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스타그램]당연한 것부터 투명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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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창녕에서 계부와 친모가 9살 딸을 일상적으로 학대하다 발각된 사건이 있었다.
아이들이 말한 그대로 옮긴 것인지 경찰이 사건을 조사하면서 아이들의 말을 토대로 개념화하고 그것을 투명이라는 단어로 옮긴 것인지는 모르겠다.
일상적이어서 늘 보는 듯한 것들은 아름다운 것이든 끔찍한 것이든 어느 순간 당연해지면 그것에 대한 인식마저 사라져 투명해져 버린다.
그런데 어린아이들이 투명해지는 것을 인지할 정도로 꾸준하고 당연한 일이었다는 사실은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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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창녕에서 계부와 친모가 9살 딸을 일상적으로 학대하다 발각된 사건이 있었다. 부모는 딸을 때리고 뜨거운 것으로 지지기도 하고 쇠사슬로 묶어 놓고 밥도 제대로 먹이지 않았다. 아이는 어느 날 감금된 다세대 주택 5층 지붕으로 빠져나와 옆집을 통해 탈출했다. 맨발로 도망치는 아이를 발견한 시민이 경찰에 신고하면서 사건이 세상에 알려졌다. 언론에 크게 보도되었고 대중의 공분을 샀지만, 사건은 금방 잊혔다. 시일이 지난 후 부모에 대한 재판 소식을 보도한 신문 기사에 의하면, 학대당한 소녀의 의붓동생(계부의 친자)이 "아빠 엄마가 언니를 때릴 때 언니가 투명해지면서 사라지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말한 그대로 옮긴 것인지 경찰이 사건을 조사하면서 아이들의 말을 토대로 개념화하고 그것을 투명이라는 단어로 옮긴 것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아이들이 현실 세계의 대상이 '투명'해지는 현상을 인지했다는 게 놀라워 한기가 들었다. 아무리 악하고 잔인한 행위도 상투적으로 자행되다 보면 사람과 행위가 타인들의 시각에서 사라져 버린다는 이야기다. 보고도 못 본 척이 아니라 실제 안 보이는 것과 다름없는 투명 말이다. '학대'라는 명사마저 얼마나 투명하고 무감각한 말이 되어 버렸는지. 사람들은 더 이상 이런 단어에 움직이지 않는다.
일상적이어서 늘 보는 듯한 것들은 아름다운 것이든 끔찍한 것이든 어느 순간 당연해지면 그것에 대한 인식마저 사라져 투명해져 버린다. 눈앞에서 사라진다는 뜻이다. 언어나 표현들이 투명해진다는 개념은 머릿속에서 하나의 상징이나 비유로서 비대해진 개념이었다. 그런데 어린아이들이 투명해지는 것을 인지할 정도로 꾸준하고 당연한 일이었다는 사실은 두렵다. 눈을 돌려 보면 한 인간에 대한 주변 인간들의 태도와 그의 움직임들이 서서히 존재를 지워서 결국 한 인간이 투명해지는 일은 인간 사회에서 수시로 생기는 일이다. 사람뿐 아니라 세상의 여러 사실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면서 고착되어 시야에서 사라진다. 당연한 것은 사라질 위험에 처한 세상 모든 존재와 사실들이다. 주변의 사람들과 사물들, 심지어 가족까지, 점점 투명해져 가는 존재는 없는지 다른 눈으로 바라보는 것이 필요하다. 당연해서 오히려 지금 잘 보이지 않지만 한 때라도 소중했던 것을 재발견하는 것은 스스로의 삶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세상의 투명해진 것들을 다시 볼 수 있게 하는 것은 입체적 관점이다. 사실과 존재 들을 다양한 시점으로 볼 줄 아는 것이다. 소설가 프랑수아즈 사강은 그것이 지성이라고 했다. 지성은 '한 가지 문제를 다양한 시점에서 생각하는 능력, 관점을 바꾸어 배울 줄 아는 능력'이라고 했다. 예술도 여러 시점에서 세계를 바라보고 재해석한다는 면에서 시야에서 사라지는 존재들을 지켜주는 역할을 한다. 사진이 예술인 이유는 세상을 달리 보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기 때문이다.
참고로 아이는 위탁 가정에서 잘 지낸다 했고, 가해자인 계부는 7년, 친모는 4년 징역형이 확정되었다.
편집자주 - 사진과 보이는 것들, 지나간 시간과 인간의 관계에 대해 씁니다. ‘언스타그램’은 즉각적(insta~)이지 않은(un~) 사진적(gram) 이야기를 뜻하는 조어입니다.
허영한 기자 youngh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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