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따이궁 수수료 ‘아웃’…송객수수료 잡는 법 나온다

이민지 2023. 10. 20.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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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점 송객수수료 상한선 법제화 논의
단체관광객 매출의 50%가 따이궁 수수료
"中면세점 급성장, 韓 제살깎기 경쟁 역성장"
전문가들 예상 수수료율 15~20% 수준
다만 이해관계 등 법 통과까진 '난관' 많아

면세점 송객수수료 상한선을 법제화하는 법안이 발의된다. 과도하게 높아진 송객수수료를 정상화해 국내 면세시장의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겠다는 복안에서다. 기본적으로 면세점이 관광객을 연결해준 여행사나 가이드에 돈을 지불하는 것을 수수료라고 하는데 여기엔 보따리상(따이궁)이나 개인 관광객에게 제공하는 할인 혜택도 포함된다. 최근 몇 년간 한국 단체 여행을 금지한 ‘한한령’과 코로나19 사태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따이궁에 지불하는 수수료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11일 서울의 한 면세점에는 중국관광객들의 발길이 뜸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단체 매출 50%가 송객수수료

20일 국회와 유통업계에 따르면 진선미 의원실은 면세점 송객수수료를 법으로 정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을 다음 달 중 제출할 예정이다. 관세청 권한을 규정한 관세법을 개정하는 것으로 올해 세법 처리 시한인 11월 30일 이전에 법안을 내놓겠다는 구상이다. 송객수수료 상한선을 두도록 하는 것이 법안의 주요 내용이다. 법안에는 구체적인 수수료 상한선이 들어가진 않는다. 이는 정부에서 현황 파악을 한 뒤에 세부적으로 정하도록 하는 방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진 의원실 관계자는 “규제하기 어려운 내용이라 구체적인 내용을 다듬고 있는 상황”이라며 “세부 비율에 대해선 논의가 들어가야겠지만, 원칙적으로는 면세점 송객수수료를 규제 범위에 넣게 다는 것이 골자”라고 밝혔다.

송객수수료가 과하게 높아진 데는 어려운 영업 환경 속에서 매출을 만들어내려는 국내 면세점의 출혈 경쟁이 자리하고 있다. 면세협회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기간 따이궁에 대한 매출이 높아지면서 송객수수료율은 지난해 50%를 뚫었다. 코로나19 전인 2014년부터 2019년까지의 송객수수료율은 20% 수준이다. 100만원을 팔았을 때 과거엔 수수료로 20만원을 따이궁에 떼줘야 했다면 지난해엔 손에 쥔 돈의 절반 이상을 따이궁이 가져간 셈이다. 지금은 관세청과 업계의 자구적인 노력으로 30~40%대로 내려갔다지만 면세업계는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면 다시 수수료율이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면세협회 관계자는 "같은 상황이 반복되지 말란 법은 없다"며 "송객수수료가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중국에 위협받고 있는 한국 면세점 경쟁력을 되살리기 위해서라도 법제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현재 국내 면세점들의 판매액은 코로나19 직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영업이익률도 2019년 6%를 기록했지만 2020년엔 ?7.2%까지 떨어졌다. 성장이 정체된 국내 면세점과 다르게 중국 면세점들은 최근 5년간 연평균 23%가량 신장했다. 2020년부터 전 세계 면세점 1위 사업자도 중국국제여행사 자회사인 CDFG(이전에는 스위스 '듀프리')로 바뀌었다. 면세점 송객수수료 개선방안을 연구한 주성준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CDFG는 중국 면세소비자의 자국 내 소비 유인정책 등으로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며 “면세업계의 구조적 특성상 자체적인 시정이 불가능한 상황으로 시장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수준의 출혈경쟁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학계 전문가들이 적정하다고 보는 송객수수료율은 15~20% 정도다. 성수기와 비수기별로 다르게 적용해야겠지만, 통상적으로 보았을 때 평균적으로 해당 수준의 수수료율을 적용하면 큰 무리가 없다는 평가다.

한편 이번에 추진될 법안엔 면세점 특허수수료 개선안은 포함되지 않는다. 코로나19로 적자가 일시적으로 나타났기 때문에 상황에 맞춰 정부가 수수료율을 조절해 줄 수 있는 부분이라는 점에서다. 특허수수료는 정부가 면세사업자에게 독점적 권리를 주는 대신 매출액에 연동해 세금을 받는 것을 말한다. 면세업계에선 매출액이 아닌 영업이익이나 매장면적을 기준으로 특허수수료를 납부할 수 있도록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적자를 내고 있음에도 수수료를 내야 하는 상황이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최근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영업이익에 연동해 특허수수료를 받도록 해야 한다는 '관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중국 보따리상(따이궁)과 외국인 관광객들이 면세점 입장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

면세점들도 '동상이몽'…통과까지 ‘험난’할 듯

다만 송객수수료가 수술대에 올랐다 해도 중요한 것은 이해관계자들의 합의를 끌어내 봉합을 잘 끝마칠 수 있느냐다. 수수료율을 어떻게 정하느냐가 문제인데, 면세업계와 다른 업계 간 의견 대립이 있다는 점을 차치하고서라도 면세점 간 의견 대립도 만만찮다. 신생 면세점은 송객수수료 상한선 법제화에 공감하고 있지만, 수수료율을 공격적으로 낮추는 것을 달갑게 여기진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면세점협회가 올해 초 송객수수료 실태 파악을 위해 연구용역에 착수했을 당시, 면세점들이 대외비에 속한다는 이유로 영업비용을 명확하게 공개하지 않아 실태 파악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이로 인해 해당 연구용역에선 주요 면세점들에 적합한 송객수수료율을 산정하지도 못한 채 끝을 맺기도 했다. 일찍이 충성고객을 확보한 면세점과 신생 면세점 사이에서도 의견 일치가 어려울 것으로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여행업계 반대도 넘어야 할 산이다. 국내 여행산업 구조를 보면 여행사들이 저가 상품으로 중국 여행객들을 데리고 온 뒤에 마진은 송객수수료로 취하는 형태다. 김재호 인하공업전문대학교 서비스학부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여행업계와 합의점을 도출하기 위해선 저가에 매몰된 국내 여행산업 구조를 바꿔야 하는데 이를 깨기가 쉽지 않다"며 "진통은 있겠지만 여행업계 등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하는 협의회를 열어 매년 수수료율을 정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마지막으로 정부의 입장도 변수다. 정부 측은 법적인 영역에서 정부에게 해결을 기대기보다는 업계의 자정 노력이 먼저라고 말한다. 두 달 전 '면세산업 글로벌 경쟁력 제고 방안' 세미나에서도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법적인 영역으로 정부의 해결을 기대하는 것은 상당히 곤혹스럽다”며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들어오게 되면 자연스럽게 수수료 압박은 줄어들 수 있다고 본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민지 기자 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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