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소 찾은 자신감, 더 단단해질 쏠의 음악 [D:인터뷰]
“대표님(고 고경민 아메바컬쳐 대표)이 들으셨다면 ‘잘했다’고 해주셨을 것 같아요. 그분은 늘 그런 분이었거든요. 항상 격려해주시던…. 처음 해본 리메이크 작업이라 울고 싶을 정도로 하기 싫어질 때도 있었어요. 대표님은 말하지 않아도 제가 얼마나 우여곡절을 겪으며 완성한 앨범인지 알아봐 주실 분이었어요.”
잘 만든 리메이크 앨범으로 평가받고 있는 쏠의 ‘어 러브 슈프림’(A Love Supreme)은 지금은 세상을 떠난 고경민 대표의 제안으로부터 시작됐다. 평소 유튜브 채널에 커버곡 영상을 올리던 쏠을 눈여겨 본 고 대표의 안목이 이번 앨범을 있도록 한 장본인이다. 쏠은 “대표님의 마지막 디렉션이라고 생각하니 더 잘해내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다”고 말했다.
‘어 러브 슈프림’에는 ‘러브 슈프림’(Love Supreme, 원곡 김반장과 윈디시티) ‘마음을 잃다’(원곡 넬) ‘가까이 하고 싶은 그대’(원곡 나미) ‘아름다운 이별’(원곡 김건모) ‘기다리다’(원곡 패닉) 등 총 다섯 곡이 실렸다. 1990년대부터 2000년대를 아우르는 이 곡들이 쏠의 목소리로 다시 만들어졌다.
“주로 제가 어렸을 때 들었던 노래를 위주로 트랙리스트를 꾸렸어요. 주변에서 추천도 해줬고요. ‘원곡과 똑같이 가지 않았으면’ 했던 대표님의 말을 따라 밴드와 고민을 많이 한 결과물이죠. 한 가지 확실했던 건 (원곡보다) 더 좋은 걸 만들려는 생각보단 지금 우리의 바이브, 느낌을 녹여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작업 과정이 순탄하지는 않았다. 고 대표를 실망시키지 않고자 하는 책임, 대선배들의 명곡을 망칠 수도 있다는 부담감 그리고 리메이크 앨범이 흔해진 시대, ‘분위기에 휩쓸려 내는 노래’라는 편견에 대한 우려가 겹겹이 쌓였다.
“정말 울면서 하기 싫다고 한 적도 있었어요(웃음). 그럼에도 끝까지 이 앨범을 완성시킨 건 대표님의 마지막 제안이었다는 점이 가장 컸고, 이 앨범을 잘 해내면 분명 제가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부담감, 책임감은 물론이고 대중에게 쉬워보일까 걱정도 했어요. 하지만 제가 좋아하는 곡을, 저의 해석으로 보여드리기 위해 공을 정말 많이 들였어요. 다른 리메이크 앨범과 달리 조금은 ‘주체적인 리메이크 앨범’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네요.”
나얼의 ‘귀로’를 듣고 자란 세대 중 상당수가 이 곡을 리메이크 곡이라고 인식하지 못했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쏠 역시 그랬고, 이번 앨범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목표도 나얼의 ‘귀로’ 같은 평가를 받는 것이었다. 쏠이 내놓은 곡들은 원곡을 아는 사람에겐 추억을 되살리는 음악이었지만, 모르는 사람들에겐 신곡처럼 인식됐다. 쏠의 트렌디한 음색이 완전히 새로운 음악을 만드는 도구가 된 셈이다.
그럼에도 쏠은 “한 번도 내 목소리가 장점이라는 생각을 한 적이 없다”고 말한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실제로 과거엔 고음을 잘 내는 창법이 트렌드였던 터다. MBC ‘놀면뭐하니?’의 프로젝트 그룹인 WSG워너비는 그런 면에서 쏠에게 터닝포인트가 된 사건이었다.
“WSG워너비 활동 덕분에 음악적으로 사람들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하는지 생각이 넓어졌어요. 많은 사람이 나의 목소리를 좋아해주시는구나 깨달았거든요. 자신감도 없고, 내 목소리가 싫었어요. 옛날엔 목소리가 좋다는 소리를 들어도 예의로 하는 말이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그룹에 뽑혔다는 것 자체가 사람들이 제 목소리를 좋아해준다는 증거라고 생각했어요.”
이 프로그램을 얻은 자신감은 쏠의 이번 앨범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쳤다. 리메이크 앨범을 선뜻 해보겠다고 나선 것도, 끝까지 자신의 목소리를 믿고 음악을 완성한 것도 이 프로그램을 통해 변화된 생각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 비로소 자신의 방향성을 찾게 된 쏠이 보여줄 이후의 행보가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어렸을 적부터 ‘늙어서도 노래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어요. 할머니가 되어서도 노래할 수 있는 기반을 잘 다져놓는 것이 지금 저의 목표입니다. 하하.”
Copyright ©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윤 대통령 지지율 37.0%…전 지역·전 연령서 부정평가 높아 [데일리안 여론조사]
- '미우새' 박수홍 영상, 이쯤 되면 내려야 하지 않나요 [D:이슈]
- "성관계하다 다쳤잖아" 4700만원 뜯어낸 30대 女공무원, 피해男은 극단선택
- '총선 지역구 투표' 민주당 45.0% vs 국민의힘 34.1% [데일리안 여론조사]
- 북한의 기습 남침 가능성 "있다" 48.3% vs "없다" 47.4% [데일리안 여론조사]
- 국민의힘의 반격…'이재명 부부' 사법리스크 부각 여론전
- '특검 부결, 특감관 추천' 이끈 한동훈…'대야 압박 승부수' 득실은
- '공천 개입 의혹' 명태균·김영선 구속…"증거 인멸 우려"
- 강남 비-사이드 ‘1번 배우’ 조우진, 이견 잠재우는 ‘볼륨 연기’ [홍종선의 신스틸러㉑]
- 고영표 부진 지운 곽빈, 일본야구 평균자책점 1위 눌렀다 [프리미어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