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관계도 자주 안하는데… '방광염' 왜 자꾸 재발할까?
첫 번째, 폐경 전에는 여성호르몬의 영향으로 질 내에 락토바실러스라는 유산균이 상주하여 병균의 침입을 억제하지만, 폐경기 여성은 여성호르몬 부족으로 질 내 유산균 생존이 어려워 대장균 외에도 여러 잡균들로 쉽게 오염이 된다. 그래서 폐경기 여성은 폐경 전보다 방광염에 더 취약하고 발병 균주도 다양하다. 증상이 있을 때마다 요배양 검사로 감염 여부와 균주 및 항생제 감수성을 확인하고 치료해야 재발을 줄일 수 있다.
두 번째는 폐경기 여성에게는 폐경 전과 다른 중요한 변화가 있다. 바로 폐경기로 인한 외성기 위축과 요도의 변화이다. 워낙 수십 년을 거치는 위축 과정이라 그냥 노화라고 느끼는 변화들이다. 증상으로는 질 건조, 질 가려움, 질구 협착, 외성기의 통증, 배뇨통, 요절박, 빈뇨 등이다. 이것을 ‘폐경비뇨생식기증후군’이라고 한다. 안면 홍조, 식은땀, 무드 변화, 등의 폐경 증상은 폐경 후 생겼다가 일정 시간 후에 소실되지만, 외성기 위축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심해진다. 이런 환자는 주로 외성기 통증과 배뇨통을 호소한다. 중요한 것은 일반 요검사 상 질 분비물이 오염되는 경우가 많아 염증 세포(백혈구)가 발견되어 방광염으로 오인하고 항생제로 치료하지만, 항생제로 증상이 호전되지 않아 흔히 재발성 방광염으로 오인하게 된다. 이런 환자의 특징은 내진 검사상 외성기 위축이 심하고 일반 요검사 상 염증이 보여도 요배양 검사상 균이 자라지 않는다. 결국 방광염 유사증상이 있어도 세균성 방광염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그러니 항생제를 투여하더라도 계속 증상을 호소한다. 항생제가 위축된 외성기와 요도의 변화를 되돌리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환자들은 여성호르몬 치료를 해야 위축과 증상이 개선된다. 그런데 경구용 여성호르몬은 외성기 위축 개선에 그렇게 만족스럽지 못하고 질 내로 직접 투여해야 개선이 뚜렷하다. 질 내 국소 투여는 약 2~3주면 다른 약제 없이도 증상 완화를 느낄 수 있으며, 투여 기간이 길수록 더 좋아진다.
폐경 전 여성은 재발성 방광염 예방에 경구용 백신이나 외성기 관리 정도가 전부지만, 폐경기 여성에서는 여성호르몬 국소 투여가 위약군보다 방광염 발생률을 연 5회 감소시킬 정도로 탁월한 예방 효과를 보인다. 재발성 방광염 예방법 중 학회에서 인정되는 가장 중요한 두 가지가 여성호르몬 국소 투여와 경구용 요로감염 백신의 복용인 이유이다.
그럼에도 국내 폐경 여성은 아직 여성호르몬 치료로 인한 유방암, 자궁암 발생에 대한 두려움으로 매우 꺼린다. 그러나 메타분석을 보면 여성호르몬 국소 치료는 질과 요도의 변화에 국한하여 효과가 있을 뿐, 질 점막을 통한 전신 흡수가 거의 되지 않아 혈중 여성호르몬은 폐경 상태와 같아서 암 발생을 걱정할 필요는 거의 없다. 또한 경구용 여성호르몬은 60세 이후 투여는 주의가 필요하다고 권고하지만, 국소 투여는 나이나 투여 기간에 구애받지 않고 지속적으로 투여할 수 있다.
세 번째, 폐경기 여성은 요실금 빈도가 높아 패드 착용이 흔하므로 외성기 관리에 문제가 많다. 기저귀나 패드는 외성기 주위 온도와 습도를 높여 세균의 증식과 감염을 조장하므로 필요에 의해 착용하더라도 가능한 단시간 착용해야 한다. 특히, 기저귀를 찬 변실금 환자는 항문 오염이 극심할 뿐만 아니라 기저귀 내 습기로 인해 균의 이동이 용이해 재발성 방광염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
결국, 폐경기 여성은 방광염 증상이 있을 때 반드시 요배양 검사를 하여 올바른 항생제로 치료하고, 외성기 관리를 통해 방광염이 재발하는 고리를 끊어야 한다. 특히 감염이 없고 외성기 위축이 있는 폐경기 여성은 국소 여성호르몬을 투여로 방광염 유사증상을 해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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