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클' 없었다…'준PO행 좌절' 이승엽 감독 "투수들 힘에 부쳐, 뒷심 부족했다" [WC1]

(엑스포츠뉴스 창원, 최원영 기자) '미라클 두산'도, '0%의 기적'도 없었다. 두산 베어스가 1경기 만에 가을 무대에서 퇴장했다.

두산은 19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 NC 다이노스와의 원정경기에서 9-14로 완패했다. 준플레이오프 진출 실패가 확정됐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투수들이 힘겨운 시즌을 보냈고, 힘에 부쳤다. 뒷심이 부족했다. 그래서 올 시즌은 여기까지인 것 같다"며 "비시즌 부족한 부분을 채우며 잘 준비하겠다. 내년엔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2015년부터 2021년까지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뤘던 두산은 지난해 9위로 무너졌다. 올해 이승엽 신임 감독 선임 후 반등을 꾀했다. 정규시즌을 5위로 마치며 포스트시즌행 막차를 탔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선 4위 NC와 맞붙었다. NC는 와일드카드 결정전 1, 2차전 두 경기서 1승 혹은 1무만 챙기면 곧바로 준플레이오프에 오를 수 있었다. 반면 두산은 무조건 2승을 거둬야 했다.

2015년 와일드카드 결정전이 도입된 이후 5위팀이 4위팀을 꺾고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한 '업셋' 사례는 단 한 번도 없었다. 이번엔 5위가 두산이기에 시선이 쏠렸다. 두산의 팀 컬러는 기적을 의미하는 '미라클'이다. 특히 가을에 강했다. 일례로 두산은 2015년 정규시즌을 3위로 마친 뒤 한국시리즈서 삼성을 꺾고 우승했다. 2021년엔 4위로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시작해 한국시리즈까지 오르는 저력을 보여줬다. 준우승을 기록했으나 엄청난 돌풍이었다.

올해 0%의 확률에 도전했다. 처참히 무너졌다.

1~3회초 각 1점을 내며 3-0으로 앞서나갔다. 그러나 4회말 서호철에게 만루홈런, 김형준에게 백투백 솔로 홈런을 허용하며 3-5로 역전 당했다. 5회초 2점을 내 5-5 균형을 맞췄지만 5회말 1실점해 5-6으로 끌려갔다. 7회말엔 서호철에게 2타점 적시타를 맞아 5-8로 뒤처졌다. 두산은 8회초 1점을 냈다. 8회말 6실점하며 무너졌다. 점수는 6-14. 9회초 3점을 만회해 9-14가 됐다. 경기는 그대로 막을 내렸다.

선발투수 곽빈이 3⅔이닝 4피안타(2피홈런) 3볼넷 4탈삼진 5실점으로 물러났다. 제 역할을 해내지 못했다. 이어 김명신이 ⅓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이영하가 1이닝 1실점(비자책점)으로 패전을 떠안았다.

최승용이 1이닝 무실점, 김강률이 ⅓이닝 2실점, 정철원이 ⅔이닝 무실점, 홍건희가 ⅔이닝 6실점, 이병헌이 ⅓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타선에선 정수빈과 양의지가 각각 4타수 1안타 2타점, 호세 로하스가 2타수 2안타(1홈런) 1타점, 김인태가 4타수 3안타 1타점, 강승호가 4타수 2안타 1타점, 박지훈이 1타수 1안타 1타점, 김재환이 3타수 2안타, 김재호가 4타수 2안타 등을 기록했다.

다음은 이승엽 감독과의 일문일답.

▲경기 소감은.

1년이 끝났다. 우리 선수들 덕분에 가을야구까지 왔다. 지난해 가을부터 준비하면서 포스트시즌을 첫 번째 목표로 잡고 여기까지 왔다. 1차적으로는 성공했지만 여기서 1경기 만에 끝나서 많이 아쉽다. 

▲3-0까지는 좋았다.

