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포커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한반도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으로 지구 반대편에서 벌어지는 참상은 신문 머리기사를 장식할지 몰라도 한반도 안보에 끼치는 영향 자체는 사실 미미하다. 그러나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잔혹한 이스라엘 기습 공격은 자칫 잘못하면 한반도 안보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위험한 지정학적 추세를 보여준다.
먼저, 이번 공격이 단순히 불만을 품은 가자 지구 팔레스타인의 우발적 폭동이 아니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정부는 내각에 극단주의자들을 영입했고, 헌법 개정으로 이스라엘 사회와 군대의 분열을 야기했다. 미국과 이스라엘 관계를 지나치게 정치화해 비난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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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규칙 기반 국제질서 침식한 전쟁
북한과 이란·하마스 연계 가능성
윤 정부는 민주국가들과 연대를
」
그렇다고 하마스가 이런 이유만으로 공격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스라엘이 어떤 정책을 펴든, 누가 지도자이든 상관없이 오로지 이스라엘 파괴에 하마스의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 더해 민간인을 고문·강간·살해한 하마스의 행위는 절대 정당화될 수 없다. 이스라엘은 국제법상 자국 방어 권리가 있으며, 자국민을 위해 이러한 잔혹 행위가 두 번 다시 반복되지 못하도록 하마스를 격퇴할 윤리적 의무가 있다.
이번 전쟁의 배후에는 이란이 있다는 강력한 증거가 있다. 이는 국제체제의 안보에 중요한 지점이다. 이란 정부는 이스라엘이 사우디아라비아 및 중도 성향의 중동 국가들과 관계 개선과 외교 정상화에 나서는 노력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에 의해 장차 중동 지정학이 재편되면 이란이 고립되고, 이스라엘 파괴라는 목표도 타격을 입는다는 점을 이란은 알았을 것이다.
하마스의 기습 공격은 이스라엘 방위군(IDF)의 보복을 촉발함으로써 아랍 세계 전체의 분개를 유도하고, 그에 따라 이스라엘과 이웃 중동 국가들의 외교를 좌초시키려는 의도가 있었을 것이다. 이러한 지정학적 측면은 한국에도 걱정거리가 될 수밖에 없다. 한국의 전략은 안정적인 규칙 기반 국제 질서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비정규군이나 민간을 이용한 중국의 아시아 회색지대 강압 전술, 헤즈볼라와 하마스를 통한 이란의 중동 대리전으로 인해 규칙 기반의 국제 질서는 침식되고 있다. 이란과 북한은 중국과는 전혀 다른 성격을 띤다. 이란과 북한은 현상(status quo)에 도전하기 위해 더 극단적 도발과 전쟁도 불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란과 북한은 중국과는 달리 도발에 나설수록 서로 혜택을 보는 구조다. 이는 이란과 북한이 서로의 비대칭 역량 강화를 왜 지원하는지를 설명해준다. 지난 2007년 북한은 영변 원자로를 시리아에 제공하다 걸렸고, 최근엔 F-7 로켓 발사 수류탄을 하마스에 제공해 이스라엘 공격에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은 이란-북한-하마스-헤즈볼라 연계에 특히 민감하다. 불법적 활동, 재래식 무기 이전뿐만 아니라 핵확산도 가능한 네트워크다. 지난 2007년 시리아 엘키바르에 위치한 북한 설계 원자로를 파괴한 것도 이스라엘 공군이었다. 필자는 당시 백악관에서 북한 정책을 담당하고 있었는데, 북한 핵 활동에 가장 큰 관심을 보였던 주미 외국 공관은 한국도, 일본도, 중국도 아닌 이스라엘 대사관이었다. 북한이 핵기술을 이란으로 이전한다고 했다면 이란 핵무기 개발 저지를 위한 미국-이란 협상은 전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됐을 것이다.
이번 전쟁은 세계 경제에 끼치는 잠재적 영향 측면에서도 한국에 중요하다. 한국은 세계 4위의 원유 수입국이다. 지난 6개월 동안 한국 기업들은 러시아 대신 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 등 걸프 지역에서 원유를 수입해왔다. 그런데 이 지역에서 전쟁이 터졌다.
한국의 선택지는 무엇인가. 중동산 석유의 주요 수입국인 한국은 아랍 세계와 우호적 외교 관계 유지를 원한다. 이란·하마스와 북한의 관계와 의도를 보면 한국은 이스라엘의 하마스 응징을 응원해야 한다. 한국의 독자 외교로는 불가능하다. 미국·유럽·일본·호주 같은 민주주의 및 선진경제 국가와 연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윤석열 정부는 하마스 격퇴와 이란 억지, 중동과 한반도의 장기적 평화 회복을 위한 국제 전략 수립을 위한 협상에 참여해야 한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마이클 그린 호주 시드니대 미국학센터 소장·미국 CSIS 키신저 석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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