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센놈' 나오나…올해에만 새로운 흰개미 2종 유입
2013년 이후 검역 과정에서 30차례 검출
올들어 외래 흰개미 2종이 국내에서 확인되면서 검역과 방역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또 다른 외래 흰개미도 국내에 이미 들어왔거나 앞으로 들어올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번식 속도가 빠르고 군체 규모가 큰 일명 ‘대만흰개미’가 주의해야 할 외래종으로 꼽히고 있다.
19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이 농림축산식품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3년 이후 현재까지 수입검역 과정에서 흰개미류는 30차례 검출됐다.
이들은 모두 목재와 식료품을 수입하는 과정에서 발견됐다.
대만흰개미로 불리는 '콥토테르메스(Coptotermes)속 포르모사누스(Formosanus)종'은 나오지 않았지만, 친척뻘인 콥토테르메스속 흰개미는 동정(분류학상 위치와 종 정보를 판별하는 작업)에 실패한 경우를 포함해 7차례 적발됐다.
앞서 ▲지난 5월 서울 강남구 주택에서 신고된 마른나무흰개미(Kalotermitidae)과 크립토테르메스(Cryptotermes)속 도메스티쿠스(Domesticus)종 ▲지난 달 경남 창원시에서 군체가 여럿 발견된 ’마른나무흰개미과 인사이스테르메스(Incisitermes)속 서부마른나무흰개미(가칭)‘ 등 2종은 흰개미 명단에 없었다.
이 2종은 민간에 발견돼 신고된 흰개미이지만 검역 과정에서는 포착되지 못한 셈이다.
국제교류 증가·기온 상승 영향도
최근에는 경남 창원시 진해구에서 지난 9월 부터 ‘외래 흰개미’가 잇따라 발견됐다. 나무를 닥치는 대로 갉아먹는 마른나무흰개미과(科) 인사이스테르미스 마이너종(種)이다. 미국 캘리포니아가 원산지인 이런 종류의 흰개미가 국내에서 서식이 확인된 것은 처음이었다.
환경부 국립생태원에 따르면 국내에 들어온 외래종 동식물은 2009년 894종에서 2021년 2653종으로 연평균 16%씩 늘었다. 이중 한국 생태계에 정착한 것으로 판단되는 종은 707종(26.6%)에 달한다.
외래종 유입이 늘어난 주요한 원인은 국제교류 증가에 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국제화물 물동량은 2020년 기준 12억 8000만t으로 2004년보다 74% 많아졌다.
흰개미는 방제가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로 목재나 땅속에 서식해 눈에 잘 띄지 않아서다. 더욱이 기후 변화로 기온이 오르면서 과거엔 서식이 어려웠던 악성 외래종 흰개미까지 등장하고 있다.
최근 기온 상승도 외래종의 유입에 영향을 미쳤다. 한국은 사계절이 뚜렷해 외래종이 국내에 정착하려면 혹한을 견뎌내야 하는데 최근 50년(1974∼2023년) 1월 평균기온이 영하 2.2도에서 영하 0.6도로 1.6도 높아지면서 외래종의 정착 가능성이 커졌다.
국립생물자원관에 따르면 사실 흰개미는 익충이자 해충이다. 자연계에선 토양 내 순환을 돕는 역할을 한다. 주로 셀룰로스가 함유된 죽은 나무나 낙엽·부엽토 등을 먹은 뒤 분해해 다시 자연으로 되돌린다.
하지만 목조 건물이나 문화재에는 위협적인 존재다. 국립문화재연구원에서 진행한 ‘국가 지정 목조건축 문화재 흰개미 피해 조사’ 결과 2016~2019년 피해만 324건에 달했다.
흰개미로 인한 경제적 비용은 세계적으로 연간 400억 달러(약 54조원)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만흰개미는 1월 평균기온이 4도 이상인 지역에 주로 분포한다. 땅속에서 생활하는 ’지중흰개미‘라는 점을 고려하면 지중온도가 5도 이상으로 유지되는 남해안에는 서식할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또 흰개미 중에서도 대만흰개미는 번식 속도가 빠르고 군체 규모가 수백만 마리에 달해 관리 필요성이 크게 요구된다. 서부마른나무흰개미 군체가 3000마리, 도메스티쿠스 군체가 300마리 정도인 것과 비교해 볼 때 상당한 규모다.
이에 검역과 방재 체계를 강화해 철저히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목조 건물이 많고 흰개미 피해가 심한 것으로 알려진 일본의 경우 건축기준법 시행령에 방재 방법을 적시했다.
김현정 기자 kimhj20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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