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메밀꽃 보셨나요, 섶다리는요…색다른 영월 여행

최승표 2023. 10. 20.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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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부터 물들인 단풍이 온 산과 마을을 가을빛으로 적시는 중이다. 한데 강원도 영월을 가면 단풍과는 다른 때깔을 만날 수 있다. 동강변 작은 마을에 붉은메밀꽃이 만개했다. 메밀꽃이 붉다고? 그렇다. 전국 어디에나 흔한 하얀 메밀이 아니다. 장미처럼 또는 코스모스처럼 붉은 메밀꽃이 영월 강변에 흐드러졌다. 영월에 간 김에 판운리 섶다리도 걸어봤다.

흰메밀꽃과 달라…히말라야가 고향

굽이치는 동강과 수직 절벽, 붉은메밀꽃이 어우러진 영월 먹골마을. 최승표 기자, [사진 정동수]

“정말 예쁘다. 근데 이거 메밀 맞아?” “봉평에 있는 하얀 꽃밭이 진짜 메밀 아냐?”

지난 12일, 강원도 영월 먹골마을 축제장에서는 계속 이런 얘기가 들렸다. 그럴 수밖에. 메밀 하면 으레 ‘소금을 뿌려 놓은 듯 숨이 막힐 지경’이라는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문장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먹골마을에 핀 메밀꽃도 색깔만 다를 뿐 생김새는 똑같다. 원산지인 히말라야에서는 식용으로 재배하는 식물인데, 영월에는 관상용으로 개량품종을 심었다.

판운리 주민이 꽃상여를 메고 다리를 건너는 모습. 오는 27~28일 축제 때 볼 수 있다. 최승표 기자, [사진 정동수]

강변에 붉은메밀을 처음 심은 건 2017년이다. 마을 주민은 강변에 밀림처럼 자란 아카시아와 덤불이 답답해 싹 밀었다. 시야가 트였는데 너무 휑했다. 이때 영월군이 제안했다. 일본 홋카이도에서 가져온 붉은메밀을 심어보자고. 약 3만5000㎡ 면적에 메밀을 심었더니 가을에 불바다 같은 꽃밭이 펼쳐졌다. 축제를 열었고 매해 재배 면적을 늘렸다. 올해는 약 7만2000㎡, 축구장 열 배 면적에 메밀을 심었다. 4일 시작한 축제는 21일까지 진행된다. 개화 절정은 12일께였지만, 주민들은 이달 말까지 꽃을 볼 수 있다고 한다.

붉은메밀은 줄기도 새빨갛다. 최승표 기자, [사진 정동수]

붉은메밀꽃축제는 소박하다. 입장료 없이 메밀밭을 산책하며 풍광을 감상하면 된다. 붉은빛으로 일렁이는 메밀밭과 햇살 반짝이는 동강, 번쩍 솟은 수직 바위가 어우러진 모습이 퍽 이채롭다. 밭 곳곳에 나룻배와 의자 같은 사진 촬영용 소품도 많다. 마을 부녀회가 만든 토속음식을 사 먹거나 뗏목 체험(주말 한정)을 해보는 것도 좋겠다. 정동탁 먹골마을협동조합 대표는 “다른 지역에서도 붉은 메밀을 따라 심어봤지만 모두 실패했다고 한다”며 “붉은메밀이 우리 마을에 운을 선물해준 것 같다”며 웃었다.

땔감용 나무 엮어 만든 섶다리

섶다리는 참나무, 소나무를 엮어 만든다. 최승표 기자, [사진 정동수]

먹골마을에서 차를 몰고 북쪽으로 약 1시간을 달리면 영월 고유의 풍경이 또 기다린다. 주천면 판운리 섶다리다. 땔감용 나무를 엮어 만든 섶다리는 영서지방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이 중에서 판운리 섶다리가 가장 원형에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강물 수위가 낮아지는 10월 중순 마을 주민이 직접 나무를 가져와 다리를 설치하고 다시 수위가 높아지는 5월 말이나 6월 초에 다리를 철거한다. 올해는 14일 다리를 완성했다.

판운리 섶다리는 평창강이 말발굽처럼 휘감는 산골에 놓인다. 과거 미다리마을 주민은 큰 불편을 겪었다. 수위가 높을 때는 나룻배를 타고 건넛마을로 갈 수 있었지만, 수위가 너무 낮거나 물이 얼면 배를 탈 수 없었다. 그래서 가을마다 섶다리를 깔았다. 2008년 자동차가 다닐 수 있는 미다리교가 생기면서 섶다리가 필요 없어졌다. 그런데도 주민들은 가을마다 섶다리를 설치하는 전통을 잇고 있다. 현재 미다리마을에는 13가구가 살고, 캠핑장이 3개나 된다.

이달 27~28일 다리 설치를 기념해 문화축제를 연다. 장동수 판운섶다리축제위원회 총감독은 “단풍과 섶다리가 어우러진 가을뿐 아니라 눈 덮인 겨울 풍광도 일품”이라면서도 “다음 세대까지 섶다리의 전통이 이어질지는 자신할 수 없다”고 근심을 내비쳤다.

영월=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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