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컬처]신화와 전설을 노래한 '헬로윈'

2023. 10. 20.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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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핼러윈에는 축제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을 모양이다.

이제 핼러윈에는 이태원 참사를 떠올릴 수밖에 없게 됐지만, 그전까지 나에게 핼러윈(Halloween)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이름은 헬로윈(Helloween)이었다.

넓은 의미에서 두 밴드 모두 헤비메탈이라는 장르에 속했지만, 메탈리카는 스래시 메탈(Thrash metal)이라는 하위 장르를 집대성했고 헬로윈은 멜로딕 메탈(멜로딕 스피드 메탈)이라는 하위 장르를 일구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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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결성 아직도 현역
'멜로딕메탈' 하위 장르 개척

올해 핼러윈에는 축제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을 모양이다. 먹고 마시고 노는 일은 잘못이 아니나 수많은 이들이 희생된 날에는, 심지어 1주기인 날만큼은 자제하는 것이 상식적이다. 함께 고인들의 명복을 빌어주고 관련 부처와 지자체에서는 또 다른 안전사고가 발생할 위험은 없는지 점검하는 계기로 삼는 것이 바람직하겠다.

이제 핼러윈에는 이태원 참사를 떠올릴 수밖에 없게 됐지만, 그전까지 나에게 핼러윈(Halloween)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이름은 헬로윈(Helloween)이었다. 1980년대 중반에 독일에서 결성돼 유럽의 헤비메탈을 대표했던 그룹이다. 1980년대는 헤비메탈의 전성시대였다. 웬만한 여자보다 머리를 길게 기른 로커들이 숨은 제대로 쉴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딱 붙는 가죽옷을 입고 무대를 누볐고, 그들의 음악에 매혹당해 하루 종일 고막을 학대하는 헤비메탈을 듣던 아이들을 메탈키드라고 불렀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대중음악의 중심지는 미국이었다. 헤비메탈도 예외는 아니었는데 미국의 메탈 밴드 중 딱 하나만 꼽으라면 이름부터 메탈릭한 ‘메탈리카(Metallica)’일 것이다. 사실 미국과 유럽의 대표 주자라는 이유에서 함께 이야기했지만, 어떤 기준으로 봐도 메탈리카와 헬로윈은 비교 대상이 아니다. 앨범 판매, 공연 수입, 차트 성적, 팬 숫자 등등 모든 면에서 메탈리카가 훨씬 더 우위니까. 오히려 메가데스라는 밴드가 메탈리카의 경쟁자로 제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린 시절의 나는 종종 메탈리카와 헬로윈을 헤비메탈의 양대 산맥으로 여겼다. 넓은 의미에서 두 밴드 모두 헤비메탈이라는 장르에 속했지만, 메탈리카는 스래시 메탈(Thrash metal)이라는 하위 장르를 집대성했고 헬로윈은 멜로딕 메탈(멜로딕 스피드 메탈)이라는 하위 장르를 일구었기 때문이다. 전자는 멜로디를 거의 배제하고 후자는 멜로디를 극대화한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는데, 가사에서도 대조를 보인다. 스래시 메탈은 사회 비판을 담은 현실적 가사가 주류였고, 멜로딕 메탈은 신화와 전설을 노래했다. 헬로윈의 대표작인 ‘키퍼 오브 더 세븐 키즈(Keeper of the seven keys)’ 연작 앨범도 ‘반지의 제왕’ 같은 판타지 테마를 음악으로 만든 것이다.

헬로윈이 메탈리카에 열세였던 것처럼, 멜로딕 메탈은 늘 스래시 메탈보다 인기가 없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두 장르의 우위가 바뀌었다. 독일의 헬로윈에 이어 핀란드의 ‘스트라토바리우스(Stratovarious)’, 이탈리아의 ‘랩소디 오브 파이어(Rhapsody of fire)’등으로 명맥을 이어오던 멜로딕 메탈(요즘은 파워 메탈이라고도 부르는) 장르에 수많은 추종자들이 등장한 반면, 스래시 메탈은 쇠락한 도시마냥 위축됐다. 소설과 영화에서도 판타지 장르는 전성기를 맞이했다. 특히 젊은층이 더 열광한다. 문화가 시대를 반영한다는 점을 생각해볼 때, 현실을 비판하고 바꾸어보려다 지친 사람들이 아예 현실을 외면해 버리고 환생과 불 뿜는 용과 용맹한 기사에 열광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놀랍게도 1980년대 중반에 결성된 헬로윈은 아직도 활동 중이다. 소싯적 그들의 팬이었던 독자들은 최근 공연 영상을 찾아보시고, 아직 헬로윈을 모르는 분들께는 노래를 추천한다. 멜로딕 메탈의 원형이라고 할 만한 ‘신들의 황혼(Twilight of the gods)’. 노을을 마시고 번개를 던지는 고대의 신들을 떠올리며 잠시 현실을 도피해볼까.

이재익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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