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지지율 회복 기회?…의대 증원, 여권이 거침없는 이유 셋
윤석열 대통령은 19일 “지역·필수의료를 살리고 초고령 사회를 대비하기 위해 의료인력 확충과 인재 양성은 필요조건”이라고 말했다. 이날 충북대에서 열린 ‘필수의료혁신 전략회의’에서 “무너진 의료서비스의 공급과 이용체계를 바로 세우겠다”며 이같이 밝혔다고 대통령실이 전했다.
구체적인 증원 규모를 발표하진 않았지만, 의사 증원이라는 방향성은 선명하다. 국민의힘도 “의대 정원 확대는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윤재옥 원내대표)라며 발 벗고 나섰고, 담당 부처인 보건복지부 역시 “‘소아과 오픈런’, ‘응급실 뺑뺑이’ 등의 현실에 의사 수 증원을 더는 미룰 수 없다”(조규홍 장관)고 했다. 당·정·대가 확신을 갖고 한 몸처럼 움직이는 건 여러 이유가 있다.
①뻥 뚫린 국회대로=우선 거야(巨野) 더불어민주당에 막혀 번번이 정쟁화했던 다른 정책과 달리 의대 정원 확대는 민주당도 반대하지 않고 있다. 2020년 문재인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했던 게 의대 정원 확대(10년간 4000명 확대)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도 지난 18일 정부 정책에 “원칙적으로 찬성한다”고 했다.
나아가 친명계 좌장 정성호 의원은 “의대 정원 확충을 진짜 실행한다면 역대 정권이 눈치나 보다가 겁먹고 손도 못 댔던 엄청난 일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또한 전남 지역구 의원 10명은 지난 17일 “의대 정원 확대와 함께 전남권 의대 신설과 지역 의사제 도입을 병행해서 추진해야 한다”는 기자회견을 했다. 각론에서 이견이 있을 수 있으나 민주당도 큰 틀에서 힘을 싣는 모양새다.
②흩어진 저항력=당사자인 의사 집단의 저항 동력이 3년 전에 비해 적어졌다는 진단도 나온다. 문재인 정부가 ‘눈치나 보다가 겁먹고 손도 못 댔던’ 건 나름의 이유가 있다. 2020년은 코로나19로 전국민이 불안에 떨며 의료진에 기대던 시기였다. 정부 정책으로 의료 공백이 장기화하는 건 커다란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의사 집단과 대치 중 ‘의사-간호사 갈라치기 논란’을 일으키며 역풍을 자초했다. 의사들이 파업했던 그해 9월 2일 페이스북에 “장기간 파업하는 의사들의 짐까지 떠맡아야 하는 상황이니 (간호사분들이) 얼마나 어려우시겠습니까”라고 쓴 것이다. 결국 이틀만인 9월 4일 민주당은 대한의사협회(의협)와 만나 ‘의료 정책 원점 재검토’에 합의하며 정책은 실패했다.
하지만 지금 여권은 증원 규모를 못 박지 않는 등 조심스럽게 접근 중이다. 지난 5월 간호법 사태 당시 전국 50만 간호사의 압박을 겪은 반면교사 사례도 있다. 의사 집단은 14만명으로 간호사보다 숫자도 적다. 의협이 “총파업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강력 투쟁할 것”(17일, 이필수 회장)이라곤 했지만, 의료계에선 회의적인 반응도 감지된다. “국내 의사 수가 부족한 것은 명백한 사실”(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이란 공감대 때문이다.
3년 전 의대 증원 반대 여론전을 폈던 의사들의 유튜브 채널 ‘닥터프렌즈’(구독자 112만명) 측이 지난 17일 “분위기가 이전과 다르다”고 체념한 게 상징적인 단면이다. 닥터프렌즈는 입장문을 내어 “(정원 확대는) 적절한 정책이라 보기 어렵다”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의협 집행부 생각처럼) 또다시 파업과 같은 격렬한 투쟁이 있을 것 같진 않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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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호의적인 여론=국민 여론이 긍정적인 것도 여권 드라이브의 동력이다. 지난 16일 전국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넥스트리서치·매일경제신문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71.1%가 의대 정원 확대에 찬성했다. 지난달 시행된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에 의사가 반발한다는 소식도 반감 여론에 불을 지폈다. 시행 이튿날 의협은 자체 설문조사(의사 1267명 대상) 결과 55.7%가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에 따라 수술실을 폐쇄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며 법안 개정을 요구했다. 당시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의사들은 본인이 건드릴 수 없는 성역인 줄 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정치권에선 정책이 성공할 경우 국정 지지도 회복에도 도움이 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윤 대통령에 비판적인 진중권 광운대 교수도 19일 CBS라디오에서 “윤 대통령 지지율 회복에 한 가지 기회가 있다면, 의대 정원 증가”라며 “그게 (지지율 상승)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했다. 여권 관계자도 “윤 대통령이 민노총 파업에 강경 대응할 때 지지율이 가장 드라마틱하게 올랐다”며 “이번에도 기득권 해체를 강단있게 해낼 것”이라고 했다.
다만 “속도 조절과 정교함이 관건”이란 지적도 남아있다. 의료계와 대화 없이 증원만 밀어붙일 경우, 의료계 역시 장기 파업이란 강 대 강 대결에 돌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의사 집단은 대개 여권 지지자가 많다”며 “기득권으로 거칠게 몰아붙이기보단, 요구도 반영하면서 함께 가야 한다”고 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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