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대규모 지상침공 계획 바꾸나…"바이든 개입 영향"

정현진 2023. 10. 20.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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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하마스 제거 동의하나 확전 방지 의지
지상전 계획 변화 가능성…"기간 길어질 듯"
이스라엘 소식통 "美의 역할과 영향력 강력"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대규모 지상군을 투입, 팔레스타인 무장정파에 보복하기 위한 공습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의 작전 계획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1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한때 하마스의 공습을 받은 이스라엘이 대반격으로 가자지구를 점령할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나왔지만, 민간인 피해를 줄이는 것은 물론 확전을 막겠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의지가 전달되면서 이스라엘의 전략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블룸버그는 이스라엘 정부 관계자와 내부 사정에 정통한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내 200만명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공격을 집행하고 사태가 종료된 이후 어떻게 할지를 계획을 만드는 과정에 미국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여러 이스라엘 정부 관계자는 이번 하마스와의 전쟁에서 미국의 역할과 영향력이 과거 그 어느 때보다도 깊고 강력하다고 언급했다고 한다.

이러한 소식은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을 방문한 지 하루 만에 나온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이스라엘을 방문하고 워싱턴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이스라엘군의 대규모 지상 공격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받고 양측이 가자지구 전면 침공에 대한 대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어떤 대안을 논의 중인지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언급하진 않았다.

하지만 지난 17일 이스라엘군 대변인 리처드 헥트 중령이 "우리는 전쟁의 다음 단계를 준비하고 있다. 모든 사람이 지상 공격을 이야기하지만 다른 것일 수도 있다"고 말해 지상군 투입 계획이 달라질 가능성을 내놨다.

당초 이스라엘은 공중·해상·지상에서 동시에 가자지구를 전면 공습하는 방안을 준비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중동전쟁 가능성까지 거론되며 충돌 가능성이 커지자 미 국무·국방장관과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이스라엘을 방문했고 그 결과 지상전을 조금 다른 방식으로 진행하기로 계획을 수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하마스가 지하 터널 등 지상을 기반으로 군사 시설을 구축해놓은 만큼 공중, 해상을 제외한 지상전이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이스라엘군은 지상전을 계획보다 더 늦게 시작해 오랜 기간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실행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에 전면적인 지지를 표현하면서 동시에 민간인 피해와 확전을 만들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그는 전날 이스라엘에서 한 연설에서 22년 전 9·11 테러 공격 이후 미국이 장기적인 결과를 생각하지 않고 국민적 분노를 달래기 위해 군사적으로 서두른 실수를 되풀이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급하게 과잉 보복을 했다가는 인도적 재난이 발생할 뿐만 아니라 하마스 파괴라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동 목표도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으니 주의하라는 우려이자 경고였다.

또 미국은 이스라엘의 침공이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이 전쟁에 끌어들일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이 가자지구에 진입할 때, 또 헤즈볼라의 공격에 대응할 때 주의 깊게 하라고 이스라엘을 압박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엘리 코헨 이스라엘 외무부 장관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다른 전선으로 전쟁이 확대될 소지를 줄이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그것이 그의 핵심 목표"라고 말했다.

주미이스라엘 대사를 역임한 마이클 오렌은 미국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에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마무드 아바스 수반과 가자지구에서 대화하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2개국 해법'을 회복하라고 압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일간 가디언은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학살) 이후 최대 규모의 희생을 낳은 하마스의 공격을 막지 못한 이스라엘 정부로선 하마스를 가자지구에 그대로 두는 것은 선택지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스라엘 싱크탱크 국가안보연구소(INSS)의 마누엘 트라텐베르그 이사는 블룸버그에 "이스라엘이 미국의 메시지를 받아들여 하마스의 본진이 있는 가자지구 북부에 지상군 작전을 준비하면서 남부는 조심스럽게 접근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그는 "이번 작전이 단시간에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여 이스라엘은 장기간 타당성을 갖춰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스라엘이 실제 대규모 지상군 투입이 아닌 전략적 투입으로 방향을 일부 선회할 경우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평가받았던 바이든 대통령의 이스라엘 방문에 대한 평가도 달라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날 미국 CNN방송과 폴리티코 등은 바이든 대통령이 '8시간짜리 반쪽 일정'을 통해 인도주의적인 지원 문제를 일부 해결했으나 중동 지역에서 복잡한 갈등을 해결, 확전을 막는 실질적인 성과는 거두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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