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까지 써야 하는 무릎 아끼려면… 체중 줄이세요"
무릎은 우리 몸에서 많이 사용하는 관절 중 하나다. 체중도 견뎌야 한다. 그만큼 노화에 따른 퇴행성 변화가 빨리 찾아온다. 무릎 퇴행성 관절염은 한 해 400만 명이 진료를 받는 아주 흔한 질환이다. 관절염이 심해지면 통증 때문에 걷기, 계단 오르기 같은 일상적인 활동에도 지장이 생긴다. 움직임에 제약이 따르면서 우울 등 정신 건강에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 관절염은 백세시대에 꼭 대비를 해야 하는 질환이다.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정형외과 박도준 교수를 만나 무릎 퇴행성 관절염의 치료와 예방법에 대해 들었다.
퇴행성 관절염을 이야기하기 전에 '관절'이 무엇인가 이해해야 한다. 관절은 두개 이상의 뼈가 만나는 부위다. 무릎은 허벅지뼈, 정강이뼈, 슬개골까지 세개의 뼈가 만나 움직이는 부위다. 뼈와 뼈가 만나는 곳엔 마찰이 생기기 마련이다. 뼈와 뼈 사이에는 연골이라는 부드러운 조직이 있어 뼈가 서로 부딪히지 않게 해주지만, 시간이 흐르고 많이 사용하면 연골이 닳는다. 이 과정에서 뼈와 뼈가 직접 마찰하게 돼 염증과 통증이 발생한다. 이것이 퇴행성 관절염이다. 무릎 관절에 유독 관절염이 많이 생기는 이유는 무릎은 3개의 뼈가 만나는 복잡한 구조로 돼 있고, 체중이 실리는 부위라 손상이 빨리 온다.
-무릎 퇴행성 관절염 원인은?
무릎 관절염은 60대의 절반 가까이가 앓고 있을 만큼 흔하다. 자동차도 연식이 오래 되면 부품들이 낡는 것처럼 연골, 인대 등도 마찬가지다. 나이가 들면 연골이 손상돼 관절염 위험이 높아진다. 체중이 많이 나가면 손상은 더 빨라진다. 평소 자세도 중요하다. 쭈그려 앉아있는 생활을 오래 하거나 무거운 물건을 드는 행위는 좋지 않다. 과거 무릎을 다쳐 연골이 손상된 경우도 관절염이 잘 생긴다. 또 남성보다 여성이 관절염 위험이 높은데, 연골 볼륨이 작기 때문이다. 여성호르몬은 연골을 보호하는 효과가 있다. 폐경기에 퇴행성 관절염이 가속화될 수 있다.
-비만을 개선하면 관절염 위험이 줄어드나?
그렇다. 최근 우리 연구팀이 50세 이상 성인 110만명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 비만 상태를 개선하면 무릎 퇴행성 관절염의 위험이 10~11% 줄어든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무거운 가방을 매일 들고 다니는 것이 어깨에 얼마나 부담이 되는지 생각해보면 이해가 쉽다. 가방이 가벼워지면 어깨의 부담도 줄어든다. 마찬가지로, 체중을 적절히 관리하면 무릎에 주어지는 부담도 줄일 수 있다. 또한 체중이 정상이어도 복부비만이 있으면 퇴행성 관절염 위험이 올라간다는 것을 연구를 통해 확인했다. 체중 관리는 단순한 외모 문제가 아니라, 무릎 같은 중요한 관절을 보호하기 위한 필수적인 활동이다.
-무릎 퇴행성 관절염 초기 관리와 예방법은?
체중을 줄여야 한다. 몸무게 1kg만 늘어도 무릎에는 4~5kg의 부담이 가해진다. 무릎 관절염이 심한 사람이 체중을 5kg만 줄여도 통증이 50% 감소한다.
먼저 환자의 주관적인 증상 들어본다. 그 다음 무릎을 만져보고 느껴본다. 통증 느끼는 부위가 어디인지, 부기가 얼마나 심한지 직접 살피는 이학적 검사를 한다. 그 다음에 영상 엑스레이를 찍어 뼈의 모양과 구조를 확인한다. 엑스레이로는 멀쩡한데 환자가 불편함을 느낀다면 MRI를 찍어야 한다. 무릎은 복잡한 구조로 이뤄져 있다. 뼈 뿐만 아니라 연골, 연골판, 인대, 근육에 이상이 없는지 확인해야 하는데, 이들 조직은 MRI 검사를 해야 확인이 가능하다.
-병원에는 다양한 주사 치료가 있다, 각각의 효과는?
흔히 알려진 '뼈 주사'는 스테로이드 주사다. 효과가 가장 강력한 약제로, 염증이 불 타듯이 번질 때 염증을 가라앉히기 위해 사용한다. 염증이 가라앉으면서 통증과 부종은 줄어들어 증상이 드라마틱하게 좋아진다. 다만 효과가 강력하다보니 따라오는 부작용도 여럿이다. 면역력 저하, 혈당 조절 어려움 등이 대표적이다. 스테로이드 주사는 꼭 필요한 경우에만 맞아야 하며 회수도 제한해야 한다.
