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너무 긴축적인가? 아니다"...선택지 열어둔 '매파적 동결' 예고(종합2보)
"현재 (통화)정책이 너무 긴축적(tight)으로 느껴지나? ‘아니(no)’라고 말해야 할 것 같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19일(현지시간) 여전히 높은 인플레이션과 강한 경제지표를 지적하며 추가 금리인상 여지를 남겼다. 다만 최근 국채금리 상승세로 금융여건이 명백히 긴축되고 있다는 점도 인정했다. 당장 11월에는 금리를 동결하되, 추후 지표에 따라 움직이는 이른바 '매파적 동결' 메시지를 던졌다는 평가다.
파월 "인플레 여전히 높아" 추가 인상 여지
파월 의장은 이날 뉴욕이코노믹 클럽 연설에서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높다"면서 "최근 몇달간의 좋은 지표는 인플레이션이 목표를 향해 지속해서 하락하고 있다는 확신을 구축하는 데 필요한 시작일 뿐"이라고 밝혔다. 그는 "길이 험난하고 시간이 좀 걸릴 수 있으나 나와 (Fed)동료들은 인플레이션을 2%까지 낮추겠다는 약속에 하나가 됐다"면서 "추세 이하의 저성장, 노동시장 완화가 확인되지 않을 경우, 추가 긴축이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공개된 미국의 9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7% 증가해 시장 전망치(0.2%)를 크게 웃돌았다. 누적된 긴축, 초과저축 고갈, 학자금 대출 상환 개시 등을 이유로 미 소비가 둔화할 것이라는 시장 전망과 달리, 여전히 탄탄한 수준을 나타낸 셈이다. 이날 공개된 주간 신규실업수당 청구건수 역시 9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져 노동시장 과열이 지속되고 있음을 나타냈다. 이는 모두 Fed의 추가 긴축 필요성에 힘을 싣는 요인들이다.
이어진 대담에서도 파월 의장은 현재 통화정책이 지나치게 긴축적이지는 않다는 평가를 내놓으며 언제든 추가 인상에 나설 수 있음을 재확인했다. 그는 최근 경제가 큰 어려움 없이 5%대의 높은 금리를 소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는 무엇을 말해주는 걸까. 현재 정책이 너무 긴축적이라고 느껴지나"고 반문한 후, "아니라고 말해야 할 것 같다"고 답했다.
다만 최근 국채금리 상승세에 대해서는 "국채금리 상승으로 금융 여건이 긴축됐다. 금융여건의 지속적인 변화는 통화정책 방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러한 금리 급등이 추가 금리 인상을 대체할 수 있냐는 질문에는 즉답을 피했다. 또한 누적된 긴축이 경제에 하방압력을 가하고 있음이 확인되고 있다면서 4분기 경제가 다소 냉각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과도하게 긴축할 경우 경제에 불필요한 해를 끼칠 수 있고, 덜 긴축하면 인플레이션이 고착화될 수 있다면서 "우리가 어디까지 왔는지를 고려하며 신중하게 (통화정책을) 진행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앞서 Fed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당초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5.25~5.5%에서 동결하는 한편, 연내 한 차례 추가 인상이 뒤따를 것을 예고한 상태다. 그러나 Fed 안팎에서는 최근 국채 금리 급등에 따라 추가 인상 필요성이 사라지고 있다는 분석도 잇따랐고, 이와 관련 파월 의장이 이날 연설에서 어떤 평가를 할 지에 투자자들의 눈길이 쏠렸었다.
월가서는 11월 동결 전망 우세
월가에서는 파월 의장이 매(통화긴축 선호)와 비둘기(통화완화 선호) 중간에서 '선택지'를 열어뒀다는 분석이 쏟아진다. 매파 발언과 함께 '불확실성'과 '신중한 진행' 등을 언급하면서, 단기적으로는 동결을 예고하되 경제 지표에 따른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평가다.
트레이드스테이션의 데이비드 러셀 담당은 "파월 의장이 선택지를 열어둔 채, 어느 쪽이든 더 명확해지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매크로폴리시 프로스펙티브스의 로라 로즈너 파트너는 "파월 의장은 4분기 경제가 냉각될 것으로 보고 있고, 국채 금리 급등이 일부 역할을 하고 있다"며 "11월 동결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시장에서도 11월 금리 동결 전망이 우세하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현재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Fed가 오는 10월31일~11월1일 열리는 FOMC 정례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을 97%이상 반영 중이다. 고금리 장기화 전망과 별개로, 당장 금리 인상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추가 인상이 아닌, 금리인하에 나설 가능성도 전날 0%에서 2%대로 올랐다.
인디펜던트 어드바이저 얼라이언스의 크리스 자카렐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전날 공개된 베이지북에서도 경제 둔화가 시사됐음을 언급하며 "파월 의장이 긴축 가능성을 시사했으나, 올해 남은 기간 동결 가능성이 높다는 분위기를 바꾸지는 못했다"고 평가했다. 파월 의장이 참석한 이날 행사에서는 기후변화 관련 시위대가 'Fed가 불타고 있다'는 플래카드를 든 채 연단을 점거하며 잠시 중단되는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같은날 파월 의장 외 Fed 당국자들의 발언도 이어졌다.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이날 금리 동결을 지지하면서도 "필요시 추가 인상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Fed 내 비둘기파로 분류되는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은 총재는 누적된 긴축에도 불구하고 경기침체를 피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뉴욕채권시장에서 벤치마크인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파월 의장의 발언에 장중 한때 4.99%대를 찍으며 5%선에 육박했다. 30년물 금리는 5.1%대를 돌파했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금리는 단기 동결 전망이 강화하며 5.16%선으로 소폭 하락했으나, 이 또한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뉴욕증시는 일제히 하락했다. 블루칩 중심의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 대비 0.75% 내렸다.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와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각각 0.85%, 0.96% 낙폭을 기록했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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