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시의 ‘방정환 관련 사업’, 의회부터 설득해야 한다 [기자수첩-수도권]
지난 9월 20일, 구리시의회는 교문도서관의 명칭을 방정환도서관으로 변경하는 내용을 담은 ‘구리시 도서관 설치·운영 및 독서문화진흥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부결 처리했다.
당시 시의회는 “갈매도서관, 토평도서관, 교문도서관, 인창도서관 등 지역 명칭을 사용하던 도서관이 갑자기 방정환도서관으로 명칭을 바꾸는 것은 어색하며 명분도 없다”는 부결 의견과 “방정환도서관으로 명칭을 변경하여 소파 방정환 선생의 정신을 도서관 운영 전반에 반영하고 지역의 상징성과 특수성을 갖춘 공공도서관 역할을 도모하자”는 가결 의견이 부딪쳐 표결에 들어갔고 출석의원 7명 중 찬성 2명, 반대 5명으로 부결됐다.
구리시의회는 여당 의원 3명과 야당 의원 5명으로 구성된 여소야대 상황인데 여당 의원 5명은 모두 반대 의사를 표시했고 여당 의원 3명 중 2명이 찬성 의사를 표시했다. 당시 여당 의원 1명은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얼핏 살펴보면 여야의 힘겨루기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당시 회의록을 살펴보면 그렇게 단순한 것은 아니었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구리시가 준비한 ‘방정환 관련 사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고 할 수 있다.
모 야당 의원은 “민선 8기 공약 실천 계획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집행부와 의회가 상호 존중과 신뢰를 바탕으로 시의 더 큰 미래를 위해 함께 노력하는 것”이라고 밝혔는데 여기에 열쇠가 있다.
집행부의 방정환 관련 사업은 단순히 방정환도서관에서 종결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에 대한 상세한 정보 공유와 세심한 설득 과정이 생략된 것이 문제였다.
현재 구리시는 ‘방정환’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유일한 문학상인 ‘방정환문학상’을 유치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번 달 내에 최종 마무리 작업이 완료되면 구리시는 ‘방정환문학상’을 운영하는 운영 주체가 된다.
구리시 교문동에 위치한 방정환 묘소와 방정환문학상이 결합되면 교문도서관이 방정환도서관으로 명칭을 변경하는 게 어색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연스러운 것으로 바뀌게 된다. 게다가 구리시와 손을 잡게 되는 방정환문학상 운영 주체는 계간문예지인 ‘아동문학평론’을 발행하고 있는 아동문학평론사인데 이곳은 1983년에 방정환 묘소를 정비하고 비석과 상석을 세운 故 이재철 박사가 설립한 곳이다. 현재는 이재철 박사의 제자인 김용희 문학평론가가 운영하고 있다.
“구리시가 민선 8기 공약을 졸속으로 무리하게 추진한다”는 것은 오해에 근거하고 있다는 뜻이다. 구리시는 방정환문학상을 유치하기 위해 1년 넘게 공을 들였으며 이는 교문도서관의 명칭 변경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또한 계간문예지인 ‘아동문학평론’은 1976년 창간된 이후 명실공히 아동문학의 정통 문예지로서 꾸준히 아동문학가와 연구자들을 배출해 온 곳으로 이러한 인프라를 활용해 다양한 관련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자산이 된다. 성인들에게 아동문학을 가르쳐 아동문학가로 등단시키는 창구로 활용한다면 평생학습의 훌륭한 과정이 될 것이며 어린이들에게는 문학교육의 도구로 이어질 수 있다. 지역 문화예술 발전에도 큰 힘이 된다. 여기에 더해 아동문학평론사가 보유하고 있는 방정환과 아동문학 관련 희귀자료는 도서관에 전시될 것이고 관련 연구를 이어갈 수 있는 토대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결국 교문도서관의 명칭을 방정환도서관으로 변경하는 것은 단순히 전시행정이 아니라 커다란 로드맵의 시작점이 된다. ‘방정환’은 구리시를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다. 특별한 개성을 드러내지 못하는 경기도의 작은 도시에서 어린이와 방정환을 대표하는 도시로 변화해 꿈을 키우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구리시로, 더 나아가 활력 넘치는 콘텐츠를 생산하는 특별한 개성을 지닌 구리시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여와 야의 문제가 아니다. 집행부와 의회의 힘겨루기나 자존심 싸움도 아니다. 구리시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집행부는 허심탄회하게 정보를 공개하고 의회를 설득해야 한다. 의회는 ‘구리시의 미래’라는 큰 틀에서 이해하고 협조해야 한다.
지난 9월 20일의 의회 회의록을 살피면 ‘교문 방정환 도서관’이라는 중재안을 제시한 발언도 발견할 수 있다. 지역명을 빼는 게 어색하다면 중재안으로 손을 잡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교문도서관의 리모델링 공사는 이제 마무리 단계에 있다. 단순한 명칭의 문제가 아니라 구리시의 미래를 향한 새로운 도전으로 생각하고 집행부와 의회가 현명한 판단을 내리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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