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화가’ 김영화 "받은 사랑 돌려드려야죠"
단원 김홍도 후손, 부친 무형문화재 사기장
골프 트로피 제작에 무령왕 표준영정 제작까지
“동양화가 세계 중심에 서도록 노력하겠다”
"연예인이 된 느낌입니다."
국내 최초 골프 동양화 화가로 유명한 김영화 화백의 근황이다. 골프 그림을 통해 현대동양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고 있다. 김 화백은 20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스케줄이 연예인급이다. 이달 초 대구 전시회를 끝내고 나눔 기부 예능 프로그램까지 찍었다"면서 "몸은 힘들지만 하고 싶었던 일을 해서 그런지 마음은 더 가볍다"고 활짝 웃었다. 김 화백은 "골프로 받은 사랑을 다시 돌려드리는 것이 꿈"이라면서 "재능 기부 활동에도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미소를 지었다.
김 화백은 아주 특별한 ‘가문’이다. 조선시대 풍속화가인 단원 김홍도의 후손이다. 부친은 무형문화재 제13호 사기장 도봉 김윤태다. 예술과 연관된 결이 다른 집안이다. 어릴 때부터 흙과 도자기가 장난감이었다. 김 화백은 "김해 김씨만의 DNA가 있는 것 같다"면서 "김홍도 선생님은 씨름으로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셨다. 저는 골프로 그것을 실현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김 화백은 처음엔 화가의 길을 가지 않았다. 부친도 예술가의 길을 권하지 않았다. 그는 "14세 때 학교 선생님이 제 소질을 보고 아버지를 설득하셨다. 아버지는 그림 그리는 테스트를 도자기에 시키셨다"고 떠올렸다. 도자기에 그리는 것은 필력이 없거나 대담하지 않으면 힘든 작업이다. 김 화백은 "특별한 훈련을 통해 지금의 제가 있는 것 같다"고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김 화백은 홍익대 미술대학 동양화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이후 10년 이상 입시 미술학원을 했다. 엘리트 코스를 밟았지만 뭔가 부족했다. 그는 "돈은 많이 벌었지만 오히려 우울해졌다. 돈이 들어오니까 너무 고독해졌다"며 "학원을 때려치우고 전업작가로 뛰어들었다. 작가로서의 온전한 삶을 살고 싶었다"고 새로운 도전을 선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때 만난 것이 바로 골프다. 서양의 골프를 동양화 기법으로 그린다는 새로운 시도가 신선했다. 골프를 치면서 카트에서 스케치를 했다. 이후 작업실로 돌아와 작품을 시작했다. 그는 "라운드를 하면서 그림을 그리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빠른 스케치를 할 수 있어 가능했던 것 같다"고 했다. 김 화백은 골프의 매력에 푹 빠져 있다. 개인 최소타는 포천 몽베르CC에서 작성한 77타다. 한창 좋아할 때는 말레이시아 보루네오CC에서 2개월간 100라운드를 한 적도 있다. 그는 "골프를 치면서 그림도 그리고, 행복했던 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김 화백은 외국 골프장도 자주 다녔다. 그중에서도 미국 서부 해안을 따라 조성된 페블비치 링크스를 잊을 수 없다. 그는 "인위적인 것이 없고 자연 그대로였다. 자연 지형이 그대로 드러난 골프장이었다"고 감탄했다. 국내에서는 몽베르CC와 함께 대구 팔공CC를 인상적인 골프장으로 꼽았다. 김 화백은 "팔공CC에 안개가 자욱하게 내려앉을 땐 무릉도원에 있는 기분이었다"고 표현했다.
김 화백은 골프 트로피까지 만든 화가다. 그는 "어릴 때부터 도자기를 보면서 트로피 생각을 했다. 트로피로 만들면 좋을 것 같았다"고 했다. 국내 골프 대회 관계자들이 연락이 왔고, 도자기에 그림을 그려 새로운 트로피를 완성했다. 국내 남녀 프로 대회에서 김 화백의 트로피를 사용했다. 가비아-인터불고 마스터즈, 김영주골프 여자오픈, KG 레이디스 오픈 등이 대표적인 대회다.
김 화백은 골프만 그리진 않았다. 다양한 영역을 개척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백제 제25대 무령왕 표준영정(국가지정 99호)을 그린 것이다. 그는 "고증을 한다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과정이었다. 그림을 완성할 때까지 3년의 시간이 소요됐다"고 했다. 최근엔 골프의 내면세계를 동양 산수화로 녹여내고 있는 작업을 하고 있다. ‘마법의 순간’으로 부르고 있다. 김 화백은 "꿈과 현실, 직선과 곡선, 동양과 서양,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화백은 엄청난 활동량을 자랑한다. 올해 뉴욕에서 60번째 전시회를 열었다. 다음 달 국내에서 기부 전시회, 12월 멕시코에서 기획전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골프로 시작한 작은 울림이 큰 영광이 돼 돌아오는 것 같다"며 "한국 골프가 세계 최고가 된 것처럼 골프 그림으로 세계를 강타하고 싶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이어 "김홍도 선생님은 한국 사랑을 담은 ‘K-아트’를 만드셨다. 후손인 저는 골프 동양화를 통해 그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면서 "‘K-컬처’가 세계에서 인기다. 그림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그림이 세계의 중심에 설 날이 머지않아 올 것"이라고 확신했다.
김 화백은 앞으로 나눔 기부 전시회에 집중할 생각이다. ‘생각은 현실이 된다’가 삶의 모토다. 그는 "재능 기부를 통해 어려운 사람을 도울 수 있어서 너무 기분이 좋다"며 "골프로 받은 사랑을 나누고 싶다. 널리 세상을 이롭게 하는 화가가 되고 싶다"고 자신의 철학을 전했다.
노우래 기자 golfm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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