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외교부 '중국 전담국' 통폐합 검토…'中 소홀' 신호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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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중국 전담국 출범
현재 중국 및 몽골 관련 외교 현안을 다루는 동북아국의 업무 분장은 2019년 4월 외교부의 조직 개편에서 확정됐다. 당시 외교부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관련 조직을 기존 2국(동북아국, 남아태국)에서 3국(동북아국, 아태국, 아세안국)으로 확대 개편했다. 이전까지 동북아국은 일본과 중국 업무를 함께 맡고 있었는데, 여기서 일본 업무를 아태국으로 분리시키고 동북아국을 사실상 '중국국(局)'으로 탈바꿈시키는 조치였다.
앞서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인수위원회 성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차원에서 '중국 전담국' 신설을 검토했고, 인력·예산 등 문제가 해결되자 2년만에 실제 개편이 실현된 셈이었다. 당시 외교부 당국자는 "중국과 일본 업무를 별도의 국으로 분리하고 미·중·일·러를 모두 별도의 국에서 담당하게 돼 4강 외교 역량이 강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전담 동북아국이 탄생하자 외교가에선 당시 문재인 정부가 "외교의 무게 중심을 중국 쪽으로 옮기고, 대일 외교의 비중을 상대적으로 줄였다"는 분석이 나왔다.
실제 3과로 이뤄진 동북아국은 1·2과 모두 대중국 업무에 투입되고, 중국의 대외 관계와 국내 정세를 담당하는 동북아협력과가 업무의 일부로 몽골을 담당한다. 이름만 동북아국이지 사실상 '중국국'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던 이유다. 반면 역시 세개 과로 구성된 아태국의 경우 아태 1과가 일본 업무를 전담하고, 2과와 아태지역협력과는 인도, 네팔, 호주, 뉴질랜드, 태평양도서국 등 다수의 국가를 추가로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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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중 '하나의 국' 통합 검토
외교부가 이처럼 별도의 국으로 분리돼있는 일본과 중국 업무를 하나의 국에서 맡도록 하는 내용의 조직 개편을 추진하는 가장 큰 이유는 대일·대중 외교의 유기적인 수행 필요성 때문이다. 예를 들어 연말 한국에서 4년 만에 재개를 추진 중인 한·일·중 정상회의는 대일·대중 외교가 맞물려 돌아가는 대표적인 사안이다.
실제 일본 외무성의 경우 아시아대양주국 안에 북동아1·2과, 중국몽골 1·2과, 대양주과를 두고, 한국과 중국 등 업무를 함께 본다. 중국 또한 한국과 일본 문제를 외교부 아주사(亞州司·아시아국)에서 담당한다. 이에 중국 전담 동북아국이 출범했을 당시 외교부 내에서 "한국 외교부 동북아국장, 아태국장이 중국·일본 측과 별도로 협의할 때 카운터파트 중복의 문제가 생긴다"는 말도 나왔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중앙일보에 "다양한 방안을 강구 중이며, 연말 전까지 관계 부처 협의를 통해 조직 개편안을 확정하려 한다"고 말했다. 동북아국 개편 후 지난 4년간 조직의 성과 평가 또한 고려 대상이다.
中에 소홀 시그널 우려
일각에선 동북아국을 4년 만에 통폐합하는 것 자체가 '한국이 대중 외교에 상대적으로 소홀해진 것 아니냐'는 시그널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안 그래도 최근 윤 대통령을 비롯해 정부 고위 당국자가 공식 석상에서 중국보다 일본을 먼저 호명하며 의미를 부여하는 등 메시지 발신이 정교하지 못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동북아국 출범 이듬해인 2020년부터 코로나 19 봉쇄로 대중 외교가 제대로 돌아가지 못했고, 지난해 윤석열 정부 출범 후에도 한ㆍ미ㆍ일 협력 중심으로 대외 정책을 펼쳐온 측면이 있다"며 "그간 돌아보지 못했던 중국과 관계를 강화해야 하는 시점에 외교부의 중국 전담 조직이 개편된다면 중국에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한 현재 아태국은 일본 외에도 최근 지정학적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인도, 호주 등 국가를 담당하고 있는데, 중국 업무까지 아태국으로 합쳐질 경우, 이들 국가에 쏟는 외교력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동북아국이 실제 통폐합 수순을 밟으면 외교부 내 '차이나 스쿨'의 입지는 더욱 줄어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중국 내 공관 근무만 하더라도 최근 몇 년간 코로나 19의 여파, 당국의 과도한 통제와 검열, 미세 먼지로 악화된 물리적 근무 환경 때문에 외교부 직원들이 기피하는 경향이 짙었다. 중국 베이징의 주중한국대사관은 2019년에 이미 근무 등급이 '가급'에서 '나급'으로 조정됐고, 인사국 차원에서 중국 근무·연수 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당근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다는 지적이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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