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정보의 시대…언론은 감춰진 진실 찾아야”

강태화 2023. 10. 20.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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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서 슐츠버거 주니어

“지금은 저널리즘에 대한 불신이라는 매우 중대한 도전을 받는 시기다. 뉴욕타임스(NYT)의 목표는 진실을 찾고 사람들이 세상을 바르게 이해하도록 돕는 일이다.”

아서 슐츠버거 주니어(사진) NYT 회장은 19일 서울대 국제협력본부에서 진행한 중앙일보·코리아중앙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NYT가 품격 있는 언론이자 독립된 저널리즘을 향하는 길을 찾는 위치에 있다는 점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잘못된 정보의 시대(era of misinformation)에 품격 있는 언론이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Q : 내년 미국 대선, 한국 총선 등을 앞두고 여론 형성 과정에 대한 우려가 크다.
A : “미디어에 대한 불신이란 표현은 잘못됐다. 그러나 저널리즘에 대한 불신이라는 매우 중대한 도전을 받고 있다는 점은 사실이다. 중요한 것은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신뢰할 수 있는 정보 소스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언론은 감춰진 진실을 찾아내고 불편한 질문을 던져 사람들이 모든 진실을 알게 해야 한다.”

Q : 진실을 찾는 역할을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A : “이미 소셜미디어를 통한 여론 형성이 전통적 언론과 유사하게 보이게 하기 위한 구조화가 진행되고 있다. 불행하게도 전 세계의 많은 정치인은 ‘가짜 뉴스’라거나 ‘국민의 적’이라는 등의 수사를 동원해 기존의 저널리즘을 악마화해 왔다. 자신의 단기적 이익을 위한 이러한 행동은 한마디로 반(反)애국적인 일이다. 민주주의 사회의 리더라면 언론의 자유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인지 알아야 한다.”
슐츠버거 회장은 2020년 홍콩에 있던 디지털 뉴스본부를 서울로 옮겼다.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이후 중국 정부가 국가보안법 등을 제정하는 기류에 맞춘 조치다. 그는 홍콩 지사 기능의 서울 이전 배경에 대해 “언론 자유를 수용할 수 있는 곳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Q : 서울이 NYT의 아시아 디지털 허브로 정해진 것은 어떤 의미가 있나.
A : “선택의 여지가 없는 현실이었다.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를 위해 우리의 디지털 허브를 옮길 수밖에 없었다. 여러 선택지 가운데 한국이 가장 완벽했다고 말하지는 않겠다. 다만 한국은 언론의 자유에 대한 강한 보호장치가 갖춰져 있다. 한국엔 많은 미디어 파트너가 있고, NYT가 와있는 사회에 대한 투자를 보여주려고 한다.”

아서 슐츠버거 NYT 회장이 19일 ‘언론 자유에 대한 위협’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뉴시스]

NYT는 2014년 ‘디지털 전환’과 ‘유료화’를 핵심으로 하는 혁신 보고서를 내고 미디어 업계의 성격을 근본부터 바꾸는 데 앞장섰다. 핵심은 ‘뉴욕타임스=종이신문’이라는 공식을 깬 것이다. 2022년 말 기준 NYT 유료 구독자 수는 1000만 명에 근접했다. 이 중 디지털 유료 독자의 비중은 종이신문 구독자의 10배가 넘는다. 매출 면에서도 디지털(9억7850만 달러) 분야가 전통적인 종이신문을 통한 매출(5억7370만 달러)을 2배 가까이 앞섰다. NYT의 2014년 매출 구조(디지털 수익 1억6930만 달러, 인쇄분야 8억3650만 달러)와 비교하면 큰 변화다. 같은 기간 NYT 전체 매출도 1.5배가량 늘었다.

Q : 디지털 혁신을 위한 그동안의 노력을 평가한다면.
A :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이 문화의 변화(culture shift)다. NYT가 취재하고 보도하는 세상과 사람들의 변화 속도를 따라잡을 수 있는 새로운 언론 문화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고민을 했고, 그 결과가 2014년 혁신 보고서다. 지난 150~160년 동안 NYT에 가장 중요한 것은 종이신문의 ‘1면 톱’ 기사였다. 하지만 지금 가장 중요한 건 NYT가 시작한 팟캐스트가 됐다.”
슐츠버거 회장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 직후 이어진 ‘언론 자유에 대한 위협’이란 주제의 특별 강연에서 일부 정치권이 전통 미디어를 향해 ‘가짜 뉴스’로 몰아세우는 상황을 언급하며 “일부 정치인들 때문에 민주주의가 길을 잃게 됐고, 이러한 상황은 저널리즘이 무엇을 위해 싸워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할 시작점이라는 것을 말해 준다”고 했다. 그는 “가장 중요한 것은 언론의 자유는 누군가에게 가장 불편하더라도 사회와 국가를 위해 가장 필요하다는 사실이고, 이 사실은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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