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홈쇼핑 송출수수료 갈등, 곳간에서 인심나려면

오수연 2023. 10. 20.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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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홈쇼핑이 KT스카이라이프에 방송 송출을 중단하겠다고 공언한 시점이 이달 20일에서 다음 달 20일로 한 달 미뤄졌다.

홈쇼핑사는 지나치게 비싼 송출 수수료를 계속 올려 줄 수 없다고 버틴다.

반면 유료방송사들은 모바일에서 발생한 상품 매출을 홈쇼핑사들이 정확하게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정말 송출 수수료가 비싼 게 맞는지 따져보자고 맞선다.

한 푼도 더 내기 어려워진 홈쇼핑사, 깎아줄 수 없을 만큼 성장 동력을 잃은 유료방송사, 이 산업구조의 변화가 근본 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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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홈쇼핑이 KT스카이라이프에 방송 송출을 중단하겠다고 공언한 시점이 이달 20일에서 다음 달 20일로 한 달 미뤄졌다. 양사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권고를 수용해 수수료 협상을 계속하기로 합의하면서다. 두 회사뿐 아니라 LG유플러스와 NS홈쇼핑, 딜라이브 강남과 롯데홈쇼핑도 같은 내용의 협상을 최근 극적으로 타결 지었다. 언뜻 갈등의 불씨가 사그라든 것 같지만 갈등의 핵심은 해소되지 않았다.

홈쇼핑사는 지나치게 비싼 송출 수수료를 계속 올려 줄 수 없다고 버틴다. 반면 유료방송사들은 모바일에서 발생한 상품 매출을 홈쇼핑사들이 정확하게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정말 송출 수수료가 비싼 게 맞는지 따져보자고 맞선다. 어느 쪽 주장이 더 합리적인지 정확히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사실 파악할 필요도 없다. 문제는 다른 곳에 있기 때문이다. 시장이 계속 성장한다면 수수료를 매년 크게 올려도 양쪽 모두에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한 푼도 더 내기 어려워진 홈쇼핑사, 깎아줄 수 없을 만큼 성장 동력을 잃은 유료방송사, 이 산업구조의 변화가 근본 원인이다.

산업IT부 오수연 기자

소비자들이 TV 앞을 떠나 모바일 기반 플랫폼으로 이동한 지 오래다. 유료방송을 해지하고 넷플릭스를 구독한다. TV 홈쇼핑 대신 네이버 라이브커머스를 보고 쿠팡에서 물건을 주문한다. 최근 몇 년 새 소비 방식이 완전히 변해버린 만큼 다시 사람들을 TV 앞에 앉히기는 어려워 보인다. 과거 TV는 강자고 모바일 기반 플랫폼 사업자는 약자였다. 그러나 지금은 플랫폼 사업자들이 동원할 수 있는 자본이나 영향력 등 모든 면에서 방송 사업자들을 압도하고 있다.

그런데 TV 황금기에 만들어진 낡은 규제가 지금도 사업자들을 옭아맨다. 유료방송과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간 비대칭 규제처럼 TV홈쇼핑도 이커머스, 라이브커머스 사업자들은 적용받지 않는 규제에 발목을 잡혀있다. 예컨대 TV홈쇼핑은 중소기업 제품 비중을 절반 이상 편성해야 한다. 시대가 변했다. 중소기업을 돕겠다는 취지라면 오히려 이커머스, 라이브커머스 업체들에 이런 규제를 적용하는 게 현실적이다.

곳간에서 인심 난다. 먹고 살만할 때 이웃과 나눌 여력도 있다. 당장 1달 뒤 블랙아웃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 송출 수수료 갈등을 봉합하는 게 일차적 과제다. 그러나 산업 구조와 소비 트렌드의 변화에 맞춘 근본적인 제도 변화가 없다면 이런 싸움이 매번 반복되는 것을 막을 도리가 없다. 모두가 살아남을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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