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세정의 직격인터뷰] “리더십 위기 네타냐후, 지상전 규모·기간 놓고 고심”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문가 마영삼 전 대사
이스라엘의 국내 정치 분열과 미국의 빈자리를 노린 하마스의 기습 공격, 이스라엘과 아랍의 동상이몽, 요동치는 중동의 지정학,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급거 중동 순방이 그것이다. 바이든과 아랍 정상들의 회동이 무산되면서 이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선택만 남았다. 그는 예상대로 지상전을 감행할까, 가자지구를 재점령하려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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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랍과 4자 회담 무산으로 확전 위기, 미국의 영향력 한계 드러내
인명 피해 커 보복 여론 비등, 반격 안 하면 네타냐후 정치 위기
하마스에 반격해도 완전 제거 불가능, 가자지구 재점령도 부담 커
북한은 기습 공격서 학습 효과, 한국은 이스라엘 반면교사 삼아야
」
이런 궁금증을 안고 마영삼(67)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원 연구위원을 만났다. 외시(15회) 출신으로 2005년 초대 주팔레스타인 대표부 대표, 외교통상부 아중동국장, 주이스라엘대사(2008~2011), 주덴마크대사 등을 역임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모두에서 공관장을 지낸 유일한 전직 외교관이다.
Q : 바이든의 중동 순방을 어떻게 봤나.
A : “이번 방문 목적은 이스라엘과의 연대 과시, 확전 방지, 민간인 보호 및 인도적 구호, 인질 석방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러나 텔아비브 도착 전날 가자지구에서 병원 폭발 참사가 터지는 바람에 바이든 대통령이 요르단에서 요르단 국왕, 이집트 대통령,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과 함께 하려던 4자 회담이 아랍 측의 막판 거부로 무산됐다. 미국과 이스라엘 모두 몹시 당황했을 것이다. 바이든은 이번 방문에서 전쟁 범위를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충돌로 국한하려 했을 것이다. 하지만 병원 폭발 참사로 인해 아랍권이 분노하면서 확전을 막으려던 바이든의 의도와 달리 확전의 위험성이 고개를 들고 있다. 방문 목적을 제대로 달성하지 못했고 중동에서 미국의 지도력 한계를 보여줬다.”
하마스 제거와 인질 구출이 목표
Q : 네타냐후는 지상전 개시할까.
A : “바이든의 방문이 이스라엘의 강력한 보복 작전을 멈추게 하지는 못할 것이다. 지상전을 시작할 가능성이 여전히 높다. 그럴 경우 지상전 규모와 기간을 놓고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어린이를 포함해 많은 민간인이 살해되고 인질로 납치되면서 이스라엘 국민의 분노가 깊어 대규모 보복 공격이 상당 기간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
Q : 지상전의 1차 목표는.
A : “이스라엘 정부의 발표를 보면 하마스 세력의 제거가 가장 중요한 목표다. 주요 지휘부와 시설을 타격하는 작전을 펼 것 같다. 하마스가 건재하면 언제든 똑같은 공격을 당할 수 있다고 이스라엘은 우려한다. 이번 기습을 ‘이스라엘판(版) 9·11’이라 부를 만큼 충격을 받은 이스라엘은 이번 기회에 하마스의 뿌리를 뽑으려 할 것이다. 인질(199명 추산)을 구출해야 하는 목표도 있다.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점이 이스라엘의 고민이다.”
Q : 하마스 발본색원이 가능할까.
A : “현실적으로 하마스 완전 제거는 불가능해 보인다. 하마스 간부 상당수는 이미 지하터널을 통해 해외로 빠져나갔을 것이다. 지상전은 매우 어려운 작전이 될 것이다. 인구 230만명 가자지구의 중심인 가자시티는 110만 명이 주거하는 인구밀집 지역이다. 길이 좁고 복잡하다. 하마스 대원들이 매복하기 쉬운 지형이다. 더구나 지하 터널이 500㎞나 된다니 미로 같은 지하터널로 잠적하면 일일이 찾아내 잡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Q : 가자 지구 재점령을 노릴까.
A : “1967년 ‘6일 전쟁’ 때 가자지구를 점령했던 이스라엘이 2005년 샤론 총리 주도로 완전 철수를 단행했다. 당시 가자지구에 건설한 25개 정착촌에 약 9000명의 유대인이 거주했는데, 이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군대 주둔에 따른 부담이 매우 컸기 때문이다. 만약 이번에 이스라엘 군대가 가자 지구를 재점령하면 얼마 가지 않아 2005년의 고민을 다시 하게 될 것이다. 미국과 국제사회의 비난도 받을 것이다. 아마도 지상전의 일차적 목표를 달성하면 이스라엘 스스로 철군할 것이다.”
‘5차 중동전쟁’으로 가진 않을듯
Q : 이스라엘 대 이란, 미국 대 이란 대결로 비화할 우려는.
