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내기 공무원 무릎 꿇리고 발길질까지… 악성 민원인 징역형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 40대 민원인에 징역 1년 6개월
공무원 향한 악성 민원 지난 5년간 12만건

새내기 공무원을 무릎 꿇리고 가슴 부위를 발로 차는 등 폭행과 폭언을 행사한 악성 민원인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20일 부산지법 형사5부(장기석 부장판사)는 공무집행방해, 상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A(40대) 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7월 25일 부산 동래구의 한 행정복지센터에서 공무원 B씨를 밖으로 불러내 무릎을 꿇린 후 가슴 부위를 발로 차는 등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또 B씨를 볼펜으로 찌를 듯이 위협한 혐의도 받는다.

[사진출처=픽사베이]

당시 A씨는 해당 행정복지센터에 방문해 기초생활수급을 신청했다. 담당자 B씨는 '빨리 처리해달라'는 A씨의 재촉에 상급자에게 민원 내용을 보고했는데, A씨는 B씨가 상급자와 대화하는 모습을 보고 자신을 비웃는다고 생각해 격분했다.

이에 A씨는 B씨를 밖으로 불러낸 뒤 "내 이야기를 그딴 식으로 웃으면서 하냐. 개인정보 유출로 파면당한 공무원들 못 봤냐"며 "무릎 꿇고 사과하라"며 B씨를 윽박 질렀다. 그러면서 B씨의 가슴을 발로 차 넘어뜨리고, B씨가 다시 일어나자 볼펜으로 찌를 듯한 태도로 위협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의 폭행으로 B씨는 타박상 등 전치 2주의 상해를 입었다.

A씨는 2008년부터 지속해서 행정기관을 방문해 복지 지원을 요청하고, 자신이 원하는 대로 되지 않으면 공무원들을 상대로 폭언을 일삼은 것으로 전해졌다. B씨의 동료는 법정에서 "사건 이후로도 (행정복지센터에) 자주 찾아왔고 요구 사항도 많아 힘들었다"고 증언했다.

A씨는 이런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인하고도 법정에서 "협박하지 않았고 B씨가 스스로 무릎을 꿇었다"고 주장했다. 또 B씨를 발로 찬 것이 아니라 허공에 발길질을 한 것이라고 변명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A씨의 폭행과 욕설 행위를 유죄로 인정했다. 다만 A씨가 B씨를 볼펜으로 위협한 혐의는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신입 공무원이던 피해자는 이 사건으로 큰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인은 피해 공무원에게 미안한 마음보다는 여전히 범행 일체를 부인하며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사건 이후에도 민원인을 직접 응대해야 하는 피해 공무원의 업무 특성을 고려하면, 피해자가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유사 범행에 대한 두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관대하게 처벌할 경우 또다시 유사 범행을 저지를 개연성이 높다고 판단되는 점 등을 고려해 실형을 선고한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공무원 향한 악성 민원 지난 5년간 12만건

한편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이 10일 행정안전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폭언·폭행·성희롱 등 공무원을 향한 악성 민원은 지난 5년간 12만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에 1만8525건이었던 악성 민원 건수는 ▲2019년 2만5548건 ▲2020년 2만6086건 ▲2021년 2만7133건 ▲2022년 2만6685건을 기록했다. 지난해 악성 민원 건수는 직전 연도와 비교해 소폭 줄었지만, 2018년에 비해 44% 이상 증가한 수치다.

공무원들이 악성 민원인에게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정부는 지난해 민원처리법 시행령을 개정해 민원실 안전요원 배치 등 구체적인 보호조치를 도입했다. 그러나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휴대용 보호장비 보급은 63.5%, 전담부서 지정은 71.8%만 설치되는 등 아직 보호 환경 조성은 완비되지 않았고, 지자체별 차이도 큰 것으로 알려졌다.

김현정 기자 kimhj2023@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