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이스라엘 '철의 장벽' 무력화한 드론…'아덱스 2023'도 점령

양낙규 2023. 10. 20.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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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덱스 전시회 현장 가보니
국내 방산 기업들 무인체계 선보여
수소연료 드론·공격 드론·안티 드론 등 눈길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는 이달 7일(현지 시각) 로켓포로 이스라엘을 공격하면서 가장 먼저 드론을 이용해 통신 인프라부터 무력화했다. 하마스는 원격으로 조종한 드론 폭탄으로 이스라엘과 가자지구 경계에 설치된 장벽인 ‘아이언 월(iron wall)’을 통제하는 통신 감시탑을 파괴했다. 군사·통신망이 마비되면서 이스라엘이 '스마트펜스'라고 자랑했던 첨단 센서와 원격 기관총은 무용지물이 됐다. 이후 하마스 대원들은 행글라이더·패러글라이더를 타고 자유롭게 장벽을 넘었다.

지난해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과 최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하마스 전쟁을 통해 드론은 강력한 파괴력을 선보이며 위협적인 공격 자원으로 떠올랐다. 지난 17일 서울 성남공항에서 개막한 국내 최대 항공우주·방위산업 전시회 ‘서울 ADEX 2023’ 전시에서도 대세는 '무인 무기체계'였다.

LIG넥스원, 하이브리드 수송 드론 선보여

대한항공이 내놓은 드론은 ‘KUS-SX’와 ‘KUS-VX’ 등 2종이다.

공군무기체계가 즐비한 전시장에선 국내 기업들이 앞다퉈 내놓은 드론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ADEX 행사장LIG넥스원부스에서는 크기는 작지만, 정찰·타격 임무를 복합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소형 드론과 'KCD-40 하이브리드 수송 드론', 'KCD-200 수소연료전지 수송 드론' 등이 전시돼 방문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KCD-40은 내연기관에 배터리를 더해 동력을 얻는 하이브리드 엔진 시스템을 사용하는 드론으로, 최대 40㎏의 물건을 싣고 1시간 동안 비행할 수 있다. 전시 군수품 공급이나 평상시 고립 지역에 구호품을 보내는 데 활용할 수 있다. KCD-200은 배터리와 수소연료전지를 동력원으로 사용해 200㎏ 이상의 화물을 싣고 시속 100㎞ 이상 속도로 1시간 넘게 비행할 수 있어 활용도가 더 높다. 특히 정찰 활동은 물론 내부에 폭탄이 장착돼 최후의 순간에 자폭 공격까지 할 수 있는 다목적 드론인 만큼 전장에서 위협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피세찬 LIG넥스원 전자전사업부 매니저는 "감시·정찰·공격·수송부터 대(對) 드론 체계까지 모두 아우르고 있어 해외의 관심도 많은 상황"이라고 소개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도 유·무인 복합체계를 선보였다. 드론 자체의 성능 개발에 집중하는 것을 넘어 드론을 기존 헬기나 전투기 등에 탑재한 뒤 실전에 활용하는 개념이다. 소형무장헬기(LAH) 좌우편에 2대씩 드론 4대를 탑재하고 작전 지역에 진입하면 드론을 먼저 내보내 적군의 동향을 탐지해 이 정보를 헬기에 전달하면 헬기의 생존력과 작전 능력이 대폭 향상된다는 것이 업체 측 설명이다. KAI 관계자는 "이 같은 탑재 드론 개념은 LAH뿐 아니라 한국형 전투기 KF-21 등에도 모두 적용할 수 있다"며 "2028년까지 기술 개발을 마치고 2030년 상용화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대한항공, 수직 이착륙 가능한 '공격 드론' 개발

대한항공은 그동안간 축적한 무인기 분야 기술력을 고도화하고 미래 스텔스 무인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지난해 6월에는 대전에 차세대 스텔스 무인기 개발센터를 개소했다.

대한항공도 드론에 집중했다. 대한항공이 내놓은 드론은 ‘KUS-SX’와 ‘KUS-VX’ 등 2종이다. KUS-SX는 일명 ‘한국형 하피(Harpy)’로 불린다. 하피는 공중에서 비행하다 적의 레이더 전파를 포착하면 자폭하는 무인기다. 대한항공은 기존 하피에 전파 교란 장치 추적 무인기도 장착했다. 전차나 차량까지 공격할 수 있다. 공격 드론 KUS-VX는 수직 이·착륙이 가능하다. 두 쌍의 날개에 네 개의 하이브리드 엔진 프로펠러를 달고 있었다. KUS-VX의 임무 중량은 700kg으로 5km 이상의 순항고도와 600km 이상의 항속거리를 갖는다. KUS-VX에 대전차 미사일을 탑재해 수출을 노리고 있다.

드론을 잡는 시스템도 눈여겨 볼만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안티드론 시스템을 전시했다. 한화의 안티 드론 개념은 도심지역 등 아군 전방 5㎞까지 접근하는 드론 등의 물체를 레이더로 탐지하고, 3㎞ 안까지 오면 전자광학·적외선(EO/IR) 카메라로 식별해 강력한 전파 교란 공격이 가능한 '재머(Jammer)'로 무력화하는 시스템이다. 한종훈 한화시스템 C4I·지상시스템사업단 부장은 "이마저도 뚫리면 방어 목표의 2∼3㎞ 이내에서는 ‘드론 헌터’를 출격시켜 그물을 쏴 공격 드론을 포획해 지상에 피해가 없도록 조치하고, 이마저도 뚫리면 ‘레이저포’ 등으로 무력화시키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ADEX 행사장에는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등 각국의 고위 관계자들이 참관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다토 텡쿠 무하마드 파우지 말레이시아 육군참모차장은 행사장에서 "한국의 발전된 방산·무기체계가 놀랍고 부럽다"면서 "서방의 무기보다 같은 아시아 국가인 한국의 발전된 방산·무기체계에 더 관심이 간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방산전시회를 키우기 위해서는 격년으로 열리는 ADEX전시회를 육군 무기체계를 전시하는 대한민국방위산업전(DX KOREA), 해군 무기체계를 전시하는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마덱스)와 통폐합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전시회 규모를 키워 세계 3대 에어쇼로 손꼽혀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세계 3대 방산전시회는 싱가포르 에어쇼, 프랑스 파리 에어쇼, 영국 판보로 에어쇼다.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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