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전자파 논란' 아이폰12, 국내서는 기준 충족
5년간 재조사 없어…"주기적 사후관리 필요"
프랑스에서 전자파 인체 보호 기준을 초과해 판매 중지 사태에 처했던 아이폰12 시리즈를 국내서도 재조사한 결과, 기준에 부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립전파연구원은 20일 국내 유통 중인 아이폰12 시리즈 4개 모델 모두가 전자파 인체보호 기준을 충족한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12일 프랑스 전파관리청(ANFR)은 아이폰12가 전자파 인체 보호 기준을 초과한다고 발표했다. 프랑스 시장에서 유통되는 휴대전화 141대에 대해 전자파 인체 흡수율(SAR)을 측정했는데, 아이폰12는 손발 부문 기준치(4.0W/㎏)를 초과(5.74W/㎏)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프랑스 당국은 판매 중지와 시정 명령을 내렸다.
EU보다 엄격한 韓 기준…"보디 디텍트·국가별 출력 탓"
스마트폰 출력이 높아지면 전파 도달 거리가 길어져서 통신 품질이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전자파 강도도 세져서 인체에 흡수되는 양이 늘어난다. 세계보건기구(WHO) 국제암연구소(IARC)는 전자파를 암 유발 가능성이 있는 2B군 발암물질로 분류했다. 각국은 전자파 인체 흡수율 기준을 세우고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 한국은 전자파 흡수율을 머리와 몸통은 1.6W/㎏, 손발 4.0W/㎏으로 규정한다. 유럽은 몸통 2W/㎏, 손발 4.0W/㎏이다. 중요도를 반영해 인체 부위별로 기준을 다르게 설정했다.
국립전파연구원에서 진행한 이번 검증은 국제 기준에 따라 아이폰12 시리즈에서 나오는 전자파가 머리, 몸통, 손발에 흡수되는 비율을 측정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측정 결과 머리(0.93~1.17W/㎏), 몸통(0.97~1.44W/㎏), 손발(1.75~2.63W/㎏) 모두 전자파 인체보호 기준을 충족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 기준이 유럽보다 더 엄격한데, 프랑스에서만 기준치를 초과한 것은 의아하다. 이는 측정 방식 차이와 '보디 디텍트(Body Detect)' 기능 작동 여부로 인한 결과로 보인다. 스마트폰으로 전화할 때 대개 뺨에 밀착해서 쓰기 때문에 머리 흡수율을 측정할 때는 인체 모형의 얼굴에 밀착해서 측정한다. 반면 몸에 바싹 붙여서 쓰지 않기 때문에 손발은 5~15㎜ 띄워서 측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프랑스에서 팔다리에 밀착해서 측정했을 때 이 같은 결과가 나왔기 때문에 이번에는 손발도 프랑스와 동일하게 신체에 밀착해서 실시했다.
여기에 아이폰의 보디 디텍트 기능이 프랑스 검사 시에는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보디 디텍트 기능은 신체에 접촉한 상황에서는 출력을 낮추고, 접촉이 없다고 판단되면 출력을 높이는 기술이다. 소비자가 손에 들고 사용할 때를 고려해 출력이 낮아진 상태로 측정해야 하는데, 테이블 위에 놓인 것처럼 출력이 세진 상황에서 측정해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는 것이다.
애플은 "아이폰12는 한국의 전자파 기준을 만족하고 있으며, 프랑스에서는 아이폰에 적용하고 있는 보디 디텍트 기능이 제대로 동작하지 않는 환경에서 측정해 잘못된 결과가 도출된 것"이라고 전했다. 과기정통부는 "프랑스에서 아이폰12 전자파가 기준보다 높게 측정된 것은 전자파 검증 시 보디 디텍트 기능이 동작하지 않은 점과 인체보호 기준 차이로 유럽에서는 단말기의 출력 국내보다 높은 점 등이 원인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5년간 스마트폰 전자파 재조사 없어…"주기적 사후관리 필요"
앞서 기준치를 초과했다는 결과가 나온 프랑스에서는 iOS 17.1 업데이트를 통해 전자파 문제를 해결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정부 기준을 충족하는 결과가 나온 만큼 해당 업데이트를 제공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과기정통부는 "앞으로도 국민들의 전자파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휴대폰을 포함한 주요 방송통신기자재에 대한 전자파 안전성 관리를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며 "전자파에 대한 불안과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신기술을 활용해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다양한 소형가전, 계절 상품들 및 시민단체 등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가전제품, 생활환경 등에 대해서도 주기적으로 전자파를 측정하고 공개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스마트폰은 일상생활과 밀접하고, 전자파에 대한 국민 불안감이 큰 만큼 프랑스처럼 스마트폰 전자파 전수조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파법에는 이미 적합성 평가를 받은 기기라도 필요시 사후 검증을 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과기정통부에서 받은 '부적합 기자재 대응 현황' 자료를 보면 최근 5년간 국내에서 유통되는 스마트폰을 사후 검증한 사례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처럼 해외에서 문제가 발생했거나, 별도로 제보가 들어와서 정부가 인지했을 때만 재조사를 시행하기 때문이다.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적어도 국민 생활에 밀접한 스마트폰만큼은 프랑스처럼 재조사·재시험 등 주기적인 사후관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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