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현대차가 '인증'한 중고차는?… "집에서 엔진음 들어보세요"

편은지 2023. 10. 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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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양산 인증중고차 센터 가보니
점검 항목이 무려 270여개... "품질 자신 있다"
엔진음부터 타이어 마모도까지, '오감만족 서비스'
상품화 과정을 모두 거친 제네시스 GV70 중고차가 차량 하부 스캔기와 타이어 스캔기를 지나 센터를 빠져나가고 있다.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5초면 됩니다."

5초. 제네시스 GV70의 하부가 부끄러울 정도로 자세히 찍히는 데 걸린 시간이다. 모든 상품화 과정을 마치고 센터를 나서던 GV70은 그저 마른 바닥을 천천히 지나갔을 뿐인데 하부는 물론 타이어 홈 깊이까지 정확히 간파당했다.

GV70이 지나간 직후 화면에 차량 하부 사진이 표시됐다.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이는 차량이 지나간 바닥에 깔린 '차량 하부 스캔기'와 '타이어 스캔기' 덕분이다. 이 스캔기는 카메라 위를 지나가는 짧은 순간 동안 수천장의 사진을 빠르게 찍어 하나의 이미지로 만들어낸다. 테러 위험 등을 방지하기 위해 실제 인천공항에서도 사용되는 장비로, 단 5초 만에 저장된 하부 사진과 타이어 마모도는 그대로 고객에게 전달된다. 하부를 촬영하기 위해 리프트를 이용해 차량을 들어올리는 것은 현대자동차 인증중고차 센터에선 고루하고 낡은 관습에 불과하다.

지난 19일 찾은 경남 양산에 위치한 현대차 인증중고차 센터는 최첨단으로 무장한 채 널찍한 부지에 우뚝 서있었다. 이날 센터에서는 전 주인의 흔적이 잔뜩 남은 중고차가 신차 수준으로 환골탈태하는 상품화 과정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 19일 현대자동차 양산 인증중고차 센터에 상품화 작업을 끝낸 제네시스 중고차들이 줄지어 서있다.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현대차가 한 '인증'은 다르다… 진단 항목이 무려 272개

가장 처음 방문한 곳은 B동의 정비실. 리프트에 높게 들어올려진 팰리세이드 한 대와 그 옆에는 보닛을 열어젖힌 채 이곳 저곳을 살피는 엔지니어가 눈에 들어왔다. 엔진 상태, 누유 여부, 내부 및 외관 상태를 살피고 상품화 범위를 결정하는 과정이다. 점검 항목은 현대차의 경우 272개, 제네시스는 287개에 달한다.

B동 정비실에서 엔지니어가 그랜저 중고차 매물의 성능을 점검하고 있다.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현대차의 전반적인 상품화 프로세스에 빠지지 않는 게 있다면 안그래도 능숙한 엔지니어들이 디지털 최첨단 기기를 이용해 정확도를 높인단 점이다. 진단 과정에서는 디지털 PDI라는 최첨단 기기가 동반되는데, 점검 항목은 추후 소비자들이 앱을 통해 볼 수 있도록 성능 기록부에 기록된다.

이 과정을 통과한 차량은 A동으로 옮겨져 본격적으로 전 주인의 흔적을 없애기 위한 작업에 돌입하게 된다. 휠, 타이어, 부품 등을 교체하고, 도장과 판금 작업이 이뤄진다. 이때 교체되는 부품은 현대차에서 검증을 마친 것들로만 탑재된다.

A동 2층으로 들어서자 한눈에 담기 어려울 정도로 널찍한 공간에서 판금·도장 작업이 바쁘게 이뤄지고 있었다. 외관 복원이 필요한 차가 새 옷을 입는 곳으로 조색실, 판금 공간 4곳, 샌딩 공간 4곳, 스프레이 부스 6곳 등 총 16대의 차량을 한 번에 수용할 수 있는 규모다.

판금 공간에서 엔지니어가 작업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판금 공간에서는 그랜저의 전면 범퍼를 뜯어낸 엔지니어가 매의 눈으로 흠집을 살피고 있었다. 판금 작업은 B동에서 점검된 항목을 바탕으로 정해진 기준에 따라 정비하며, 모든 정비 항목은 다시 전산에 기록하게 된다. 어떤 부분을 어떤 방식으로 점검했는지 소비자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기 위함이다. 도장 작업에서는 2cm의 흠집까지 잡아내 신차 수준으로 도장면을 복원해낸다.

