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소 뿜는 '지구 허파'의 재앙…아마존 분노케 한 인간의 실수
‘지구의 허파’로 불리는 아마존 열대우림이 일산화탄소 등의 대기오염 물질을 내뿜고 있다. 역사상 최악의 가뭄과 산불 등 기후 재앙이 낳은 결과다.
유럽우주국(ESA)이 ‘코페르니쿠스 센티넬-5P’ 위성으로 16~18일 일산화탄소(CO) 농도를 분석한 결과, 고농도의 일산화탄소가 아마존 열대우림 지역을 중심으로 브라질과 페루, 파라과이 등 남미 일대로 퍼졌다. 일산화탄소는 무색·무취·무미의 기체로 혈액의 산소 수송을 방해할 수 있어 인체에 유독한 대기오염 물질이다. 대기 중에는 약 한 달 동안 머문다.
이렇게 많은 일산화탄소가 뿜어져 나온 건 계속되는 산불로 인해 아마존 열대 우림 곳곳이 잿더미가 됐기 때문이다. 브라질 아마조나스 주에서는 이번 건기 동안 2770건의 화재가 발생했는데, 현지 언론은 이 수치가 역대 최고라고 전했다. 대규모 산불이 발생하면 대기 중 일산화탄소 농도가 평소보다 크게 상승해 건강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폭염과 가뭄이 브라질에서 파라과이까지 영향을 미치며 아마존 유역의 대부분을 덮치고 있다”며 “이는 산불을 일으키고 대기질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잿빛으로 변한 아마존 도시…강은 메말랐다
계속되는 가뭄으로 아마존 강의 수위도 121년 만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내려갔다. 마나우스의 네그루강 수위는 18일을 기준으로 1902년 이후 가장 낮은 13.38m를 기록했다. 1700㎞에 이르는 네그루강은 아마존강을 형성하는 물줄기 중에서 가장 길다. 강 수위가 낮아지면서 수로를 통해 식료품과 원자재 등을 실어 나르던 선박들은 운항에 차질을 빚고 있다. 아마존 테페 호수에서는 수온이 39.1도까지 오르면서 153마리의 돌고래 사체가 발견되기도 했다.
기후변화·엘니뇨·화전…아마존 ‘삼중고’
브라질 과학부는 “엘니뇨 영향이 최고조로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12월까지 가뭄이 지속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필립 펀사이드 국립 아마존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건기가 길어지고 폭염과 비가 내리지 않는 날이 많아지면서 열대 우림이 돌이킬 수 없는 쇠퇴 지점에 도달하는 시간이 가까워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인간의 책임도 크다. 보통 11월에 우기가 시작되기 전 아마존 곳곳에서는 나무를 자른 뒤 불을 지르는 불법 화전(火田)이 광범위하게 이뤄진다. 농경지나 소나 말을 기르기 위한 목초지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올해 극심한 가뭄으로 인해 화전 불씨가 대형 산불로 번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산불이 열대우림 소멸 가속화”
그동안 아마존 열대 우림은 인간이 배출한 이산화탄소의 흡수하는 중요한 탄소흡수원의 역할을 해왔다. 포츠담 기후영향연구소의 커스틴 토니케는 “열대림이 돌이킬 수 없는 티핑 포인트를 넘지 않도록 지구 시스템을 안정된 경계 내에서 유지하고 기후 변화와 산림 벌채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연예계 또 터지나…유명배우, 유흥업소서 '마약투약' 의혹 내사 | 중앙일보
- 의사·판사·교수 된 서울대 삼남매…엄마의 ‘계룡산 집’ 비밀 ⑤ | 중앙일보
- 이런 곳서 살면 2년 더 젊어진다…세포 노화 깜짝 연구결과 | 중앙일보
- 임영웅, 서울·대구 이어 부산 공연도 매진…넘사벽 티켓 파워 | 중앙일보
- 배우 오정세 탄 승합차, 경운기 들이받았다…남편 사망 아내 중상 | 중앙일보
- 길가 화단서 '금반지' 쏟아졌다…완전 범죄 꿈꾼 30대 남성 결말 | 중앙일보
- 수심 30m 치아 냄새도 맡는다…실종자 8명 찾아낸 6살 '파도' | 중앙일보
- 통크게 1000만원 쐈더니…충북 '아기울음' 전국 1위 됐다 | 중앙일보
- "커피 타준 尹"은 거짓, 알고 있었는데…文정부 검찰 미스터리 | 중앙일보
- 전장에서 '최악'은 막는다…네타냐후도 무시 못하는 이 국제법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