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블시론] 투자의 성패
투자의 목적은 분명하다. 미래 수익을 위해 현재 시점에서 자금을 지출하는 것이다. 2013년 1월 초 2011이었던 한국 주식시장 코스피지수에 투자했다면 올해 1월 초 2289임을 고려할 때 지난 10년간 수익률은 13.8%다. 반면 같은 기간 미국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에 투자했다면 해당 지수는 1만3435에서 3만3630으로 상승했기에 10년 수익률은 150.3%다.
하지만 투자할 때 수익률만 비교하는 것은 아니다. 투자에는 위험이 따르기 때문이다. 평균으로 같은 수익이라도 수익률 변동이 심한 투자보다 안정적 수익을 내는 경우, 즉 위험이 적은 투자를 선호한다. 이런 관점을 고려한 것이 ‘위험조정수익률’이다. 위험을 고려한 후 수익률을 보는 것이다. 투자 위험이 적다면 수익률이 낮아도 위험조정수익률은 높을 수 있고, 반대로 투자 위험이 크다면 수익률이 높아도 위험조정수익률은 낮을 수 있다. 위험조정수익률이 중요한 것은 일반적으로는 투자 위험과 평균 수익 사이에 상충관계가 있어 위험한 투자는 수익률이 통상 높지만 안정적 투자 대상은 수익률이 낮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 10년간 한·미 주식시장 움직임을 보면 기업 실적과 주가 측면에서 더 안정적이라고 생각되는 미국 주식시장이 우리보다 높은 수익률도 거뒀다. 수익은 높은데 위험이 낮은 투자 대상이 있다면 위험조정수익률을 따로 계산할 필요도 없이 그런 자산에 투자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렇다면 미국 주식시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위험하기도 하고 수익률도 낮은 우리 주식시장에 투자가 이뤄지는 이유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수익과 위험 외에도 투자에 영향을 주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국내 투자자 입장에서 중요한 요인은 해외 주식보다 국내 주식을 선호하는 ‘자국 편의(home bias)’ 현상이다. 쉽게 이야기하면 개인투자자는 환율 변동 위험에 취약하고 해외 기업 상황은 알기 어려워 비교적 익숙한 자국 기업의 주식을 보유하는 성향을 보이는데, 이런 현상은 다른 나라에서도 나타난다. 하지만 미국 투자자가 아닌 이상 자국 편의에 기초한 투자로 좋은 성과를 거두기 어려운 것은 지난 10년 한국과 미국 주식시장이 보여준 바와 같다.
또한 전 세계를 무대로 하는 글로벌 투자자 입장에서는 모든 포트폴리오를 미국 자산으로 구성하는 자체는 매우 큰 위험을 뜻하기에 일부를 분산 투자해야 한다. 그런데 그래도 한국이 미국 이외 시장 가운데는 투자 대상으로 양호해 투자할 가치가 있다.
하지만 ‘자국 편의’나 ‘글로벌 포트폴리오 분산’의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결국 다른 국가의 투자자금이 미국 주식시장으로 몰리는 것은 미국 주식시장이 다른 거의 모든 국가의 추종을 불허하는 안정적인 장기 성과를 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미국 경제의 실적이 양호하고 이를 바탕으로 상장된 기업이 성과를 냈거나 미래에 수익을 낼 수 있는 역량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특히 이런 측면은 실제로 기업 실적을 내고 이를 주주보상으로 연결하는 철저한 성과 기반 기업 지배구조가 있어 가능하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최근처럼 기준금리 인상과 연방준비제도의 대차대조표 축소 같은 시중 유동성을 줄이는 긴축 기조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양호한 기업 실적을 달성하고 이에 대해 확실한 주주보상이 이뤄진다는 신뢰를 주기에 미국 주식시장이 선방하고 있다.
고린도전서 3장 8절 ‘심는 이와 물주는 이는 한가지이나 각각 자기가 일한 대로 자기의 상을 받으리라’ 말씀처럼 실제로 성과를 내고 있는지, 그리고 성과에 따른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는지가 핵심이다. 즉 해당 투자 대상의 위험을 고려한 수익에 기반한 평가가 결국은 투자 성패를 좌우하는 출발이 될 수밖에 없음을 주식시장의 장기 성과 비교는 이야기하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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