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의전비서관 자녀학폭 의혹 즉각 조사 착수(종합)
'학폭근절' 의지 밝혀온 尹 지시로 알려져
野 김건희 여사 비선실세 의혹 재점화 사전차단
공직기강비서관실 조사로 김 비서관 순방서 배제
대통령실은 20일 초등생 자녀의 학교폭력 무마 의혹이 제기된 김승희 의전비서관에 대해 공직기강비서관실이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올해 내내 교권 확립과 함께 학교 근절을 강조한 데다 조만간 국회 운영위 국정감사를 앞둔 만큼 발 빠른 대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같은 신속한 조사 착수를 계기로 김 비서관이 김건희 여사의 비선실세라는 일각의 의혹도 불식시키려는 의도로 관측된다.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대통령실 의전비서관 자녀의 학폭 문제가 오늘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제기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조사를 위해 내일 윤 대통령의 (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 순방수행단에서 김 비서관을 배제 조치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국회 교육위 소속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경기도교육청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김 비서관 딸의 폭행 사건 관련 의혹을 제기했다. 김 의원은 "초등학교 3학년인 김 비서관의 딸이 2학년 여학생을 화장실로 데려가 변기에 앉혀 10차례 리코더와 주먹으로 머리, 얼굴을 폭행해 전치 9주의 상해를 입혔다"며 "학폭 심의는 사건 발생 두 달이 넘어 열렸고 피해 학생의 어머니는 선처할 마음이 없으며, 강제 전학을 요구했지만, 학급 교체 처분이 결정됐다. 가해 학생은 3학년이고 피해 학생은 2학년인데 학급 교체가 실효성이 있느냐"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학폭위 심의 결과상 16점부터 강제 전학 처분인데, 가해 학생은 15점을 받아 강제 전학을 면했다"며 "피해 학생의 학부모는 심사위원들이 강제 전학 조치가 부담스러워 점수를 조정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에 가해 학생의 전학을 요구 중"이라고 설명했다.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의 김 비서관의 조사 착수는 윤 대통령의 지시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올해 2월 학폭 근절 대책을 보고하라고 지시했고, 교육부는 두 달 만인 4월 종합대책을 발표할 만큼 학교 폭력에 대해 강경한 입장이다. '윤 대통령이 직접 지시한 사항 있었나', '조사 착수는 어느 선의 결정인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 안에 다 담겨 있다"며 "대변인이 와서 직접 발표한 것을 보면 알지 않겠나"라고 말하기도 했다.
'국회 국정감사 전에 관련 보고를 받았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 관계자는 "보도를 보고 저희도 알았고, 지금 관련 상황을 파악 중"이라며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고위공직자로서 직위를 부당하게 남용한 게 있는지, 또 처신이 적절하지 않은 부분 있는지 조사할 것"이라고 전했다.
대통령실은 김 비서관을 즉각 공직기강비서실 조사에 넘겨 김 여사의 비선실세 의혹으로 재차 번지는 것을 방어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김 비서관은 윤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 선거캠프에서 홍보본부 기획단장을 지냈다. 윤 대통령이 지난해 5월 취임한 직후 대통령실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으로 임명됐고, 지난 4월에는 의전비서관으로 승진했다. 과거 이벤트 대행회사를 운영하던 김 비서관은 고려대 미디어대학원 최고위과정 30기로 김 여사와 동기다. 이 때문에 김 비서관이 선임행정관으로 임명됐을 때부터 김 여사의 친분으로 대통령실에 들어온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아왔다.
김 의원도 이날 국감에서 김 비서관이 김 여사의 측근이고, 그의 부인이 학교장의 긴급조치로 내려진 가해학생 출석정지일에 김 비서관과 윤 대통령이 함께 있는 사진을 카카오톡 프로필로 올렸다며 "학부모들과 선생님들까지 아이의 부모가 누군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아울러 여당인 국민의힘이 지난 12일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패배한 데다 국회 운영위의 대통령실 국정감사가 다음 달 7일 열리는 만큼 더이상 민심을 잃지 않겠다는 의지로도 해석된다. 윤 대통령은 최근 참모진을 만날 때마다 "국민은 늘 무조건 옳다. 어떠한 비판에도 변명해선 안 된다"며 "우리가 민생 현장으로 더 들어가서 챙겨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한편 윤 대통령의 이번 사우디·카타르 국빈 방문에는 김 비서관 대신 김태진 외교부 의전장이 동행할 예정이다.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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