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때리고, 건강 인증하고…달라진 '안철수의 생존법' 왜?
'건강이상설' 나오자 '마라톤 셀카' 올리며 반박
'언론 노출 및 이미지 소비' 전략 달라졌단 평가
일각선 "安, '내가 여기에 있다'고 말하려는 것"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경기 분당갑)이 존재감을 확대하면서 당내 입지를 키워나가고 있다. 이준석 전 대표를 향해 비판을 쏟아내며 당을 향한 내부총질을 단속하는 한편, 일각에서 제기되는 건강 논란을 정면 돌파하는 등 이전과는 다르게 자신의 모습을 적극 어필하는 모양새다. 정치권에선 이 같은 안 의원의 전략이 혼란에 빠진 당 상황에서 총선을 이끌 수 있는 인물로 자신이 적합하다는 점을 어필하기 위한 셈법이 깔린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안철수 의원은 1만6000명의 서명을 받아 이준석 전 대표의 제명 요구안을 국민의힘 중앙당 윤리위원회에 제출한 상태다. 당 윤리위는 이 전 대표가 중앙당 당직자나 당협위원장이 아니라는 이유로 해당 사건을 서울시당 윤리위로 넘기기로 했다.
안 의원과 이 전 대표의 갈등은 강서구청장 보궐선거가 끝난 직후인 지난 12일 시작됐다. 안 의원은 선거가 끝난 직후 페이스북에 "내부총질 이준석을 제명하고, 합리적인 세력과의 확장정치를 해야한다"며 "당이 옳은 방향으로 가게 하기 위해서 쓴소리를 하는 정치인과 본인의 정치적 입지만을 위해 당을 비판하는 정치인은 구분해야 한다"고 포문에 불을 뿜었다.
이 전 대표는 즉각 해당 페이스북 내용을 공유하며 "말도 안 되는 내용을 길게 쓰고 자빠졌다"고 안 의원에게 반격을 가했다. 그러자 안 의원은 이튿날인 13일 재차 페이스북에 '이 전 대표 제명운동'을 전개하겠단 글을 올려 공세를 확장했다.
이에 이 전 대표는 같은날 "안철수 의원이 보궐선거 패배책임론 앙케이트 조사에서 그다지 많은 표를 얻지 못해서 아쉬운지 총선 패배의 선봉장이 되려고 하는 것 같다"며 "서명운동 열심히 해서 선거에 필요할 개인정보 많이 모으라"고 비꼬았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의 골은 16일에 더 깊어졌다. 안 의원이 먼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준석을 내버려두면 내년 총선에서도 당에 또 내부총질을 할 것이고, 가짜뉴스를 생산하며 방송에 출연해 당을 비아냥거리고 조롱할 것이다. 이런 사건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같은날 안 의원과 같은 장소에서 기자회견을 연 이 전 대표는 정부·여당의 태도 전환을 촉구하며 눈물까지 보인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자신의 제명을 목적으로 온라인 서명 운동을 진행 중인 안 의원에 대해서는 "나는 아픈 사람 상대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문제는 '아픈 사람'이라는 말이 안 의원의 건강 논란으로 번졌다는 점이다. 이 전 대표가 던진 '아픈 사람'이라는 발언에 대해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지난 17일 한 라디오 방송에 나와 "안 의원이 심장에 문제가 생겨서 두 번이나 좀 위험한 상황이 있었다"고 말해 논란이 증폭됐기 때문이다.
논란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안 의원은 전날 인스타그램에 이탈리아 로마에서 찍은 것으로 보이는 셀카 한 장을 게시하면서 "외교통일위 해외 대사관 국감 중 새벽에 일어나 6.43㎞를 달렸다"며 '건강이상설'을 정면으로 반박하기도 했다.
그 직후 안 의원은 페이스북에 이 전 대표의 발언들을 가리켜 "전쟁할 때 내부의 적이 가장 무섭다고 한다. 이 전 대표가 대통령을 향해 묵언수행을 풀어달라고 하더니 유튜브에 출연해 나라의 수장이 '미친×'이라고 하고, 대구에 가서는 대구 국회의원들이 '밥만 먹는 고양이'라고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며 "이런 비난과 조롱을 멈추고 본인부터 묵언수행 하라"고 비난 수위를 높이기도 했다.
이 같은 설전에 당 안팎에서도 관심이 집중되는 모양새다.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7일 YTN라디오에서 "당내에 당을 대표할 수 있는 분들끼리의 집안 싸움은 조금 자제해 주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유승민 국민의힘 전 의원도 전날 MBC라디오에 나와 "두 사람 싸우는 게 너무 보기 흉해서 제발 좀 그만 싸웠으면 좋겠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당 안팎의 시선은 안 의원의 의도로 쏠리고 있다. 평소에 이런 진흙탕 싸움에 나서지 않던 안 의원이 전략을 수정한 이유에 대해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정치권에선 안 의원이 자신의 이미지를 계속 노출시켜 여론의 중심에서 멀어지지 않기 위해 이 같은 움직임을 가져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병민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안철수 의원이 하고 있는 건 정치 행동"이라며 "안 의원 입장에선 이 전 대표와 대결 구도를 가져가 뉴스에 계속 회자돼서 나오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선 안 의원이 당내에서 입지와 역할을 키우려는 시도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실제로 이 전 대표도 지난 17일 한 라디오에서 "지금 안 의원이 홀로 역성혁명을 꾀하고 있단 생각이 든다. 저것은 김기현 지도부가 무너진다고 예상하고 하는 것"이라며 "(안 의원의 공세는) 나에게 비대위원장 주십시오. 제가 이렇게 이준석을 잘 하고 있습니다(라고 어필하는 것)"라고 관측한 바 있다.
실제로 최근 강서구청장 패배로 당이 어려워지면서 '안철수 역할론'이 당 안팎에서 불거지고 있다. 내년 총선의 승부처로 불리는 수도권에서 3선을 지낸 정무감각과 중도·청년층에 소구력이 있다고 여겨지는 안 의원의 이미지가 적극 활용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안 의원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현재 지역구인 성남 분당갑을 고수하기 위해 포석을 까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분당갑은 지난해 6·1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 이전까지는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의 지역구였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비난보다 무관심이 더 무섭다는 말이 있듯 정치인들도 가장 무서워 하는 게 바로 잊혀지는 것"이라며 "안 의원 정도 되는 정치인이 이런 상황을 만들었다면 분명히 의도가 있을텐데 현재 어지러운 당 상황을 수습할 사람이 필요한 시점이란 점을 보면 '내가 여기에 있다'고 말하는 것 같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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