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우크라 주려던 포탄 이스라엘 준다…바이든 "전례 없는 지원"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대국민 연설을 통해 이스라엘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재차 약속했다. 이와 관련,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보내려던 포탄 수만 발을 이스라엘로 돌리고 있다는 외신 보도도 나왔다.
美 포탄, 우크라 대신 이스라엘 지원
바이든 대통령의 연설에 앞서 이날 미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이스라엘 당국자 3명을 인용해 "미 국방부가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려던 155㎜ 포탄 수만발을 이스라엘에 보낼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 지원 포탄은) 미국이 비상시에 대비해 비축한 무기 중 우크라이나에 보내기로 수개월 전 지정해 놓은 포탄 물량"이라며 "미 당국자들은 이번 포탄 사용처 변경 결정이 우크라이나 전황에 즉각적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이 같은 전용(轉用)이 반복되면 미국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지원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내 이같은 우려를 의식해 이날 연설에서 우크라이나 지원도 거듭 강조했다. 그는 "하마스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각기 다른 위협을 대표하지만, 모두 이웃한 민주국가를 몰살시키려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양국의 승리가 미국의 국가안보에 중요하기 때문에 이스라엘과 함께 우크라이나 지원을 포함한 예산을 의회에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이 의회에 송부할 예산에는 이스라엘 지원을 위한 140억달러(약 19조원),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한 600억달러(약 81조원), 긴급한 인도적 지원 100억달러(약 14조원), 국경 안보 140억달러(약 19조원), 인도·태평양 지역 예산 70억달러(약 9조원) 등이 포함돼, 총 1000억달러(약 135조원)를 넘어설 전망이다.
하지만 현재 미 하원은 공화당 소속인 케빈 매카시 전 의장 탄핵 사태 이후 지도부 공백이 계속되고 있어 해당 예산안이 빨리 통과될 지는 미지수다. 워싱턴포스트(WP)는 "공화당이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을 경계하는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를 돕는 것에 대한 대중의 지지를 지속할 수 있느냐는 정치적 질문에 당면했다"고 짚었다.
미국은 이스라엘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으로 자국민에 대한 테러 위협이 한층 높아지면서 전세계 자국민들에게 안전주의보를 발령했다. 미 국무부는 이날 "세계 여러 곳에서 고조된 긴장으로 인해 미국민 및 그 이해관계를 겨냥한 테러 공격, 시위, 폭력적 행동 가능성이 있다"며 "해외의 미국민에게 더욱 (신변 안전에) 주의할 것을 권고한다"고 발표했다.
이라크·시리아 등 중동에 있는 미군 기지에서도 불안이 커지고 있다. 미군과 기타 국제군이 주둔하는 이라크 서부의 아인 알아사드 공군기지와 바그다드 국제공항 근처 미군 기지 등이 이날 드론과 로켓 여러 대의 공격 시도를 받았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앞서 전날엔 시리아 주둔 미군이 드론 공격을 받았다.
반(反)유대주의 범죄와 친(親)팔레스타인 시위로 혼란스러운 유럽 각국은 국경 경계 강화에 나섰다. 심지어 이탈리아·슬로베니아 등은 국경을 걸어잠그는 등 유럽연합(EU) 국가간 자유로운 인적·물적 이동을 보장하는 셍겐조약을 일시적으로 중단한 상태다.
확전 우려…예멘 반군도 가세하나
팻 라이더 미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홍해의 미 해군 구축함이 후티 반군이 쏜 순항미사일 3발과 여러 대의 드론(무인기)을 요격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사일 등이 겨냥한 목표물을 확실히 말할 순 없으나, 이스라엘 내부의 타깃을 향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아라비아반도 남쪽에 위치한 예멘은 오랜 내전 상태다. 시아파 무장 단체인 후티 반군은 지난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 배후로 지목된 이란의 지원을 받고 있다. 마찬가지로 이란의 지원을 받는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 단체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북부에서 이스라엘을 공격하는데 이어 후티 반군까지 가세하는 모양새다.
이처럼 확전 가능성이 높아지자, 이스라엘은 20일 레바논 접경도시 키르야트 시모나 주민들에게 대피령을 발령했다. 레바논에 체류 중이던 한국 국민도 출국을 서두르고 있다. 외교부는 "일부 국민은 이미 레바논을 빠져나갔다"며 "현재 약 170여명이 현지에 머무르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이 확전을 경계하는 가운데, 리시 수낵 영국 총리도 이날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해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중동 지역의 추가 확전을 피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21일에는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을 비롯해 요르단·튀르키예·그리스·키프로스·독일·이탈리아·카타르·사우디아라비아·쿠웨이트·아랍에미리트(UAE) 등 대표단이 이집트 카이로에 모여 확전을 방지하고 민간인 희생을 막기 위한 논의를 할 예정이다.
라파 검문소, 하루 늦은 21일 개방
이에 맞서 하마스 정치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는 20일 전 세계 아랍인들과 무슬림에게 총동원령을 내렸다고 예루살렘포스트가 전했다. 이스라엘 등에 항의하고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시위를 촉구하는 한편 주변 국가에 사는 지지자들에게는 이스라엘 국경을 향해 행진해달라고 당부했다.
하마스는 또 이스라엘의 공습 비판에 열을 올리고 있다. 19일 "이스라엘군의 폭격으로 가자지구 내 그리스정교회 교회와 난민촌에 있던 민간인이 다수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하마스는 가자지구 내 알아흘리 병원이 이스라엘군 미사일에 피격돼 471명이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스라엘과 미국은 "이스라엘군이 아닌 하마스의 로켓 오폭"으로 결론낸 상황이다. 또 사망자 수 역시 미 정보당국은 하마스 측 주장과 달리 "100~300명 규모"로 추정하고 있다.
가자지구에서 이집트로 통하는 유일한 관문인 라파 검문소는 당초 예상(20일)과 달리 21일 개방될 것으로 보인다. 유엔은 "가자지구에 대한 첫 구호물품이 라파 검문소를 통해 다음날 즈음에 도착할 전망"이라고 20일 밝혔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이날 이집트에 도착해 바로 라파 검문소로 가서 가자지구 구호품 반입 준비 상황을 점검했다. 이집트 쪽 검문소 앞에는 세계 각국과 국제단체에서 보낸 트럭 150여대 분량의 구호물자가 가자지구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대기 중이다.
한편 하마스 정치국 소속 오사마 함단은 "(이스라엘에서 납치한) 인질이 정확히 몇 명인지 모르며, 하마스 외에 또 다른 팔레스타인 무장 세력인 이슬라믹 지하드(PIJ)를 포함해 여러 단체가 데리고 있다"고 19일 주장했다. 이스라엘군은 현재 가자지구 내 인질 수를 203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박소영 기자 park.soyoung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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