 업자들 만나서 부탁을 들어본 일도 없고 그들에게 부탁한 일도 없다"면서 "제가 왜 거기에 관여됐다고 하는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라고 밝혔다.
한편 오전 공판에서 검찰은 백현동 개발 비리 사건과 대장동·위례·성남FC 사건에 대한 병합 심리를 요청했다.
검찰은 "두 사건의 피고인들이 동일하고, 성남시장 재직 당시 한 범행이다. 부동산개발비리, 브로커에게 개발이익을 몰아줬다는 유사한 범행구조 등을 고려할 때 두 사건을 병합하면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데 용이하다"며 "두 사건을 병합해서 심리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반면 이 대표 변호인은 "두 사건은 완전히 별개"라며 "본 재판 심리는 위례, 대장동, 성남FC 순으로 하기로 했는데도 굉장히 허덕이고 있어 동시 진행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고 오히려 사건 집중도를 떨어뜨린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재판부는 "추가 배당 사건에 대해 신속히 준비 기일을 열어 검토하겠다"라고 밝혔다.
검찰이 지난 12일 기소한 백현동 사건은 대장동 사건을 심리하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에 배당됐다. 검찰이 16일 별도 기소한 이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 사건 역시 같은 재판부에 배당돼 있다. 다음 공판은 11월 3일로 예정됐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돌고 돌아 공석? 국힘이 혁신위원장 못 찾는 이유
- 커피 판매 금지... 박정희가 만든 희한한 세상
- 신림동 사건 두 달, '김행랑' 청문회를 보며 느낀 것
- [사진으로 보는 일주일] '소아과 의사'가 사라진 나라를 원하십니까?
- 편집자 회의에서 나온 질문 "왜 썸을 안 타는 겁니까?"
- 어느 미루기 중독자의 고백... '전력을 다하기 무서웠다'
- "전치 9주인데 사랑의 매?" 대통령실 의전비서관 딸 학폭 논란
- "59분 대통령""이럴 거면 뭐하러..." <조선> 논설주간의 직격탄
- [오마이포토2023] "가자 폭격 중단하라!" 팔레스타인 연대 행진
- 존엄하게 죽기를 원하는 당신이 알아야 할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