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끄러 갔다가 기름 부은 바이든

송태화,전웅빈 2023. 10. 20. 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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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이스라엘 방문에도 중동의 긴장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가자지구 남부 라파 통로를 열게 했지만 이스라엘에 대한 강력한 지지를 재확인함으로써 병원 폭격 참사로 폭발한 아랍의 분노를 누그러뜨리지는 못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회담에서 "하마스는 이슬람국가(IS)마저 이성적으로 보이게 하는 악행과 만행을 저질렀다"며 "미국은 이스라엘이 방어에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보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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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폭발 이와 무관”… 아랍 분노
가자지구 생명줄 ‘라파통로’ 개방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지난 18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 벤구리온 공항에 도착한 뒤 마중 나온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포옹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이스라엘 방문에도 중동의 긴장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가자지구 남부 라파 통로를 열게 했지만 이스라엘에 대한 강력한 지지를 재확인함으로써 병원 폭격 참사로 폭발한 아랍의 분노를 누그러뜨리지는 못했다. 중동인들의 반(反)이스라엘 시위는 반미 정서까지 결합해 한층 더 격화하고 있다.

CNN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이스라엘에서 8시간도 채 되지 않는 짧은 일정을 소화한 뒤 귀국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회담에서 “하마스는 이슬람국가(IS)마저 이성적으로 보이게 하는 악행과 만행을 저질렀다”며 “미국은 이스라엘이 방어에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보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가자지구 병원 폭격 참사에 대해 미 국가안보팀의 결론을 토대로 “다른 테러 그룹의 로켓 오발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471명이 사망한 참사의 진실공방에서 이슬람 무장단체 ‘이슬라믹지하드’의 로켓 오발을 주장한 이스라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미 정보 당국도 첩보자료 분석 결과 병원 참사는 이스라엘과 관계없다고 밝혔지만 중동인들은 이스라엘군의 소행으로 확신하고 있다. 아이만 사파디 요르단 외무장관은 “이 지역에 사는 그 누구도 미국 측 주장을 믿지 않는다”고 NBC뉴스에 말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중동 전역의 시위대는 가자지구 병원 참사를 이스라엘의 전쟁범죄로 낙인찍었다”고 전했다.

이집트 튀르키예 레바논 이라크 이란 요르단 예멘 등 중동 전역에서 이스라엘을 규탄하는 대규모 시위가 이틀째 이어졌다. 튀니지 수도 튀니스에서는 시위대가 미국과 이스라엘 국기를 불태우며 대사 추방을 요구했다. 시위 규모는 점차 커지고 있다. 그동안 별다른 반응이 없었던 오만인들도 수도 무스카트에서 가자지구 사망자들의 죽음에 슬픔과 분노, 연대를 표하며 행진했다.

미국 등 서방 국가 대사관을 겨냥한 폭력 시위도 곳곳에서 일어났다. 레바논 베이루트 주재 미국대사관은 시위대 공격으로 화재가 발생했다. 시위대는 “이스라엘을 지원한 미국은 악마” 등의 구호를 외쳤다. 아르헨티나 주재 미국과 이스라엘 대사관은 이날 폭탄테러 위협을 받았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스라엘 지지 선언이 전 중동 지역의 정서적 연대를 끌어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스라엘을 향한 중동인들의 뿌리 깊은 혐오정서는 이스라엘에 맞서지 못하는 자국 정부에 대한 불신으로 표출돼 왔는데, 이번만큼은 여론이 한목소리로 이스라엘과 미국을 비난하고 있다는 것이다.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과 가자지구 남부 라파를 통해 구호물품 전달을 합의한 것이 바이든 대통령의 유일한 성과로 꼽힌다. 바이든 대통령은 “엘시시 대통령은 우선 최대 20대의 트럭을 라파 검문소에 통과시키는 지원책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첫 인도적 지원 물량을 실은 트럭은 라파 검문소를 통해 20일 가자지구에 진입할 예정이다.

바이든 대통령에 이어 19일 이스라엘을 방문한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연대의 뜻을 표명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 영국은 이스라엘과 끝까지 함께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또 “가자지구 병원 폭발 사고는 전 세계 지도자들이 더 이상의 분쟁 확대를 막기 위해 함께 모이는 분수령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태화 기자,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alv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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