'연골주사'로 알려진 히알루론산 주사는 관절에 일종에 '기름칠'을 하는 것이다. 관절 안에 히알루론산을 주입하면 윤활 작용이 원활해져 뼈들이 움직일 때 마찰이 줄어든다. PDRN 주사는 항염 작용을 한다. 이들 주사는 퇴행성 관절염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증상을 완화할 수는 있다. 상황에 맞게 주사를 놓아야 한다.
-관절경 수술만으로 해결되는 퇴행성 관절염은?
관절경 수술은 가느다란 내시경을 관절 안쪽으로 넣어 관절의 구조를 확인하면서 하는 수술이다. 무릎 연골이 닳으면서 발생하는 뼈·연골 조각을 빼내거나, 연골판 등 찢어진 조직을 꿰매는 치료를 할 때 쓴다. 인대 재건술을 할 때도 관절경 수술을 한다. 초기나 중등도 관절염 치료에 적용한다. 진행된 관절염에서는 볼 수 있는 이득이 제한적이다.
-절골술은 언제 해볼 수 있을까?
절골술은 뼈를 잘라서 각도와 위치를 재접합 하는 수술이다. 무릎 관절 면을 싸고 있는 연골은 평생 똑같이 공평하게 안쓴다. 보통 관절 안쪽에 체중이 집중되는 경우가 많아 관절 안쪽이 집중적으로 닳으면서 나중에는 O자다리가 된다. 관절염의 진행을 막고자 절골술을 통해 체중이 실리는 지점을 바꾼다. 정상에 가까운 연골 쪽으로 체중 부하가 걸리도록 만들기 위해 뼈에 금을 내 각도와 위치를 잡고 교정하는 절골술을 한다. 이 수술을 하면 바깥쪽 연골로 체중을 분산시켜 안쪽 연골만 비정상적으로 손상되는 현상을 막을 수 있다. 젊고 활동적인 환자가 대상이며, 자기 무릎을 오래 쓰기 위한 수술이다.
-결국 인공관절 수술까지 해야할 때는?
말기 퇴행성관절염은 결국 인공관절 수술을 해야 한다. 집이 너무 오래 돼서 이 집에서는 더이상 살 수 없을 때 새 집(인공관절)을 짓는 것이다. 인공관절은 결국 환자 자신의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어느정도 불편감이 있는 수술이다. 수술 받고 싶을 만큼 불편하고 아파야 인공관절 수술 만족도가 높다. 인공관절 수술을 했다고 해도 젊을 때의 무릎 기능을 뛰어넘을 수는 없다. 약물 치료, 운동, 생활습관 개선 등에도 호전이 안될 때 마지막으로 인공관절 수술을 고려할 수 있다.
-수술 후 재활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수술 후 재활을 빨리 해야 예후가 좋다. 과거에는 수술 후 푹 쉬고 나서 재활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요즘엔 그렇지 않다. 수술 후 2일 안에 걷기 시작한다. 빨리 움직이고 일상에 복귀해야 체력도 빨리 좋아진다. 근력이나 유연성 확보 운동을 주로 한다.
통증 관리도 중요하다. 수술 후 급성기 통증을 빨리 잠재워야 만성 통증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급성기 통증 관리가 안되면 통증에 민감해져 나중에 이유 없이 아프다. 진통제도 환자에 따라 한 가지가 아니라 여러 가지를 섞어 안 아프게 만든다.
다시 강조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체중이다. 가방 때문에 어깨가 아프다면 가방을 좋은 것으로 바꿀 것이 아니라 무거운 책 하나를 빼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체중을 500g~1kg만 빼도 일상 활동이 수월해진다. 두번째는 쪼그려 앉아서 하는 작업을 피해야 한다. 쪼그려 앉으면 관절에 가해지는 힘이 ‘면 대 면’이 아니라 ‘면 대 점’으로 바뀐다. 관절 면의 한 점에 체중이 집중되므로 퇴행성 변화가 빨리 온다. 쪼그려 앉아서 무거운 물건까지 든다면 문제가 더 커진다.
적당한 근력 강화도 중요하다. 무릎 관절 주변 근육이 튼튼하면 무릎 관절 상태가 좋지 않아도 꽤 오래 쓸 수 있다. 특히 허벅지 근육을 강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평지 걷기, 수영, 아쿠아로빅, 실내 자전거 등은 무릎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도 근력을 키울 수 있는 운동이다.
-무릎 퇴행성 관절염 환자에게 하고 싶은 말씀
무릎을 전공하는 의사가 되고자 결심하게 된 계기는 어머니가 무릎이 아파 굉장히 힘들어 한 것을 옆에서 지켜보면서부터다. 외래로 오는 퇴행성 관절염 환자는 보통 얼굴에 불안과 낙심이 있다. 생각을 바꾸면 좋다. 지금은 아프지만 나쁜 무릎이 아니다. 같이 여행도 다니면서 좋은 곳도 데려다 준, ‘고생한 무릎’이다. 나이가 들어 퇴행성 관절염이 왔다면 친구 같은 질환이라고 생각하고, 어르고 달래면서 관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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