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포커스] 미완의 거포 터뜨린 김태형의 '눈'…한동희·고승민에겐 어떨까
차승윤 2023. 10. 20. 16:52
김태형 롯데 자이언츠 감독은 '눈'이 부산에서도 그 빛을 발할 수 있을까.
롯데는 20일 "김태형 감독을 제21대 사령탑에 선임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계약 기간은 3년, 총액 24억원(계약금 6억원, 연봉 6억원)의 조건이다.
단국대를 졸업하고 1990년 OB 베어스(현 두산 베어스)에 입단한 김태형 감독은 2001년 선수 생활을 일찍 마감했다. 이후 지도자에 입문했고, 2015년 두산 사령탑에 부임했다. 강력한 카리스마의 김태형 감독은 재임 8년 동안 승부사 기질을 발휘했다.
김태형 감독의 두산 재임 시절은 한두 개 키워드만으로 정리할 수 없다. 전임 감독들이 만든 화수분 야구와도 달랐다. 감독 커리어 초중반은 압도적인 1군 로스터를 구축하는 데 일가견이 있었다. 2020년 이후 팀 전력이 떨어지던 시기에는 언더독 전력으로 가을야구 기적을 일으켰다. 취임 선물로 장원준(두산)을 영입했던 두산 구단은 김재호, 오재원, 김재환 등 여러 선수들을 붙잡았으나 더 많은 선수를 놓쳤다. 그런 가운데 7년 연속 한국시리즈(KS) 진출과 세 차례 우승을 거뒀다. 장점도, 단점도 복잡다단한 리더다.
하지만 그 모든 걸 관통하는 하나의 키워드가 있다. '눈'이다. 김태형 감독은 적어도 대외적으로는 세밀한 데이터로 선수를 분석하고, 평가하지 않았다. 대신 경기 흐름과 선수를 보는 자기 기준이 분명했다. 자신감 있다고 답하면서도 마운드에 올라가면 주저하는 선수들의 속마음까지 꿰뚫어 봤다고 전해진다.
김태형 감독 부임 당시 두산은 세대 교체의 한가운데 있었다. 2013년 KS 준우승을 거둘 때만 해도 두산은 리드오프 이종욱, 유격수 손시헌, 1루수 최준석 등의 존재감이 컸다. 모두 김경문 전 감독 시절 주축으로 성장한 이들이었고, 그해 종료 후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는 타자들이었다.
시즌 후 이종욱과 손시헌이 NC 다이노스로 이적했고 최준석은 그해 부진에도 포스트시즌(PS) 활약에 힘입어 롯데로 갔다. 그러나 2년이 채 지나지 않아 세 사람의 자리는 1군 백업으로 자리잡던 김재호, 민병헌, 허경민, 오재일 등으로 대체됐다.
세대 교체 과정은 계속됐다. 두산은 2015년 첫 우승을 거두고도 다음 해 정규시즌 우승을 확신하기 어려웠다. 팀 내 최고 타자 김현수가 메이저리그(MLB)로 떠났다. 2015년 타율 0.328 28홈런 121타점, 출루율 0.438과 장타율 0.541을 기록한 김현수는 대체 불가 자원이었다.
하지만 2015년부터 꾸준히 기회를 줘 온 자원들이 2016년, 김현수가 떠나자 마자 잠재력을 만개했다. 김재환이 37홈런 124타점을 쳤고 오재일은 전년도 14홈런의 두 배 가까운 대포(27개)를 쐈다. 2015년 70경기 타율 0.342로 가능성을 보여준 박건우도 2016년과 2017년 모두 풀타임을 뛰면서 리그 정상급 타자로 변신했다. 1년 만에 성공한 이는 없었으나 김 감독의 눈에 들고 1군에서 기회를 받은 선수들 다수가 끝내 자리 잡았다. 두산이 6년 넘게 전력을 유지해 온 비결이다.
롯데의 야수 자원은 당시 두산 못지 않다. 올 시즌'만' 부진했던 한동희, 상무 전역(11월 예정)을 앞둔 나승엽, 지난해 압도적인 타구 속도를 보여준 고승민,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낸 윤동희, 올해 교타자로 가능성을 보여준 김민석까지 20대 초중반 선수로만 타선을 짤 수 있을 정도다. 지난해 기준 강한 타구(스포츠투아이 기준 150㎞/h 이상) 비율만 봐도 한동희(39.5%) 고승민(43.1%)은 최상위권에 위치했다. 터지기 전 김재환, 박건우 등을 연상하게 한다.
그러나 이들 모두가 잠재력을 터뜨렸다면 올해 롯데 순위가 7위가 아니었을 거다. 한동희(OPS 0.583) 고승민(0.649) 윤동희(0.683) 김민석(0.652) 모두 기대 대비 아쉬운 성적을 남겼다. 퓨처스(2군)리그에서 OPS 0.869를 기록한 나승엽 정도가 기대치를 채웠으나 1군 성적이 아니다.
재료는 충분하다. 김태형 감독이 믿음을 주기 충분한 재능이다. 1년 안에 자리를 못 잡을 수도 있다. 그래도 성공한다면 충분하다. '포스트 이대호'를 향한, FA 영입에 대한 롯데의 갈증도 빠르게 해소될 거다. 그리고 그렇게 가을야구에 오른다면 비로소 승부사 기질로 큰 꿈까지 꿔볼 수 있다. 그때가 비로소 '김태형의 시간'이다.
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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