A : “한 가지 유의할 사항은 팔레스타인과 하마스를 구별하는 것이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하마스를 테러 세력으로 규정했고, 사우디 등도 팔레스타인을 지지할지언정 하마스 편에 서지는 않을 것이다. 과거 네 차례 중동 전쟁은 이스라엘과 아랍의 전쟁이었지만, 이번에는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다. 미국과 중국은 물론 중동 국가들 모두 확전 방지와 조속한 휴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란도 매우 정교한 외교를 구사하고 있어 최대한 직접 개입은 자제할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본다면 5차 중동전쟁으로 확전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물론 돌발 변수에 따라 아랍권이 어떤 행동에 나설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이스라엘은 2020년 9월 미국의 중재로 ‘아브라함 협정(Abraham Accords)’에 따라 아랍에미리트(UAE)·바레인·모로코·수단과 수교했다. 이집트·요르단을 포함해 아랍권 22개국 중 6개국이 이스라엘과 수교한 상태다. 이번 전쟁이 터지기 전에는 이스라엘과 사우디의 수교 협상이 진전되고 있었다.
Q : 하마스는 이번에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나.
A : “수니파 이슬람의 지도국인 사우디가 이스라엘과 수교하면 파급 효과가 매우 클 것이다. 그렇게 되면 하마스의 입지가 좁아지고 팔레스타인 문제가 뒷전으로 밀릴 것으로 하마스는 계산했을 것이다. 이번 전쟁 때문에 이스라엘과 사우디의 수교 교섭이 상당 기간 차질이 예상되니 그런 측면에서 하마스가 일차적 목적을 달성했다고 볼 수 있다. 가자 지구를 통치하는 하마스는 요르단강 서안지구에 있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와 권력 투쟁을 하고 있다. 하마스는 이번 기회에 반이스라엘 투쟁으로 선명성을 부각해 주도권을 잡기 원했을 것이다. 다만 최종 평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Q : 이스라엘은 ‘안보 모범국’이었는데.
A : “아이언돔이 뚫리고 정보기관(모사드와 신베트)이 무기력했던 가장 큰 원인은 이스라엘의 자만심과 방심 때문이었다. 네 차례 중동 전쟁을 치르면서 이스라엘은 막강한 군사력을 과시했다. 주변의 어느 국가가 공격해도 막아낼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이스라엘 내부 문제도 원인을 제공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극우 성향 정당과 연정을 구성해 정착촌 확대 등 강경 정책을 채택했다. 벤그비르 국가안보 장관이 알아크사 사원 방문을 감행해 무슬림을 자극했다. 사법부 개편안으로 국민 저항이 벌어지자 정부 일부와 예비군 및 정보기관 요원도 동참했다. 네타냐후 총리의 리더십이 손상을 입었고, 이것이 정보 실책과 군의 초기 대응 실패를 야기했다. 하지만 나라가 전쟁 상황이 되자 정쟁을 중단하고 ‘전시 거국내각’을 구성했고 국내외 유대인이 대동단결하고 있다.”
영국의 ‘이중 약속’이 분쟁의 불씨
제1차 세계대전 기간에 당시 중동 지역을 지배했던 오스만제국과 싸우던 영국은 ‘맥마흔 서한’(1915~1916년)으로 팔레스타인 땅에 아랍 국가 창설을 지지했고, 1917년 ‘밸푸어 선언’으로 같은 땅에 유대 국가 수립을 약속했는데 ‘이중 약속’이 분쟁의 화근이 됐다. 1978년 캠프 데이비드 협정과 1993년 오슬로 협정으로 두 개의 노벨 평화상을 배출했지만, 평화는 정착되지 못했다.
Q : 이번 충돌의 끝은 어디일까.
A : “이번 전쟁으로 양측의 원한이 매우 오래 갈 것으로 보여 과거보다 훨씬 비관적이다. 이스라엘 우익 정부는 강경 정책을 고수할 것이다. 하마스 세력이 약화하는 경우,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팔레스타인 전체 지역을 얼마나 실효적으로 통치하느냐도 중요 변수다. 만약 사태가 진정되고 이스라엘과 사우디의 수교 교섭이 재개되면 사우디와 미국이 근본적 해법을 시도하겠지만, 1947년 유엔에서 영토 분리를 통한 ‘두 국가 해법’ 결의안이 제시됐을 때나 2000년 캠프 데이비드 협상 때 같은 절호의 기회를 다시 얻기는 어려워 보인다.”
Q : 한반도에 준 시사점은.
A : “먼저 북한은 하마스의 기습 작전을 통해 ‘학습 효과’를 많이 얻었을 것이다. 수천 발의 로켓포에 아이언돔이 무용지물이 됐으니 하마스와 비교할 수 없는 무력을 보유한 북한은 상당히 고무됐을 법하다. 한국 정부는 누구든 반인도적 행위를 자행하면 비판하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모두와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다만 국론 분열로 인해 정보체계와 안보체계에 금이 가면서 기습을 당한 이스라엘의 분열과 자만을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한다. 유비무환(有備無患)을 새삼 새길 때다.”
장세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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