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소 뿜는 '지구 허파'의 재앙…아마존 분노케 한 인간의 실수

천권필 2023. 10. 20.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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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현지시각) 미 항공우주국(NASA) 위성이 촬영한 아마존 열대우림 지역의 모습. 산불로 인한 연기가 마나우스시를 포함한 아마존 지역을 뒤덮었다. NASA

‘지구의 허파’로 불리는 아마존 열대우림이 일산화탄소 등의 대기오염 물질을 내뿜고 있다. 역사상 최악의 가뭄과 산불 등 기후 재앙이 낳은 결과다.

유럽우주국(ESA)이 ‘코페르니쿠스 센티넬-5P’ 위성으로 16~18일 일산화탄소(CO) 농도를 분석한 결과, 고농도의 일산화탄소가 아마존 열대우림 지역을 중심으로 브라질과 페루, 파라과이 등 남미 일대로 퍼졌다. 일산화탄소는 무색·무취·무미의 기체로 혈액의 산소 수송을 방해할 수 있어 인체에 유독한 대기오염 물질이다. 대기 중에는 약 한 달 동안 머문다.

이렇게 많은 일산화탄소가 뿜어져 나온 건 계속되는 산불로 인해 아마존 열대 우림 곳곳이 잿더미가 됐기 때문이다. 브라질 아마조나스 주에서는 이번 건기 동안 2770건의 화재가 발생했는데, 현지 언론은 이 수치가 역대 최고라고 전했다. 대규모 산불이 발생하면 대기 중 일산화탄소 농도가 평소보다 크게 상승해 건강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폭염과 가뭄이 브라질에서 파라과이까지 영향을 미치며 아마존 유역의 대부분을 덮치고 있다”며 “이는 산불을 일으키고 대기질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잿빛으로 변한 아마존 도시…강은 메말랐다


브라질 마나우스 시내가 산불 연기로 인해 뿌옇게 변했다. AP=연합뉴스
아마존강 유역의 중심도시이자 브라질 아마조나스의 주도인 마나우스는 열대 우림에서 발생한 산불 연기가 덮치면서 잿빛 도시로 변했다. 영국 가디언지에 따르면 마나우스는 지난주에 387㎍/m³의 미세먼지 농도를 기록했는데, 이는 태국의 산업 중심지에 이어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나쁜 수치였다.
아마존 네그루강 수위가 역대 최저 수준으로 내려가면서 여객선이 멈춰선 모습. EPA=연합뉴

계속되는 가뭄으로 아마존 강의 수위도 121년 만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내려갔다. 마나우스의 네그루강 수위는 18일을 기준으로 1902년 이후 가장 낮은 13.38m를 기록했다. 1700㎞에 이르는 네그루강은 아마존강을 형성하는 물줄기 중에서 가장 길다. 강 수위가 낮아지면서 수로를 통해 식료품과 원자재 등을 실어 나르던 선박들은 운항에 차질을 빚고 있다. 아마존 테페 호수에서는 수온이 39.1도까지 오르면서 153마리의 돌고래 사체가 발견되기도 했다.


기후변화·엘니뇨·화전…아마존 ‘삼중고’


위에서부터 2022년 10월 8일과 2023년 10월 3일에 촬영한 아마존 네그로강의 모습. 극심한 가뭄으로 인해 강줄기가 1년 전보다 눈에 띄게 메말랐다. NASA
무엇이 아마존 지역에 이런 재앙을 불러온 걸까. 기상학자들은 엘니뇨 현상과 기후변화가 맞물리면서 건기가 예년보다 더욱 혹독해진 게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북대서양 해역의 온난화로 인해 비구름의 흐름이 바뀌면서 극심한 가뭄을 유발했다고 분석했다.

브라질 과학부는 “엘니뇨 영향이 최고조로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12월까지 가뭄이 지속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필립 펀사이드 국립 아마존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건기가 길어지고 폭염과 비가 내리지 않는 날이 많아지면서 열대 우림이 돌이킬 수 없는 쇠퇴 지점에 도달하는 시간이 가까워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인간의 책임도 크다. 보통 11월에 우기가 시작되기 전 아마존 곳곳에서는 나무를 자른 뒤 불을 지르는 불법 화전(火田)이 광범위하게 이뤄진다. 농경지나 소나 말을 기르기 위한 목초지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올해 극심한 가뭄으로 인해 화전 불씨가 대형 산불로 번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산불이 열대우림 소멸 가속화”


브라질 아마존 열대우림 지역에서 불법 화전으로 인해 발생한 산불을 진화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산불의 확산이 아마존 열대 우림의 소멸을 증폭시킬 것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최근 포츠담 기후영향연구소 등 공동연구팀이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지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산불이 아마존 숲의 재성장을 막는 것으로 밝혀졌다. 열대 우림의 나무들은 쏟아진 비를 다시 대기로 운반해 새로운 비가 내릴 수 있도록 돕는다. 하지만, 산불의 증가로 나무가 급격히 줄면 이런 아마존의 선순환 흐름이 손상돼 산림 손실을 가속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아마존 열대 우림은 인간이 배출한 이산화탄소의 흡수하는 중요한 탄소흡수원의 역할을 해왔다. 포츠담 기후영향연구소의 커스틴 토니케는 “열대림이 돌이킬 수 없는 티핑 포인트를 넘지 않도록 지구 시스템을 안정된 경계 내에서 유지하고 기후 변화와 산림 벌채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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