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 뗀 ‘당근’…수익 모델 궁금하네
당근마켓이 최근 8년 만에 리브랜딩을 단행했다. 기존 서비스명에서 ‘마켓’을 떼고 ‘당근’으로 새 출발을 선언했다. 잘나가던 서비스 이름을 갑작스럽게 바꾼 배경에 관심이 집중됐다. ‘대명사인 당근과 헷갈린다’ ‘이전 이름으로 쌓은 인지도가 깎일 수 있다’ 등 우려의 목소리도 심심찮게 나온다. 하지만 당근은 “정체성을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한 리브랜딩”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친다. 자칫 중고 거래에 한정돼 보일 수 있는 기업 이미지를 탈바꿈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나온다.
“중고 거래에만 한정되기 싫어요”
‘마켓’을 버리고 ‘당근(당신의 근처)’을 남겼다. 메시지는 명확하다. 지역 밀착을 뜻하는 ‘하이퍼로컬’을 우선시하겠다는 의미다. 중고 거래를 넘어 지역 생활 커뮤니티로 정체성을 공고히 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여전히 당근을 중고 거래 서비스로만 인식하는 이들이 많다는 점도 리브랜딩에 영향을 줬다. 물론 지금의 당근이 있기까지 중고 거래 공이 지대했던 것은 사실이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난 이들이 눈에 보이는 물건을 하나둘 정리하기 시작했고, 이것이 유행처럼 번지며 덩치가 급격히 커졌다. 2018년 월간 사용자 수(MAU)가 100만명에 불과했던 당근은 팬데믹 직후인 2020년 8월 1000만명을 돌파했다. 2023년 10월 기준 누적 가입자 수는 3500만명에 달한다.
하지만 최근 서비스를 다양하게 늘려나가는 당근 입장에서 중고 거래로만 인식되는 점은 부담이다. 사실 팬데믹 훨씬 이전부터, 당근은 중고 거래 앱이 아닌 ‘동네 생활 정보 종합 플랫폼’을 표방해왔다. 창업자 김용현 대표 역시 2018년부터 “동네 생활 정보지를 모바일로 구현하겠다”는 말을 공공연히 해왔다. 애초 사업 목표가 중고 거래가 아니었다는 얘기다. 당근 관계자는 “중고 거래는 회사가 목표하는 전체 서비스 중 일부일 뿐”이라며 “중고 거래에서는 매출이나 수익을 낼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중고 대신 다른 곳에서 돈을 벌겠다는 얘기다.
당근의 최근 3년간 행보를 살펴봐도 중고 거래보다 ‘지역 인프라’ 만들기에 더 힘을 쏟아온 모습이 포착된다. 2020년 9월 이웃 커뮤니티인 ‘동네생활’ 서비스를 시작으로 2021년 2월 동네 기반 자영업자 광고 채널인 ‘비즈프로필’, 2021년 10월 선보인 지역 구인 서비스 ‘당근알바’, 올해 5월과 7월 잇달아 공개한 ‘공공프로필’과 ‘모임’까지. 굵직굵직한 신규 기능과 서비스 모두 중고 거래가 아닌 하이퍼로컬에 집중돼 있다.
당근 관계자는 “비대면 진료 신청에 실패한 코로나 격리자에게 필요한 약을 구해주거나, 배달이 안 되는 외진 지역에서 나 홀로 격리 중인 이웃을 위해 간식을 사다 주는 등 당근을 활용한 이웃 간 따듯한 소통 사례가 늘어나는 중”이라며 “이웃을 연결하는 소통의 장으로서 역할에 충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고’보단 ‘연결’에 초점을
당근이 올해 7월 말 새로 시작한 ‘모임’도 이웃 간 연결이라는 당근 정체성을 잘 보여준다.
모임은 여러 주제별로 동네 이웃과 자유롭게 모이고 연결될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다. 러닝 모임이나 배드민턴, 독서 모임 등 오프라인 활동부터 같은 아파트 주민 간 정보, 맛집 공유 모임 등 다양하다. 최근 당근이 자사 모임 서비스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여러 모임 중 ‘운동 모임(31%)’이 가장 많고 2위는 ‘동네 친구(18%)’, 3위는 ‘스터디(11%)’ 순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위스키 마시기, 꽃시장 투어, 보드게임, 클래식 감상, 반려동물 산책 등 다채로운 모임이 이뤄지고 있다.
