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김범수, 금감원 포토라인 선다…"시세조종 개입 조사"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의 출석 요구를 받은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금감원 포토라인에 선다. 카카오 핵심 임원이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인수 과정에서 시세조정에 개입한 혐의로 구속되면서, 수사의 초점이 김 창업자 관여 여부로 옮겨갔기 때문이다.
20일 금감원 관계자는 “김 창업자 출석 사실이 언론을 통해 미리 공개된 만큼, 포토라인 설치도 검토하고 있다”면서 “카카오 핵심 임직원의 혐의가 법원에서도 소명된다고 한 만큼, 김 창업자에 대한 관여 여부를 조사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절차”라고 했다. 하지만 통상 조용한 업무 처리 기조를 유지하는 금감원이 주요 조사 대상자의 출석을 공개하는 것은 이례적이란 평가다.
앞서 지난 13일 금감원 특사경은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와 카카오 투자전략실장, 카카오엔터테인먼트 투자전략 부분장 3명에 대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당시 특사경은 “피의자들이 올해 2월 SM엔터 경영권 인수전에서 경쟁 상대방인 하이브엔터테인먼트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2400여억원을 투입해 SM엔터 주식을 하이브의 공개매수 가격 이상으로 시세조종하고, SM엔터 주식에 대한 대량 보유보고(5% 보고)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지난 19일 서울남부지법은 영장이 청구된 3명 중 배 대표에 대해서만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영장을 기각한 나머지 2명에 대해서도 “현재까지 수사결과 객관적 사실관계가 상당한 정도로 규명돼 있다”고 했다.
법원이 핵심 임직원의 범죄 혐의를 어느 정도 인정한 만큼, 김 창업자에 대한 수사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8월 김 창업자의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면서 실무진과 통화하거나 문자를 보낸 내용을 일부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금감원 관계자는 “수사 과정에서 나온 물적 증거들을 바탕으로 김 창업자 개입 여부를 확인할 필요성이 생겼고, 이번 출석도 이를 위해 요청한 것”이라고 했다.
김 창업자 측도 출석 조사에 앞서 법률자문단을 다시 꾸리는 등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김 창업자 측은 원래 “시세조정이 아니라 정당한 장내 주식 매수였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배 대표가 구속되면서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기가 다소 어려워진 측면이 있다. 다만 이번 사건과 관련해 김 창업자의 개입 여부는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창업자 측 법률대리인은 “출석 조사와 관련해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는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고 했다.
김 창업자 조사 결과에 따라서 금감원이 추가 강제수사 절차를 밟을 가능성도 있다. 만약 김 창업자 혐의가 최종적으로 인정된다면, 현행법상 규정한 대주주 적격성에 위배돼 카카오뱅크에 대한 카카오 지위도 흔들릴 수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카카오뱅크의 대주주는 카카오이기 때문에 김 창업자 개인 문제만으로는 대주주 적격을 논할 수는 없다”면서도 “대주주인 카카오가 이 사안에 관여했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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