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5%앞둔 10년물 금리에 일제히 하락...나스닥 0.96%↓
미국 뉴욕증시의 3대 지수는 19일(현지시간) 기업 실적 발표가 이어지는 가운데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의 매파 발언과 장기물 국채 금리 상승세로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벤치마크인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는 이날도 오름세를 이어가며 5%를 코앞에 두고 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이날 블루칩 중심의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250.91포인트(0.75%) 내린 3만3414.17에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36.60포인트(0.85%) 떨어진 4278.00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128.13포인트(0.96%) 하락한 1만3186.18에 장을 마감했다.
S&P500에서 통신 관련주를 제외한 나머지 10개 업종은 모두 하락했다. 테슬라는 전날 장 마감 후 공개한 실적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면서 전장 대비 9%이상 떨어졌다. 전기차 수요 둔화우려에 리비안, 루시드, 니오 등도 일제히 내림세다. 블랙스톤도 8%가까이 하락했다. 게임스톱은 5%가까이 내려 2022년8월 이후 최저수준을 찍었다. 반면 넷플릭스는 예상을 웃도는 호실적과 구독료 인상에 따른 수익 기대감에 16% 이상 치솟았다. AT&T 역시 이날 개장 전 발표한 실적에 힘입어 6%이상 올랐다.
투자자들은 이날 파월 의장의 연설, 기업 실적, 국채 금리 움직임, 주요 경제지표를 주시했다. 파월 의장은 이날 미 동부시간으로 정오부터 진행된 뉴욕이코노믹 클럽 연설에서 높은 인플레이션, 예상을 웃도는 강한 경제지표를 지적하며 긴축 행보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높다"면서 "추세 이하의 성장에 대한 증거가 더 많아지거나 노동시장이 완화되지 않을 경우, 추가 긴축이 필요할 수 있다"고 추가 금리인상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진 대담에서도 파월 의장은 "현재 (통화)정책이 너무 긴축적(tight)이라고 느껴지나"고 반문한 후, "아니(no)라고 말해야 할 것 같다"고 답했다.
최근 국채금리 상승세에 대해서는 "국채금리 상승으로 금융 여건이 긴축됐다. 금융여건의 지속적인 변화는 통화정책 방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과도하게 긴축할 경우 경제에 불필요한 해를 끼칠 수 있고, 덜 긴축하면 인플레이션이 고착화될 수 있다면서 "우리가 어디까지 왔는지를 고려하며 신중하게 (통화정책을)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Fed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당초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5.25~5.5%에서 동결하는 한편, 연내 한 차례 추가 인상이 뒤따를 것을 예고한 상태다. 그러나 Fed 안팎에서는 최근 국채 금리 급등에 따라 추가 인상 필요성이 사라지고 있다는 분석도 잇따랐고, 이와 관련 파월 의장이 이날 연설에서 어떤 평가를 내놓을 지에 투자자들의 눈길이 쏠렸었다.
장기물 국채 금리도 이날 시장을 압박했다. 10년물 금리는 전날 4.9%를 돌파한 데 이어 이날 파월 의장의 발언으로 장중 한때 4.996%를 찍었다. 10년물 금리는 고금리 장기화 전망 속에 최근 탄탄한 소비지출 등으로 경제 강세가 확인되면서 4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BMO의 이안 린젠, 벤자민 제프리는 전날 투자자 메모를 통해 "10년물 금리의 다음 스텝은 5.0%"라며 "이 시점에서 당연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30년물 금리도 4.99%선으로 올랐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금리는 5.16%선으로 전날보다 소폭 하락했으나, 이 또한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이날 오전 공개된 주간 신규실업수당 청구건수는 9개월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주(8∼14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19만8000건으로 전주 대비 1만3000건 감소했다. 이는 1월 21일 주간 이후 최저치이자, 월가 전망치(21만건)에 못미치는 수준이다. 누적된 긴축 등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노동시장이 탄탄한 수준을 이어가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지표는 Fed의 고금리 장기화 전망에 한층 힘을 싣는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11월 금리 동결 전망이 여전히 우세하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현재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Fed가 오는 10월31일~11월1일 열리는 FOMC 정례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을 97%이상 반영 중이다. 추가 인상이 아닌, 금리인하에 나설 가능성도 3%에 가깝다. 고금리 장기화 전망과 별개로, 당장 금리 인상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홈리치베르그의 스테파니 랭 최고투자책임자는 "시장에는 아직 혼란이 있다"면서 "Fed는 자신들의 임무가 끝났다고 말하기를 주저하고 있다. 금리가 어디에서 정점에 도달할지 더 명확해질 때까지는 시장에 변동성이 이어질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월가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는 11%이상 뛰어 21선을 기록 중이다.
기업 실적발표도 이어지고 있다. 팩트셋에 따르면 S&P500 상장기업의 15%이상이 이번 분기 실적을 공개했고, 이 가운데 74%이상이 월가의 예상을 웃돌았다. 특히 테슬라의 어닝 미스는 이날 기술주를 중심으로 투심을 한층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앞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새롭게 출시한 사이버트럭이 자사 현금 흐름에 기여하기까지 12~18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말하면서 수익성을 둘러싼 투자자들의 실망감이 확인된다. 금융정보업체 LSEG의 집계에 따르면 월가의 애널리스트 14명이 테슬라의 목표주가를 낮췄다. 중간값도 260달러로 떨어졌다.
투자자들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 추이도 주시했다. 전쟁이 13일째를 맞으며 양측 사망자는 5000명을 넘어섰다. 전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 이어 이날 리시 수낵 영국 총리 등이 잇따라 중동을 찾으며 이스라엘의 지상군 투입 시점은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지만, 양측 간 긴장은 좀처럼 완화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국제유가는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로 상승했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에 부과한 석유 수출 금지 제재를 일부 완화하면서 장초반 하락세를 보였던 유가는 이날 다시 상승 전환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 인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1.05달러(1.19%) 상승한 배럴당 89.3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9월29일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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