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건보공단 46억 횡령 1년…직원 돈 걷고 감사는 연임?

이춘희 2023. 10. 20. 10:5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관련 임원 중 상임감사
연임돼 내년까지 직무 수행
지난해는 실적 'C등급' 받아
횡령 직원 아직도 못 잡아
횡령금도 단 7억만 회수
임직원 대상 모금 시도 논란도

지난해 횡령 사고가 발생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상임감사가 연임돼 업무를 계속하면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강원 원주시 국민건강보험공단 본부 전경 [사진제공=국민건강보험공단]

19일 건보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사건 발생 당시 상임감사였던 김동완 감사는 2021년 6월 2년의 임기로 취임 후 지난 6월 임기가 만료됐지만 연임이 결정돼 임기가 내년 6월까지 연장됐다. 횡령 사건 발생 시 이사장, 기획상임이사, 감사 등 관련 임원 중 현재도 자리를 지키고 있는 건 김 감사가 유일하다. 강도태 당시 이사장은 지난 3월 자리에서 물러났고, 기획이사는 사건 당시 공석이었다 지난해 12월 현 현재룡 이사가 임명됐다.

하지만 김 감사는 횡령 사건이 불거진 후에도 연임이 결정되며 내년 6월까지 감사 임무를 수행하게 된 상황이다. 건보공단 상임감사의 임기는 2년이며 1년 단위로 연임할 수 있다. 상임감사는 건보공단의 업무, 회계 및 재산 상황 감사 관련 업무를 포함한 감사실 업무를 총괄한다. 건보공단은 2021년 6월 김 감사를 임명하면서 "투철한 윤리의식과 조직 운영 및 경영에 대한 감시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했다.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공기업·준정부기관의 감사는 직무수행실적의 평가 결과와 그 밖의 직무수행실적을 고려해 연임 여부가 결정된다. 기획재정부의 상임감사 직무수행실적 평가에서 2021년에는 두 번째 등급인 양호(B) 등급을 받은 부분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김 감사는 횡령 사건이 반영된 지난해 직무수행실적 평가에서는 3번째 등급인 보통(C)을 받았다. 그보다 아래인 미흡(D) 등급을 받은 건 평가 대상 준정부기관 32곳 중 단 3곳에 불과하다. 이 같은 평가는 직무수행성과 범주에서 ‘내부감사 운영 성과 및 사후 관리의 적정성’ 부문이 25점 만점에서 13.37점이라는 반토막 점수를 받은 게 원인으로 풀이된다. 횡령 사건 당시 무려 5개월간 총 7회에 걸쳐 17개 요양기관의 압류 진료비 지급 보류액 46억여원을 빼돌린 것으로 알려지며 공단의 내부 감사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 부분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정기석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18일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횡령 발생 1년이 지났지만 사건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46억원의 횡령액 중 공단이 회수한 건 7억2000만원에 불과하다. 나머지 39억원 회수를 위해 공단은 노력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횡령을 저지른 직원 최모씨의 행방이 밝혀지지 않고 있고 국내에 남은 재산도 없어 회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최근 필리핀 현지에 파견된 코리안 데스크(경찰 내 외국 한인 사건 전담 부서)를 통해 최씨의 생존 징후가 포착돼 추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단의 대처도 여전히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공단은 횡령액이 제대로 환수되지 않자 올해 초 임직원 대상 모금에 나섰다는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횡령 손실금 보전을 위한 성금 모금’이라는 명목으로 1·2급 직원 600여명 전원 등 임직원 875명을 대상으로 총 3억4399만원을 모금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직급별로 얼마씩을 내라는 ‘가이드라인’이 있다는 의혹도 나오며 임직원을 쥐어짜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나왔다. 다만 당시 공단 측은 가이드라인은 없었고, 자발적으로 동참해 이뤄진 것이라며 해당 성금을 저소득·취약계층의 체납 건강보험료 지원에 쓰겠다고 설명했다.

횡령 사건의 관리 책임을 물어 징계를 받은 것도 당시 재정관리실 실장 및 전·현직 재정관리부장 총 3명에 불과하다. 이들은 모두 정직 3개월 징계를 받았다. 그러나 공단은 이마저도 규정을 이유로 이들에게 정직 기간 원래 임금의 90%에 달하는 금액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은 건보공단 국정감사에서 "정직 (처분을) 하면 근무를 안 해서 무급으로 해야 하는데 90% 급여까지 지급하고 있다"며 "어느 국민이 이를 용납하겠는가"라고 지적했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