조수행의 잘 맞은 타구를 (상대 유격수) 김주원이 너무 잘 포구해 거기서 4-0으로 달아나지 못한 게 아쉽다. 곽빈이 잘 던지다가 만루홈런, 백투백 솔로 홈런을 맞고 전세가 역전됐다. 이후 다시 동점을 만들었지만 뒤에 나온 투수들이 힘에 부쳤다. 뒷심이 부족해 올 시즌이 여기까지였던 것 같다.

▲최승용 교체 시점은 어떻게 결정했나.

길게 끌고 가는 것은 생각하지 못했다. 투수코치와 상의하면서 길게 가려고는 하지 않았다.

▲다음 시즌 준비 계획은.

우선 올 시즌을 되돌아보면 타선 쪽에서 굉장히 약점을 보였던 것 같다. 득점권이나 팀 타율, 타점, 득점력 등의 부분에서 수치상으로 가장 하위권에 있었다. 때문에 투수들이 굉장히 힘든 시즌을 보냈다. 투수들은 성적이 좋았지만 부담감을 안고 '실점하면 패한다'는 생각으로 마운드에 올랐다. 체력적, 정신적인 부분에서 피로도가 높았던 시즌이었다. 무엇보다 우리 팀의 타선이 약한데, 어떻게 하면 내년에 공격적인 야구를 할 수 있을지 먼저 생각해야 한다.

정철원과 김명신은 투구 이닝이 많았다. 믿을 투수가 2명뿐이었다. 내년에는 그런 선수의 비중을 높게 두기보다는 분산해서 뒤에 던질 투수를 잘 준비하겠다. 내년 시범경기까지 만들겠다. 되도록 과부하가 걸리지 않게 준비해야 한다.

▲올 시즌 수확은.

우선 젊은 투수들이다. 최승용과 김동주가 내년에는 더 좋아지겠다는 생각을 들게 했다. 젊은 투수들이 다음 시즌 선발로 시작할지 불펜에서 시작할지 모르겠지만 최승용의 경우 마지막에 굉장히 좋은 공을 던졌기 때문에 내년이 기대된다. 젊은 야수들이 생각보다 부진하다. 어린 선수들이 조금 올라와주면 팀에 활력소가 생긴다. 이번 가을부터는 젊은 선수들에게 많은 관심을 가져서 즉시 전력으로 쓸 수 있는 자원을 만들어야 할 것 같다.

▲곽빈 4회 난조 원인은.

힘이 떨어졌다기보다는. 글쎄. 힘이 떨어진 것도 있다. 점수 차이가 나 여유 있는 피칭을 했다는 생각은 안 든다. 실투 등 볼이 많아지다 보니 위기가 온 것 같다. 시즌 중에도 한 번씩 2아웃 이후 볼이 많아지는 경우가 있었다. 제구력이 불안했다. 포수가 바깥쪽 공을 요구했는데 가운데 실투가 들어와서 맞았다.

▲지도자로서 데뷔 시즌을 보낸 소회는.

즐거운 적도 많았다. 선수들 덕분에. 많이 이기고 가을야구도 했다. 5할 승률 이상을 기록했다. 미세하게나마 내년에 조금 더 높은 곳으로 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선수들과 1년 동안 큰 사고 없이, 인상 쓰는 날 없이 지냈다. 항상 웃으면서 선수들을 대했다. 지도자로서 선수들이 즐겁게 야구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야구는 선수가 하는 것이라 선수가 힘들어하면 쉬게 해주려고 했다. 또 그런 지도자로 기억되고 싶었다. 힘들었지만 선수들과 즐겁게 지냈다. 나의 부족한 부분은 비시즌 잘 메우겠다. 내년에는 분명 올 시즌보다 더 높은 곳으로 갈 것이라 생각한다.

▲5회 양석환 번트는 어떻게 보나.

본인이 스스로 댔다. 오늘(19일)은 상대 투수들 구위를 우리가 잘 공략했다. 충분히 공략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재학을 상대로 히팅 사인을 냈는데 양석환이 번트를 댔다. 긍정적으로 본다. 팀 승리를 위한 집념이 있다면 우리 팀은 분명 더 높이 올라갈 수 있다. 감독으로서 그런 선수가 있다면 굉장히 높게 평가한다.

사진=창원, 박지영 기자

최원영 기자 yeong@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