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하이엔드] 거리 곳곳 물들인 보랏빛 장미…성수동에 거리 만든 버버리
다니엘 리 첫 컬렉션 공개 자리
장미 등 영국 문화유산에서 영감
3개 팝업 매장에, 카페도 운영해
서울 성동구 연무장길(성수동2가). 지금 이곳엔 장미가 그려진 보라색·노란색 그림이 거리 곳곳을 채우고 있다. 영국 럭셔리 패션 브랜드 버버리가 올해 겨울 컬렉션을 알리기 위한 깃발과 간판들이다. 성수동은 최신 트렌드가 결집하는 곳이다. 평일·주말할 것 없이 이를 즐기려는 MZ세대가 몰려드는데, 해외 럭셔리 브랜드들 역시 한국 MZ세대 소비자에게 자신들의 상품과 매력을 알리기 위해 성수동으로 몰려든다. 지난해 5월 프랑스 럭셔리 패션 브랜드 디올이 대형 매장 ‘성수 디올’을 만들며 이를 증명하더니, 이번엔 영국 태생 럭셔리 브랜드 버버리가 성수동에 깃발을 꽂았다.
버버리는 복합문화공간 XYZ서울 전체를 보랏빛 천으로 씌워 팝업 매장 ‘성수 로즈’로 탈바꿈시키고, 이를 중심으로 양쪽 좌우에 두 개의 팝업 매장을 배치했다. 3개의 매장을 잇는 거리(연무장길) 곳곳엔 대형·입식 간판과 깃발 등을 설치해 거리를 온통 버버리로 채워 이름하여 ‘버버리 스트리트’를 만들어냈다.
성수 로즈에선 신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다니엘 리의 첫 버버리 컬렉션인 ‘2023 겨울 컬렉션’을 선보이는 공간이다. 컬렉션의 주요 테마인 ‘잉글리쉬 로즈’에서 영감을 얻어 장미 꽃잎 모양으로 매장 내부를 꾸미고, 옷·가방·신발· 주얼리 등 컬렉션 전반을 보여준다. 다른 팝업 매장 한 곳은 신발만 모아 ‘성수 슈’를 만들고, 나머지 한 곳엔 뜨거운 물을 채워 쓰는 핫 워터보틀 컬렉션을 보여주는 ‘성수 보틀’로 구성했다. 지금까지 성수에서 열린 해외 브랜드의 팝업 이벤트 중 가장 규모가 크다.
브랜드 운명 달린 다니엘 리 첫 컬렉션
버버리가 이렇듯 총력전을 벌이는 데엔 이유가 있다. 올해 연말은 버버리에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다. 패션 브랜드의 심장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교체된 뒤 첫 컬렉션을 세상에 내놓고 이를 평가받는다. 이번 컬렉션의 성패에 따라 브랜드의 운명이 갈린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버버리의 미래를 책임질 사람은 디자이너 다니엘 리다. 그는 버버리에 오기 전 보테가 베네타를 부흥기로 이끈 장본인. 당시 침체기를 걷고 있던 브랜드를 180도 바꿔 성공시켰던 것처럼, 이번 역시 기존 버버리에선 떠올리기 힘들었던 일들을 해냈다. 먼저 모노그램을 배제하고 보라·노랑·파랑·빨강이 중심이 된 컬러 팔레트를 사용해 컬렉션 전반에 걸쳐 과감한 컬러 플레이를 시도했다. 실루엣 또한 오버사이즈 코트와 니트 스웨터, 화려한 패턴과 컬러를 사용한 셋업 스타일, 몸을 둘둘 감은 커다란 타탄 스카프 스타일링 등 지금까지와는 다른 버버리를 만들었다. 또 2015년 이후 사라졌던 클래식한 로고를 전면에 꺼내 가방, 구두 등 액세서리의 중심에 비중 있게 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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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만난 영국 디자이너의 영국 문화 필살기
런던 본드 스트리트에서 시작한 글로벌 프로젝트 버버리 스트리트는 그가 만든 ‘뉴 버버리’의 출범식이다. 이번 컬렉션에서 다니엘 리는 ‘가장 영국적인 영국 디자이너’의 모습을 보여준다. 먼저 영국을 상징하는 물건, 동물, 컬러 등을 모티프로 사용했다. 핵심은 보랏빛 장미, ‘버버리 로즈’다. 영국 국화(國花)인 장미를 중심으로 기사의 말, 청둥오리와 백조, 타탄체크 등 영국의 상징적인 문화유산을 영민하게 활용했다. 컬러 이름 또한 ‘리본’ ‘나이트 블루’ ‘미모사 옐로’처럼 문화 코드를 넣어 만들었다.
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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