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콘서트' 11월 방송 재개... 화려한 부활? 혹은 무의미한 재등장?
[김상화 기자]
▲ KBS '개그콘서트' |
ⓒ KBS |
<개그콘서트>가 다음달 12일 시청자들을 다시 찾아간다. 21년의 역사를 뒤로 한채 지난 6월 막을 내렸던 KBS <개그콘서트>가 11월 12일 방송을 재개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 8월 프로그램 부활이 알려졌고 9월 <부산 국제코미디 페스티벌> 폐막식을 통해 신예 개그맨을 주축으로 '미리 보는 개콘'이라는 주제의 공연을 진행하는 등 방송 재개를 위한 움직임이 활발히 진행되었다.
<개그콘서트>는 1990년대 인기를 얻고 있던 대학로 공개 코미디를 TV 무대로 옮겨와 색다른 재미의 개그를 선보여 눈길을 모았고 2000년대 화려한 전성기를 누린 바 있다.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웃찾사), MBC <개그야> 등 경쟁 프로그램의 탄생을 유도할 만큼 <개그콘서트>는 한국 코미디 역사에서 큰 축을 담당했던 존재였다.
'봉숭아 학당'을 중심으로 다양한 코너를 빛낸 스타 개그맨의 탄생, 각종 유행어의 산실로 일요일 저녁을 든든히 책임진 <개그콘서트>였지만 세월의 흐름을 이겨내지 못한 채 종영이라는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그러던 차에 들려온 <개그콘서트>의 부활은 반가움과 우려를 동시에 선사하고 있다. 유튜브와 OTT 그리고 연예 예능으로 대표되는 방송 환경 변화라는 광풍이 몰아치는 요즘 시대 시청자들을 과연 사로잡을 수 있을까?
▲ 지난 2020년 방영된 KBS '개그콘서트' 최종회 한 장면. |
ⓒ KBS |
<개그콘서트>가 처음 탄생했을 시점의 방송 코미디는 IMF라는 한국 사회를 강타한 암울한 분위기와 맞물려 침체 일로를 걷고 있었다. 버라이어티 예능이 대세를 이루면서 기존 콩트 형식의 코미디는 KBS <코미디 세상만사> 정도만 명맥을 유지할 뿐이었고 MBC <테마게임>처럼 드라마 형식으로 틀을 갖춘 프로그램이 예능 분야를 담당했었다.
그러던 차에 등장했던 <개그콘서트>의 출범은 충격 그 이상이었다. 당시 TV 쪽에서 친숙한 인물과 새 얼굴들이 조화를 이르면서 현장 관객들과의 유기적인 호흡이 관건이었던 대학로 공개 코미디가 방송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웃음의 유행을 선도하는 최적의 수단으로 활용되면서 <개그콘서트>는 2000년대 한국 코미디의 정점을 자랑하는 프로그램이 된 것이다.
자연스럽게 SBS, MBC 등 타 방송국들의 유사 성격 프로그램이 줄지어 탄생했고 자연스럽게 경쟁 구도가 형성되었다. 이를 통해 재능 있는 개그맨들이 자신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이 마련되었고 <개그콘서트>를 거친 많은 개그맨들은 후일 각종 예능의 핵심 인물로 성장할 수 있었다.
▲ 지난 2020년 방영된 KBS '개그콘서트' 최종회 한 장면. |
ⓒ KBS |
한때 자신들의 아성을 넘어설 것 같았던 SBS <웃찾사> 등 경쟁 프로그램들이 속속 막을 내린 와중에도 <개그콘서트>는 건재함을 과시했다. tvN <코미디 빅리그> 외엔 변변한 타사 공개 코미디가 전무할 만큼 2015년 무렵까지 <개그콘서트>는 분명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하고 있었지만 그 후로 내리막길을 걷고 말았다.
가장 큰 문제는 달라진 대중들과 시대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한 프로그램의 안이함이었다. 억지스러운 유행어 및 내용의 반복은 자연스럽게 시청자들의 이탈을 가중시켰다. 버라이어티와 서바이벌, 관찰 예능이 덩치를 키울수록 개그 프로그램의 위상은 이에 반비례하기만 했다. 어느 순간부터 <개그콘서트>는 도태의 기로에 놓일 수밖에 없었다.
선배 개그맨들의 존재는 노련미를 갖추기 보단 식상함에 가까웠고 새 인물 발굴은 갈수록 더디기만 했다. 자연히 시청률과 화제성은 낮아질 수밖에 없었고 코로나가 극심하던 2020년 무관객 무대 속에 <개그콘서트>는 쓸쓸히 간판을 내리게 된 것이다. 그 뒤 유일하게 공개 코미디의 명맥을 잇던 <코미디 빅리그>마저 지난 9월 종영하자 이제 한국 TV 채널에선 개그 프로그램은 단 한 개도 남아 있지 않게 되었다.
▲ 지난 2020년 방영된 KBS '개그콘서트' 최종회 한 장면. |
ⓒ KBS |
방송 콘텐츠의 다양화 측면에서 <개그콘서트>의 재등장은 분명 환영할 만한 일이다. 유튜브 코미디가 대세를 이루는 요즘 그 속을 들여다보면 여전히 TV 개그 프로그램의 유산이 어느 정도 녹아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피식대학>으로 대표되는 각종 채널 속 주인공들 상당수는 각 방송사 공채 개그맨 출신들이다. 체계적인 현장 수업을 거친 이들의 성장에는 분명 공개 코미디라는 자양분이 존재했음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 지난 2020년 방영된 KBS '개그콘서트' 최종회 한 장면. |
ⓒ KBS |
심의라는 제약이 존재하는 지상파 TV의 개그가 거침없이 선 넘기를 반복하는 유튜브 코미디의 중독성을 따라잡기 어려울 거라는 비관적 견해가 다수 제기된다. 또한 방송 매체의 흐름이 예측 불허의 방향으로 요동 치는 2023년에 과연 예전 방식의 개그 프로그램이 통할 수 있겠냐는 물음표도 함께 존재한다. 재빠르게 사람들의 취향을 간파하고 이를 내용에 녹여내는 유튜브 코미디의 매운 맛에 익숙해진 요즘 시청자들이 예전 방식의 코미디에 과연 관심을 기울일지라는 의문을 아직까진 털어내지 못한 모양새이다.
유튜브 인기 콘텐츠인 <꼰대희>로 제2의 전성기를 누리는 선배 개그맨 김대희가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저나 김준호 등이 올라가면 너무 그림이 옛날과 똑같을 것이다"라면서 "후배들에게 양보를 하고 뒤에서 조력자가 돼서 지원과 응원하겠다"라고 언급한 부분은 긍정적인 선택으로 받아 들여진다. 젊은 감각을 지닌 후배들이 축을 이뤄 줄 수 있다면 성공적인 부활로 이어질 수 있겠지만 그저 예전 개그의 반복, 답습을 벗어나지 못할 경우 무의미한 재등장에 그칠 수 있다. 후자의 그림이 만들어지지 않기 위한 <개그콘서트>만의 필살기 마련이 꼭 필요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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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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