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가을밤 낭독회를 좋아하세요?

2023. 10. 20. 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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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아 해변'이라는 공간에서 진행한 북토크에 다녀왔다.

미아 해변은 유현아, 이소연, 김현 시인 셋이 작은 상가를 빌려 마련한 이색적인 공간이다.

골목길을 따라가자 미아 해변이 보였다.

미아 해변의 첫 번째 초대 손님은 등산과 서핑을 좋아하는 이재위 작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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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나 시인 겸 웹툰작가


‘미아 해변’이라는 공간에서 진행한 북토크에 다녀왔다. 미아 해변은 유현아, 이소연, 김현 시인 셋이 작은 상가를 빌려 마련한 이색적인 공간이다. 골목길을 따라가자 미아 해변이 보였다. 입구에 비치파라솔이 있어서 단박에 찾을 수 있었다. 미아 해변의 첫 번째 초대 손님은 등산과 서핑을 좋아하는 이재위 작가였다.

낭독회를 신청할 때 나는 “어떤 파도가 좋은 파도인가?”라는 사전질문을 적어냈다. 책 제목이 ‘오늘 파도는 좋아?’여서 과연 ‘좋은 파도’란 무엇인지 궁금했다. 작가는 곰곰 생각하더니 파도에 몸을 실었을 때 길이 보이는 파도, 즉 방향이 보이는 파도가 좋은 파도라고 답했다. 파도를 타는 시간은 몇 초에 불과할 터이다. 그 순간에 길이 열린다니. 자연과 교감하며 삶을 대하는 작가의 시선까지 톺아보게 하는 근사한 답변이었다.

작가는 언젠가 밤파도를 탔던 경험도 들려주었다. 캄캄해서 등 뒤에서 다가오는 파도의 크기와 높이를 짐작할 수 없었는데 ‘파도가 잘 보이지 않아서, 오히려 두렵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상상이 더 큰 공포를 불러올 거라 짐작했는데 의외였다. 밤바다에 홀로 선 서퍼를 상상해 보았다. 해변의 지형과 물보라의 크기, 바람과 물결이 다가오는 소리에 귀 기울이는 모습을 떠올리니 눈앞에 푸른 갈기를 세운 파도 한 줄기가 시원하게 달려오는 것 같았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다양한 감정의 파고를 느끼듯이 파도타기를 좋아하는 작가에게 파도란 단순한 자연 현상이 아닐 것이다. ‘인생’이라는 질문인지도 모른다. 부서지고 밀려오는 파도처럼 일상이라는 반복이 계속된다는 점. 물보라로 적멸할 것을 알면서도 다시 도전할 용기를 낸다는 점. 적절한 때를 기다리며 서퍼보드 위에서 삶의 자세와 균형을 다잡는다는 점도 그렇다. 어느덧 낭독회가 끝나고 집으로 가는 길에 돌아보았다. 어두운 도심 한가운데 미아 해변이 등대 불빛처럼 밝게 빛났다.

신미나 시인 겸 웹툰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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