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 굽는 타자기] 2024년에도…MZ는 '올드 머니' 좇는다

이승진 2023. 10. 20.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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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시선을 느끼지 않습니까?" "전혀요, 이렇게 입으면 기분이 좋거든요."

올드 머니의 사전적 정의는 가문 대대로 부를 물려받은 부자를 뜻한다.

경기 침체와 부의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하는 상황에서 막연한 부자가 되기를 꿈꾸기보다 올드 머니 흉내 내기로 욕망을 대체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기 때문이다.

계층 사다리가 무너진 상황 속에서, 누군가 하루아침에 '코인 부자'가 됐다는 등의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듣고 자란 젊은 세대에겐 올드 머니 흉내 내기만 한 선택지도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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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시선을 느끼지 않습니까?" "전혀요, 이렇게 입으면 기분이 좋거든요."

1994년 X세대 젊은이들의 변화하는 옷차림에 대해서 보도한 한 방송사의 길거리 인터뷰가 2023년 인기를 끌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밈(인터넷에서 모방 형태로 전파되는 유행)으로 활용되고, 각종 예능에서 패러디되고 있다.

20년 전 짧은 인터뷰가 다시 소환된 이유는 무엇일까. 당시엔 취향을 뚜렷하게 내세우는 것이 흔하지 않았다. 하지만 X세대가 주축이 돼 이전의 획일적이고 집단주의적 풍조에서 벗어나, 개인의 욕망과 호불호를 자유롭게 표출하기 시작하며 주목받았다.

최근의 사회 분위기도 비슷하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주축이 돼 자신의 취향을 강조한다. 다만 그 취향의 방향이 20년 전과는 사뭇 다르다. 요즘엔 수백만 원에 달하는 명품 가방을 사기 위해 백화점에 줄 서는 것이 일상이다. SNS에는 하루에 수십, 수백만 원을 지불해야 하는 호텔 숙박 후기가 흔하다. 하루를 굶더라도 한 끼에 수십만원이나 하는 고급 일식집을 찾겠다는 이들도 수두룩하다.

‘라이프 트렌드 2024’는 이 같은 현상을 ‘올드 머니’ 트렌드 확산이라고 진단한다. 올드 머니의 사전적 정의는 가문 대대로 부를 물려받은 부자를 뜻한다. 단순히 돈이 많은 졸부를 뜻하는 것이 아니다. 물려받은 부를 가진 올드 머니의 패션과 취미, 취향 등에는 감성적이고 매력적인 분위기가 있다. 스스로 자부심을 느끼고, 꾸준한 기부로 주위의 존경도 받는다.

반면 자수성가한 ‘뉴 머니’에겐 이런 분위기를 찾기 힘들다. 최근 젊은 세대들이 욕망하는 것이 바로 오래전부터 부를 누리면서 구축해온 올드 머니의 매력적인 취향이다. 경기 침체와 부의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하는 상황에서 막연한 부자가 되기를 꿈꾸기보다 올드 머니 흉내 내기로 욕망을 대체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기 때문이다.

한편으론 굉장히 씁쓸한 현상이다. 계층 사다리가 무너진 상황 속에서, 누군가 하루아침에 ‘코인 부자’가 됐다는 등의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듣고 자란 젊은 세대에겐 올드 머니 흉내 내기만 한 선택지도 없었을 것이다. 현실이 팍팍할수록 사람들은 ‘현실 도피’ ‘위안’을 지향하는데 이는 허영이나 망상이 아니라 즐겁게 만족하며 살아가기 위한 적절한 대응이다.

‘라이프 트렌드 2024’는 최근 이어져 온 올드 머니 트렌드가 2024년 더 확산할 것으로 내다본다. 올드 머니 트렌드의 방향은 ‘조용한 럭셔리’의 확산, ‘전통’과 ‘유산’을 강조하는 취향의 소비가 확대될 것으로 진단한다. 그리고 이러한 트렌드를 그저 바라볼 것이 아니라 활용할 방법을 탐구할 것을 권한다.

이 책은 올드 머니 트렌드 외에도 2024년 우리 삶에 변화를 일으킬 11가지 주제를 던진다. 반려의 주도권이 반려자에서 반려동물, 반려식물과 반려봇으로 변화하고 각방 쓰기를 넘어 각집살이가 증가하는 현상을 조명한다. 내년 새롭게 떠오를 핫플레이스 후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식문화와 식품 기술에 끼칠 영향을 진단한다. 펀임플로이먼트(재미+실직)로 대변되는 Z세대의 직업관, 인공지능(AI)이 촉발하는 일자리 위기와 노동 혁신 등 앞으로 펼쳐질 흥미로운 변화상을 진단한다.

저자는 트렌드를 받아들일지 말지를 애초에 고민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트렌드를 받아들이는 사람의 숫자가 얼마일지, 그들의 소비력이나 사회적·문화적 영향력이 어떤지를 고민할 것을 조언한다.

라이프 트렌드 2024|김용섭 지음|부키|376|1만9800원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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