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쏟아지는 의원 질의... 더 정확할 순 없을까
[임병도 기자]
국정감사가 한장이다. 하루에도 수백 건의 의원실발 보도자료가 쏟아진다. 일부 보도자료엔 통계 오류나 오타가 있거나 피감기관 제공 자료를 잘못 해석한 것도 있다. 때로는 정쟁을 유발할 가능성이 큰 자료도 있다. 이들 국정감사 자료는 국정감사장에서 의원의 질의로 연결되기 때문에 신중을 기해 만들어져야 함이 마땅하다. 국정감사 기간뿐만 아니라 국회의원실의 자료는 늘 정확해야 한다. 여론에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의원실 보도자료가 부정확하거나 오류가 발생하는 주 원인은 짧은 기간에 한정된 인력으로 준비를 하다 보니 제대로 된 검증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한 자극적인 정쟁형 질의가 나오는 배경엔 '한방 심리'가 있다. 지상파, 유튜브 등을 통해 생중계되고 이것이 재상산되는 미디어 환경 때문에 자신들의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기회로 삼는 것이다.
언론사와 기자들은 범람하는 자료 속에서 검증보다는 받아쓰기에 급급한 보도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특히 자극적인 제목의 보도자료를 검증 없이 그대로 인용 보도하는 경우도 왕왕 있다.
올해 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의 최대 쟁점은 '가짜뉴스'였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을 비롯해 여당 의원들은 가짜뉴스로 인한 사회적 피해가 심각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국회부터 반성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눈여겨 볼만한 두 가지 사례가 있다.
▲ 10월 18일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이 김진욱 공수처장에게 조선일보를 들고 질의하는 모습 |
ⓒ 국회방송 갈무리 |
지난 1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국정감사장.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이 언론 보도 내용을 근거로 질의했다가 공수처의 반박을 마주하는 일이 벌어졌다.
19일 오후 질의에서 조수진 의원은 김진욱 공수처장을 향해 <조선일보> 기사를 손에 들고 질의했다. 해당 기사는 지난 9월 12일 자 <[단독] 공수처 "서해 피살 사건 감사는 불법" 감사원 수사>였다.
조 의원은 "공수처가 감사원이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 감사 등을 개시한 것을 위법으로 보고 수사하고 있나"라고 물었다. 그는 "공수처가 서해피격사건 감사 관련해서 '정식수사가 아니다'라고 입장을 밝혀서 묻는 것"이라며 "그럼 수사 하고 있는 것 아닌가?"라고 질의했다. 김진욱 처장은 "(조 의원 질의를) 이해 못 하겠다. 그 사건은 검찰 수사사건이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조 의원은 "정식수사가 아닌데 (압수수색) 영장에 서해피격감사라고 명시가 돼 있다(는 언론보도가 있다)"라고 되물었다. 그러자 김 처장은 "영장에 모두 사실이나 관련사실로 언급이 됐다는 말(질문)인 것 같다. 영장의 모두 사실에 들어갔어도 그것이 우리(공수처)가 수사하는 것과 관련이 없을 수도 있다"라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공수처의 수사 사건이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조 의원은 김 처장과 설왕설래하던 중 <조선일보> 기사 제목을 읽으면서 "그럼 이 기사가 사실인가, 사실이 아닌가" "오보 대응을 했나"라고 재차 물었다. 김 처장의 답변은 "좀 와전된 것 같다"였다.
이어 발언을 한 공수처 수사기획관은 해당 보도와 관련해 '감사원의 해명 자료 주에 서해피격사건이 들어가 있다 보니 공수처의 수사대상이냐는 지적이 있었지만, 수사대상이 아니다'는 취지로 설명을 이어갔다.
이후 김 처장은 공수처 대변인실로부터 받은 쪽지 내용에 근거해 "9월 12일 <조선일보> 보도 후에 대변인실에서 출입기자에게 문자로 공지를 했고, YTN은 정식 수사가 아니라고 정정보도를 했다"고 설명했다. 오보 대응을 했음을 밝힌 것이다.
이 현장을 두고 송요훈 MBC 기자는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실 확인은 언론윤리의 기본이다. 이런 보도의 경우 사실 여부 확인은 당사자인 공수처에 하면 된다. 아주 쉽다"면서 "<조선일보>는 그런 기본 사실 확인조차 확인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송 기자의 말을 정리하면, 문제가 있는 사안과 관련 보도의 앞뒤 정황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않고 질의했다는 것.
▲ 2022년 11월 7일 국회 행안위에서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노총 추모 이미지와 각시탈 쓴 남성 사진을 한 화면에 띄워 놓고 질의를 했다. |
ⓒ 국회방송 갈무리 |
국회에선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들고 오거나 인터넷에 떠도는 가짜뉴스를 근거로 현안질의하는 사례도 발생한다. 지난해 사례이긴 하지만, 이태원 참사 1주기를 앞두고 있어 소개한다.
지난해 11월 초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현안질의에서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은 윤희근 경찰청장을 상대로 온라인에 떠도는 '각시탈' 관련 질의를 했다. 이 의원은 PPT 화면에 민주노총의 조합원 희생자 애도 이미지와 이태원 참사 당일 각시탈 코스프레를 한 사람의 사진을 화면에 띄웠다.
이 의원은 "앞에 보이는 민주노총 홈페이지에 이게 떴다고 그러는데 이게 사실인가. 민주노총에 관계된 두 사람이 현장에서 사망했다고 하는데 사실인가"라고 물었고 "옆에 (사진 속) 각시탈 쓴 사람들이 특정 정당 관계자라고 많이들 얘기한다. 단소를 들고 현장을 지휘했다는 얘기도 한다. 이런 내용들 확실하게 규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후 민주노총은 성명을 통해 "민주노총을 음해하고 희생자를 욕보인 이만희 의원과 윤희근 경찰청장의 만행을 그냥 두지 않고 동원 가능한 모든 수단을 활용해 응징할 것"이라며 "참사 앞에서, 희생당한 이들 앞에서 인정하지 않고 사과하지 않으며 책임지지 않으려고 벌이는 오늘의 이런 인면수심의 행태가 결국 정부와 여당 스스로 자기 무덤을 파는 것이었음을 똑똑히 보여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다음날인 11월 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제가 이걸 민주노총하고 각시탈을 연결시켜서 말씀드린 게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이 의원은 "(각시탈에 대해선) 사실은 많은 인터넷상이나 유튜브상에도 얘기들이 많이 떠돈다"고 말해 정보 출처가 유튜브임을 밝혔다.
당시 인터뷰에서 그는 "대형참사에서 벌어지는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 명백하게 철저하게 수사해서 한 점 의혹도 남겨서는 안 된다. 사안의 실체를 정확히 밝혀달라, 그 요구를 한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각시탈과 민주노총을 연결시킨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참고로 각시탈 쓴 사람과 관련한 루머는 지난해 11월 11일 특별수사본부 조사 결과 무혐의로 종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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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독립언론 '아이엠피터뉴스'에도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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