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식 차려주겠다”… 하마스에 감금됐다 생존한 노부부의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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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현지시간) 새벽 가자지구에서 40㎞ 떨어진 이스라엘 남부 오파킴시.
라헬 에드리(65·여) 부부는 집 밖에서 나는 굉음에 '뭔가 큰일이 터졌구나'라고 직감했다.
그러자 하마스 대원들은 "다이어트 콜라 말고 '그냥' 콜라는 없느냐"고 되물었고, 라헬은 "내가 당뇨가 심해서 우리 집엔 다이어트 콜라밖에 없다"고 답했다.
부부는 그렇게 인질로 붙잡힌 지 20여시간 만에 이스라엘군과 함께 비밀스러운 구출작전을 펼친 경찰관 아들에게 극적으로 구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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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서 경찰 아들에 구조 문자
“생존 비결? 모든 사람에게 친절”
지난 7일(현지시간) 새벽 가자지구에서 40㎞ 떨어진 이스라엘 남부 오파킴시. 라헬 에드리(65·여) 부부는 집 밖에서 나는 굉음에 ‘뭔가 큰일이 터졌구나’라고 직감했다. 아니나 다를까. 곧 소총과 수류탄으로 무장한 팔레스타인 청년 5명이 집으로 들이닥쳤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대원인 이들은 곧바로 부부를 감금했다. 인질로 납치하려 한 것이다.
라헬은 침착했다. 2층 구석방으로 끌려간 그는 공포에 휩싸였지만 이들에게 “배가 고프지 않으냐. 간식이라도 차려주겠다”고 제안했다. 5명은 좋다고 했고, 라헬은 아래층으로 내려가 과자와 다이어트 코카콜라를 내주고 “커피, 차 중에 뭘 마시겠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하마스 대원들은 “다이어트 콜라 말고 ‘그냥’ 콜라는 없느냐”고 되물었고, 라헬은 “내가 당뇨가 심해서 우리 집엔 다이어트 콜라밖에 없다”고 답했다.
한동안 부부와 무장괴한 5명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라헬이 아랍어 노래를 불러 주자 하마스 대원들은 히브리어(유대인 언어) 노래로 화답했다. 호의에 하마스 대원들의 적대감이 눈 녹듯 사라졌다.
그들의 경계심이 누그러지자 라헬은 “지금 인슐린 주사기가 필요하다. 안 그러면 당뇨 쇼크가 올 것 같다. 화장실에 가지러 가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 허락을 받은 그는 경찰관인 아들에게 ‘지금 하마스 대원 5명에게 감금돼 있다. 곧 가자로 끌려갈 것 같다’고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집 바깥에는 공습경보가 울리고 출동한 이스라엘군과 경찰관들이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하마스 대원들은 가자지구로 돌아갈 방법을 골몰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갔고 오후 4시쯤이 되자 라헬은 “온종일 밥도 안 먹었을 테니 늦은 점심이라도 차려주겠다”고 했다. 5인분 식사를 차려주자 이들은 게눈 감추듯 해치웠다.
점심을 차려주면서 분위기는 한결 더 부드러워졌다. 부부는 자발적으로 2층 구석방으로 가 있겠다고 말한 뒤 올라갔다.
부부는 그렇게 인질로 붙잡힌 지 20여시간 만에 이스라엘군과 함께 비밀스러운 구출작전을 펼친 경찰관 아들에게 극적으로 구조됐다. 이 과정에서 1층에서 격렬하게 저항한 하마스 대원 5명은 모두 사살됐다.
라헬은 18일 이스라엘 텔아비브를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포옹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기습 당시 구조된 이스라엘 생존자들을 숙소로 초청했다. 그는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수많은 주민이 목숨을 잃었는데도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저는 우리 집에 오는 모든 사람에게 일단 친절을 베푼다”고 답했다.
NYT는 “에드리 부부를 살린 비결은 누구에게나 호의와 친절을 내보이는 이스라엘의, 아니 전 세계 공통의 할머니 미소였다”며 “광기와 공포가 뒤덮인 테러의 순간에도 라헬 에드리는 이 미덕을 잊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신창호 선임기자 proco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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