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동 학원 강사 출신 감독 "경험 녹였다, 일부 부모가 문제"
[이선필 기자]
▲ 영화 <독친>을 연출한 김수인 감독. |
ⓒ 트리플픽쳐스 |
올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이 감독의 활약이 돋보였다. 첫 장편 연출 데뷔작 <독친>과 조감독을 맡은 < 2035 >라는 페이크 다큐멘터리 영화가 나란히 선보였기 때문이다. 기세를 몰아 <독친>은 오는 11월 1일 공식 개봉도 앞두고 있다.
엄마의 집요함과 폭력으로 끝내 죽음을 택했던 한 학생의 이야기를 그린 <독친>은 제목처럼, 부모의 역할과 그 중요성을 짚는다. 공교롭게 연일 학원가와 학부모 관련 사건이 사회 문제로 떠오르는 요즘이다. 대학 입학 이후 대치동 학원 강사 및 여러 사설 학원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김수인 감독은 주변 일들과 영화적 상상력을 더해 지금의 결과물을 내놓았다. 20일 오후 서울 시청 인근에서 감독을 만났다.
교육 문제와 양육의 문제
'아이에게 독이 되는 부모'라는 뜻의 독친은 지금의 제작사 대표가 처음 꺼낸 단어였다. 2021년 초 무렵 초고를 완성했고, 영화화까지 1년여가 걸렸다. 해당 시나리오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예산 지원을 받게 된 덕이었다. 초고를 각색하면서 감독은 본인의 경험은 물론이고, 지인들과 주변 작품들을 두루 탐닉해나갔다고 한다.
"지금의 사회문제가 터지기 전부터 기획한 이야기였는데 공교롭게 지금 공개되게 됐다. 대치동 국어학원에서 2년간 근무했을 때 경험이 일부 담기긴 했지만, 마치 극성 학부모를 많이 만났던 것처럼 비칠까 걱정이다. 일하면서는 정말 모범적이라 생각되는 부모님도 많았다. 정말 일부의 사람들이 문제였지. 제가 전에 시나리오 입시 학원이나 아역배우 매니지먼트 회사에서도 일한 적이 있다. 지금은 1년에 한 학기씩 대학에서 강의도 한다. 적게는 세 살부터 많게는 성인층의 연령대에게 강의를 하다 보니 학생들의 삶을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다.
▲ 영화 <독친>의 한 장면. |
ⓒ 미스터리스튜디오 |
이런 맥락에서 김수인 감독은 <독친>을 단순히 교육 문제를 다룬 영화로 규정하는 것보단 양육 영화로 봐달라고 말했다. 학원가 문제가 이슈가 되었기에 영화를 홍보한다는 인상을 주고 싶지 않은 이유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이런 문제가 모두 가정 및 양육 환경에서 비롯된 것이기에 고질적인 사회 문제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결국, 오래전부터 쌓여온 문제가 지금 한 번에 터진 것 같다. 영화를 보신다면 부모가 자녀를 위해 하는 모든 행동이 무조건 정당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심을 해보셨으면 좋겠다. 반대로 자녀 입장에선 때로는 부모를 미워할 수도 있는데 그게 무조건 자녀가 나빠서는 아님을 생각해보셨으면 좋겠다. 서로에게 위로가 되는 작품으로 얘기되면 좋겠다. 사실 화목한 가정이라는 것 자체가 되게 애매한 것 같다. 어떤 관계든 불편한 지점이 있기 마련이다. 가족도 마찬가지다. 문제가 있다면 평생에 걸쳐 해결해 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근데 피가 섞였다는 이유로 해결 안 되는 문제를 계속 끌고 나간다면 문제가 되는 것 같다. 그 안에서 해결할 수 없다면 끊어내는 용기도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
▲ 영화 <독친>의 한 장면. |
ⓒ 미스터리스튜디오 |
신인감독 입장에서 캐스팅에도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을 터. 엄마 혜영 역을 맡은 장서희, 그리고 오 형사로 극의 중심을 잡아준 오태경에게 감독은 새삼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혜영 역할을 찾으며 느꼈는데 한국에 중년 여배우 풀이 많지 않더라. 물론 작품 활동을 하시는 많은 분들이 계시긴 하지만, 20대 남자 배우에 비해 떠오르는 분들이 많진 않았다. 그러다 장서희 선배님을 떠올리게 됐는데 시나리오를 보시고 흔쾌히 하시겠다고 해주셨다. 어렸을 때부터 선배님을 보면 굉장히 귀여운 상이라고 느꼈다. 귀엽고 차분하고 우아한 얼굴이신데 그 이면에 집착적인 엄마 얼굴이 있다면 어떨까 싶더라.
오 형사는 처음부터 태경 선배를 생각해서 만든 캐릭터다. 영화에서 객관적 거리를 유지하고 있는 인물인데, 오태경 선배가 실제로도 굉장히 차분하고 객관적인 분이거든. 그런 면에 영화에 잘 표현될 수 있을 것 같았다. (부천국제판타스틱 영화제 초청작인) < 2035 >라는 영화 조감독을 제가 했는데 그때 태경 선배를 처음 뵈었고, 시간을 보내며 가까워졌다. 벌써 제 작품 중 네 작품을 함께 해주셨다. 제가 한 배우에게 다양한 모습을 끌어내는 걸 좋아하는 것 같다."
문예창작과 전공 후 대학원에서 시나리오 및 연출을 공부해 온 김수인 감독은 협업을 영화의 매력으로 꼽았다. 아무 생각 없이 쉴 때 시나리오를 쓰거나 게임을 할 정도라고. 천직이라는 말이 여기에 어울릴 수 있을 것이다. "범죄 스릴러 시나리오도 세 편 정도 써놓은 게 있다"던 그는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고, 대사를 정리하는 게 가장 재밌는 것 같다"며 강한 의욕을 드러냈다.
"저는 기억이 잘 안나는데 스무 살 때부터 제가 친구들에게 영화감독 하겠다고 얘기하고 다녔다더라. 문창과라지만 소설이라기보단 그저 이야기 만드는 게 좋았다. 그리고 외향적이라 사람과의 관계가 중요한데 그래서 공동작업인 영화가 제게 잘 맞지 않나 싶다. 지금은 뭐가 됐든 일단 재밌는 이야길 만드는 사람이고 싶다. 다른 욕심은 없다.
장편 두 개를 찍고 나니 다음엔 뭘 할까 생각하는 중이다. 갖고 있는 건 많은데, 어떤 걸 선 보여야 저도, 보시는 분들도 만족스러울까 고민이다. 물론 제가 하고 싶은 걸 꺼내겠지(웃음). 일단 첫 영화를 개봉할 수 있어서 마냥 감사하다. 주변에선 떨리냐고 많이 물으시는데 생각보단 떨리지는 않는다. 제가 떨려한다고 관객분들이 더 많이 봐주시는 것도 아니고(웃음). 개봉한 뒤론 제 손을 떠난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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