리브랜딩 직후에는 모임 기능을 더욱 강화하는 내용의 업데이트를 단행하며 힘을 실어주는 모습이다. 지난 9월 출석 현황을 체크하고 출석 여부를 인증할 수 있는 ‘출석 체크’ 기능이 도입됐고 정기 모임을 위한 ‘반복 일정 생성’ 기능도 추가됐다. 모임 일정에 참여한 이웃만 체크해 손쉽게 채팅방을 열고 관리할 수 있는 ‘개별 일정 생성 기능’도 새로 도입됐다.
최근 ‘당근페이’에서 진행한 대규모 채용 캠페인 역시 지역 서비스 활성화와 무관하지 않다. 중고 거래에서 사용되는 당근페이 결제 범위를 지역 밀착형 서비스로 넓혀 편의성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중고 거래에서 지역 서비스로 ‘이용 경험 전환’도 기대된다. 예를 들어 중고 거래로 쌓은 당근머니로 동네 카페에서 커피를 사 마시거나 동네 자영업자는 지역 광고비로 활용하는 식이다.
분명한 정체성, 불분명한 수익성
커머스 전문가 황도연 대표 선임
당근이 추구하는 사업 방향은 명확하다. 하지만 수익 구조는 그렇지 못하다. 적자폭이 계속 늘어나는 형국이다. 올해 들어 추가된 신규 서비스 역시 ‘의도는 좋지만 돈 못 버는 사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매출 자체는 증가세다. 지역 기반 광고 매출이 크게 늘어난 덕분이다. 2019년 31억원이었던 당근 매출은 2020년(118억원), 2021년(257억원)에 이어 지난해(499억원)까지 증가했다. 매출 99%가 광고에서 발생한다. 하지만 같은 기간 적자폭이 커졌다는 점이 문제다. 당근 영업이익은 2019년 -72억원에서 지난해 -565억원까지 불어났다. 새로운 서비스 추가와 마케팅에 쏟은 비용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번 리브랜딩으로 수익 모델 찾기는 더욱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중고 거래 수익화에 사실상 선을 그은 꼴이기 때문이다. 당장은 ‘지역 밀착 광고’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는 게 업계 전망이다. 당근 광고물을 비롯해, 기업 대상 유료 광고 계정인 ‘브랜드프로필’ 등 기존 모델을 고도화하는 동시에 부동산 직거래, 중고차 직거래 등 서비스에서 광고 시장을 확대해나갈 것이라는 분석이다. 새 카테고리가 활성화되면 더욱 정확한 타깃 광고가 가능해지면서 광고 효율 역시 제고될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지난해 말 당근이 창립 7년 만에 신임 대표를 선임한 배경 역시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11월 황도연 부사장이 신임 대표에 취임, 국내 사업을 총괄하게 됐다. 창업자인 김용현 대표는 해외 사업을 총괄하며 황 대표와 함께 각자 대표 체제를 구성했다. 김재현 전 대표는 최고전략책임자(CSO)로 직책을 옮기며 장기 미래 전략에 집중한다.
2021년 3월 사업 부문 총괄 부사장으로 합류한 황 대표는 비즈프로필, 로컬 커머스, 당근알바를 비롯해 당근 대표 수익 모델인 광고 사업을 이끌어왔다. 액센츄어, 11번가, 카카오 등 유수 기업들을 거치며 플랫폼과 비즈니스에 두루 능통한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한 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당근 리브랜딩은 새 수익 모델 찾기와도 관련돼 있다. 최근 다소 정체된 중고 거래에서 서비스를 확장해 더 많은 이용자 수를 확보하기 위한 복안”이라며 “카카오선물하기와 카카오장보기를 도입하는 등 여러 기업에서 커머스 부문을 담당했던 황 대표를 선임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30호 (2023.10.18~2023.10.2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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