판금·도장을 마치고 새옷을 입은 차량은 같은 건물 1층으로 옮겨져 광택 작업을 거치고, 차량 내부 등 복원 작업이 필요한 부분을 복구하는 작업을 거치게 된다. 담배 냄새 등 차량 내부 악취나 오물 등을 지워내는 작업도 이 곳에서 이뤄진다.

팰리세이드(왼쪽), 그랜저(오른쪽) 중고차량이 광택 작업을 거치고 있다.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어제 출고된 새차처럼 말끔해진 차량은 스튜디오에서 하나의 매물이 되기 위해 프로필 촬영을 거친다. 이날 스튜디오에서는 미리 준비된 아반떼 차량이 턴테이블 위에서 360도 돌아가는 모습을 촬영하고 있었는데, 전문 장비 덕에 외부 뿐 아니라 내부까지 VR로 촬영이 가능하다.

상품화 과정을 모두 마친 아반떼 인증중고차 차량을 전문 장비로 촬영 하고 있다.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100% 온라인으로만 판매되기 때문에 소비자가 앱을 통해 실제로 차량을 보는 듯한 '오감만족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함이다. 360도 VR 콘텐츠(시각) 뿐 아니라 '엔진점검 AI' 기능을 통해 차량 엔진소리(청각)도 녹음되고, 운전자석 시트의 초근접 촬영(촉각), 실내공기 쾌적도 측정(후각) 작업도 거친다.

엔지니어가 차량 공기 쾌적도를 측정하는 기기를 들고 설명하고 있다.ⓒ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모든 촬영을 마치고 주차장으로 향하는 길목에서는 바닥에 탑재된 차량 하부 스캔기와 타이어 스캔기가 차량 하부 사진과 타이어 마모도(초감각)를 체크해낸다.

이날 현대차 인증중고차 센터에서 만난 엔지니어는 "차량 실내 공기 쾌적도가 22를 넘어갈 경우 차량 내부 공기나 악취가 있다고 판단을 한 후 실내 세정 과정을 다시 거쳐 기준 수치가 나올 때 까지 반복한다"며 "온라인에서 믿고 구매해야하는 만큼 모든 점검 수치는 소비자가 앱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돼있다"고 말했다.

중고차 신뢰도 높인다… 올해 5000대 판매 목표

3년 간의 기다림 끝에 문을 연 현대차의 인증 중고차센터는 현대차가 할 수 있는 '인증'이란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듯 했다. 중고차를 대하는 현대차의 철학은 '어떤 차든 다 새 차처럼 팔겠다'는 것이 아니라 '상태 좋은 차를 선별해 믿고 구매할 수 있도록 보증하겠다'는 것이다.

매입 기준부터 까다롭다. 5년 10만km 이내 무사고 현대차, 제네시스 브랜드 차량이 대상이다. 여기에 모든 검사 항목을 통과한 차량만이 공식 인증 마크(Hyundai Certified/GENESIS CERTIFIED)를 부여받고, 공식 매물이 된다.

양산에 위치한 현대 인증중고차센터 ⓒ현대자동차

현대차는 까다로운 인증중고차 프로세스를 통해 국내 중고차 시장 신뢰도를 높이고, 브랜드 만족도를 높이겠다는 목표다. 현대차의 시장 진입에 따라 중고차 시장 규모 역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국내 중고차 거래 대수는 238만대에 달해 신차 등록 대수의 약 1.4배에 이른다. 이 중 현대차와 제네시스 중고차는 90여 만대로 전체 중고차 거래의 약 38%를 차지한다. 현대차는 올해가 두 달 가량 남은 점을 감안해 올해 판매목표는 5000대로 설정했으며, 내년부터 판매규모를 점차 확대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현대차는 "인증중고차 사업 방향성으로 투명, 신뢰, 고객가치를 제시하고, 소비자를 최우선으로 사업을 펼쳐 나가겠다"며 "신차와 중고차 모두 현대차이기 때문에 중고차 고객도 신차 고객과 마찬가지로 세심하게 관리하고, 국내 중고차 시장의 건강한 생태계 조성에도 힘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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