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김없는 이동수단 자리잡으려면, 공공 이끌고 민간 창의성 보태야"
'대도시권 마스, 공공이 답하다' 주제
대중교통·개인형 이동수단 통합 연계 서비스
스마트폰 등 기술발달로 가능해져
보편적 이동권 신장…공적 역할 주축
민간기업 창의성 보태야 지속가능
서비스로서의 이동수단, 이른바 마스(MaaS)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중앙 정부나 지자체 등 공적 기관과 민간 기업 간 긴밀한 협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각종 대중교통과 개인형 이동수단 등 다양한 교통수단을 연계해 편의성·효율성을 높인 마스는 기술발달로 앞으로 구현 가능성이 높아진 영역으로 꼽힌다.
간단하게는 환승정보를 포함한 대중교통 정보를 제공하거나 빠른 길을 안내하는 낮은 단계부터 궁극적으로는 집 밖을 나서는 순간부터 도착지까지 원하는 시간에 끊김이 없이 한 번에 이동 가능한 서비스를 뜻한다. 보편적 이동권을 보장한다는 차원에서 미래 모빌리티 시대의 핵심 가치로 평가받는 분야이기도 하다. 근래 지자체나 관련 서비스를 선보인 기업 간 선점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시너지를 내지 못하는 데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대구교통공사와 한국자동차기자협회는 19일 ‘대도시권 마스, 공공이 답하다’라는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었다. 이날 행사는 대구 엑스코에서 열리는 대한민국 미래모빌리티 엑스포(DIFA)의 부대행사로 진행됐다. 심포지엄은 권오훈 계명대 교수의 ‘국내외 마스 사업추진 사례·동향’, 김근욱 대구교통공사 교통정책연구원의 ‘대도시권 마스, 공공의 역할’ 주제 발표와 전문가 패널 토론으로 진행됐다.
마스의 성공사례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게 핀란드의 휨(Whim)이다. 2016년 핀란드 헬싱키를 중심으로 첫선을 보인 이 서비스는 마스글로벌이라는 스타트업이 시작한 후 정부와 다른 기업이 합작해 범위를 넓혔다. 각종 대중교통은 물론 택시·렌터카, 공유 차량·자전거·킥보드 등 다양한 이동수단을 하나의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연계한다. 통상 교통 서비스에서 사각지대로 꼽히는 게 ‘퍼스트·라스트 1마일’이다. 집 밖을 나서거나 도착하기 직전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없는 구간을 뜻한다.
국내에서도 일부 지자체나 기업을 중심으로 연계 서비스를 선보인 적이 있다. 전라남도는 관광정보와 교통·숙박·음식 정보 등을 연결해 예약하거나 결제하는 서비스 제이타스(J-TaaS)를 2022년 시작했다. 경기도 부천에서도 킥보드·자전거 등과 연계해 할인받을 수 있는 스마트 시티패스를 정부 공모사업으로 했다.
대전에선 올해 7월부터 철도와 시내버스, 공영자전거를 연계해 마일리지 혜택을 주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 이 서비스는 중장기적으로 고속철도(KTX)와 고속·시외버스, 항공 등 광역교통과 연계하는 것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단계별·사용자별로 나눈 구독형 요금제를 쓰며, 시나 각종 공공기관에서 나눠 관리하던 정보나 정산체계를 하나로 통합하는 방안까지 계획돼 있다. 국토교통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에서도 전국 단위 서비스를 목표로 일부 기업과 함께 내년 초 시범사업을 선보일 예정이다.
스마트폰 보급이 확대되면서 충분히 구현 가능한 서비스로 비치나 운영과정에서는 다양한 문제도 나왔다. 서비스 운영과정에서 드는 비용을 어찌 충당할지를 비롯해 정부·지자체가 공적 지원을 어느 정도 수준까지 할지 등 돈 문제가 컸다. 시범사업만 마치고 정작 본사업을 못 하는 지자체도 있다.
권오훈 교수는 "ICT(정보통신기술)를 접목해 플랫폼 기반의 스마트 모빌리티 서비스가 활발히 운영되고 있으나 체계적이고 표준화된 가이드가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이용자를 고려하지 않은 채 기술개발 등에 초점을 맞춰 추진되는 경향이 있었다"며 "각종 이동수단을 통합하는 데는 기여했으나 개발 후 유지보수나 재정지원, 수익구조 등 실제 운영에 들어간 후 대비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김근욱 대구교통공사 교통정책연구원 팀장은 "충분한 토론과 숙의 과정이 없이 경쟁적으로 속도에만 치우쳐 추진된 측면이 있다"며 "마스의 공공성, 모빌리티 수단을 연계 통합하는 역할로 마스의 중요성을 충분히 고민하고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재구 한국도로공사 차장은 "시범사업 준비과정에서 다양한 사업주체와 만나 논의해보니 앞으로 커질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인지 서로를 배타적, 경쟁적인 관계로 여기는 경우가 있었다"고 말했다.
기존 대중교통의 한계에 관한 지적도 있었다. 김기혁 대구교통공사 사장은 "시뮬레이션을 해보니 지하철 요금을 1만4000원 정도 받아야 유지 가능한 것으로 나왔다"며 도시철도 운영 과정에서 지자체 등 정부 지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거론했다. 다만 기후변화 등을 고려할 때 자가용 위주의 이동수단이 해법이 될 수 없는 만큼, 지속가능한 교통체계를 위해서는 마스 시스템이 보다 정교해질 필요가 있다고 봤다.
각종 이동수단 이용정보가 뿔뿔이 흩어져 효율적인 서비스를 선보이기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최소윤 티머니 수석연구원은 "3년 정도 마스 플랫폼을 운영해보니 공공 데이터를 확보하고 연계하는 게 쉽지 않았다"며 "이용객을 유인하기 위한 인센티브 재원, 기존 대중교통과 비슷한 형태로 마스 고유의 인프라를 갖추기 위해선 공적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앙 정부나 지자체 등 공적 기관과 민간 기업간 협업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한 목소리로 지적했다. 이날 패널토론 좌장을 맡은 김익기 한양대 교수는 "마스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중앙·지방 정부가 함께 연구해 표준 기본 포맷을 구축하고 그 안에서 민간 기업의 창의적이고 유용한 서비스 상품을 도입할 수 있는 개방성도 갖춰야 한다"며 "다양한 정보나 자료를 공적 차원에서 활용이 가능하도록 하는 기본 틀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근욱 팀장은 "앞으로 마스는 자율주행차, 도심항공교통 등 전체 모빌리티 수단을 총괄 운영하고 관리하는 시스템 차원의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며 "대중교통이 공공재 성격을 띠듯 미래 모빌리티 수단 역시 이동성을 보장하는 대중교통으로서 역할을 가져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마스는 공공의 역할을 고민하고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정열 계명대 교수는 "지역의 교통 문제를 가장 잘 아는 건 시민과 지역사회인 만큼 서로 간의 활발한 의사소통이 필수"라며 "지역 특성에 맞춰 거점형·관광형 등 특성에 맞춘 마스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구=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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